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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카데미는 넷플릭스 영화의 품에? PART 1...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힐빌리의 노래]
13  쭈니 2020.12.01 15: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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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미국에서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한 영화들이 개봉을 서두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북미 극장가가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다 보니 대작 개봉이 내년으로 연기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한 영화들 역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회는 이때다. 2019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넷플릭스에게 2021년 아카데미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에 10월 1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를 시작으로 11월 24일 공개된 [힐빌리의 노래], 그리고 12월 4일 공개 예정인 [맹크], 12월 11일 공개 예정인 [더 프롬], 12월 23일 공개 예정인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이 대기하고 있다. 벌써부터 2021년 아카데미는 넷플릭스의 차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공개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힐빌리의 노래]를 지난 주말에 봤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의 주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되다.

감독 : 아론 소킨

주연 : 애디 레드메인, 사샤 바론 코헨, 조셉 고든 레빗, 프랭크 란젤라

베트남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희생되어 반전 운동이 극에 달해있던 1968년 8월.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휴버트 험프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인데, 그는 베트남 전쟁 지속을 공약한 후보이다. 이에 분노한 반전 운동가들이 시카고로 달려가 전당대회 앞에서 데모를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평화로운 그들의 반전 시위는 경찰 및 방위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하여 폭력 시위로 변질되고, 시위 주동자인 7인, 일명 '시카고 7'은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시카고 7'에 자행된 불공정 재판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긴 영화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는 딱 누구 한 명을 주인공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평화로웠던 반전 시위의 대가로 재판을 받게 된 '시카고 7'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민주사회학생회 공동대표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과 레니 데이비스, 청년국제당 공동 창립자 애비 호프먼(사샤 바론 코헨)과 제리 루빈을 비롯하여 각기 소속이 다른 7인이 북적대며 재판에 임하고, 여기에 흑표당 의장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재판장은 시장 바닥 분위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재판은 '시카고 7' 측의 변호사 윌리엄 컨슬러(마크 라이런스)와 사건 담당 검사 리처드 H. 슐츠(조셉 고든 레빗), 그리고 담당 판사인 율리우스 호프먼(프랭크 란젤라)가 이끌지만 그렇다고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정통 법정 영화라고 하기엔 약간 어색함이 있다. 법정 영화라면 검사와 변호사 간의 다툼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판사는 객관적으로 증거에 입각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법정은 정말 민주주의 체제의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놓고 불공정하다. 호프먼 판사는 노골적으로 '시카고 7'을 적대시하며 '난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유죄를 판결할 거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여기에 애초에 체제에 순응하는 것을 거부한 반전 운동가들은 수시로 법정을 무시하고, 그럴 때마다 호프먼 판사는 법정 모독죄를 목청껏 외쳐댄다. 이러한 가운데 슐츠 검사와 컨슬러 변호사는 그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주변인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검사와 변호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판사와 피고인이 장면 대결을 하는 이상한 상황.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바로 이 이상한 상황을 통해 '시카고 7'의 재판이 얼마나 불공정했도, 말도 안 되는 것이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만약 아카데미 위원회라면, 그래서 2021년 아카데미의 부분별 수상을 결정할 수 있다면 나는 일단 각본상은 무조건 아론 소킨에게 줄 것이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를 통해 스타 각본가로 이름을 떨친 그는 미국 내 여러 영화제에서 각색상, 각본상 등을 다수 수상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소셜 네트워크]로 각색상을 1회 수상한 것이 전부이다. 아카데미도 이번 기회에 아론 소킨을 좀 더 확실하게 대우할지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강점이 있는 아론 소킨의 능력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굳이 관심이 없는 미국의 반전 시위에 대한 이야기에, 그것도 여러 캐릭터로 인하여 복적 거리는 영화를 아즈 깔끔하게 정리하여 흡입력 있는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각본상과 더불어 조금 더 후하게 준다면 감독상을 줘도 무방할 듯하다. 최소한 아론 소킨의 감독 데뷔작 [몰리스 게임]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훨씬 완성도가 높다.

워낙 캐릭터가 많아 주연상 후보에 오를만한 배우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한 명 고르자면 율리우스 호프먼 판사를 연기한 프랭크 란젤라에게 남우 조연상을 안겨줄 것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유일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호프먼 판사는 판사라는 직분을 망각하고 '시카고 7'에 대한 불공정한 재판을 벌여 영화를 보는 내내 미움을 독차지하는데, 프랭크 란젤라는 밉상 호프먼 판사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연기해냈다. 내가 만약 송사에 휩쓸려 저런 엿 같은 판사를 만난다면 재판이 끝나기 전에 화병으로 죽일지도...

사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보기 전에는 살짝 겁이 났다. 2시간 9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부담스러웠다. 극장이 아닌 거실 소파에서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 힘든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이른바 상업 영화가 아닌, 아카데미를 겨냥한 영화라면 더욱더. 게다가 1960년대 반전 시위가 소재이고, 장르 또한 딱딱한 법정 영화이니 내가 지레 겁을 먹을만했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딱딱하지도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더더욱이 산만하지도 않았다. 2시간 9분 동안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아론 소킨의 각본과 연출력은 완벽했다. 벌써부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2021년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라는 말이 있던데,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이다.


[힐빌리의 노래] - 가족이라는 이름의 고문과 희망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 가브리엘 바쏘, 헤일리 베넷

예일대 법대생 J.D 밴스(가브리엘 바쏘)는 미래를 결정할 면접 기회를 어렵게 얻는다. 하지만 중요한 바로 그때, 고향에 있는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에게 연락이 온다. 어머니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다음날 중요한 면접이 잡혔지만 '집에 와주면 안 되겠니?'라는 누나의 간절한 호소에 결국 J.D는 차로 10시간이 넘는 거리인 고향으로 향한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증오를 회상하며...

[힐빌리의 노래]는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거부로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 J.D 밴스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미국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 가문에 태어난 J.D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어머니인 베브(에이미 아담스)이다. 혼자의 힘으로 린지와 J.D를 키워낸 베브는 평소엔 다정한 엄마이지만 가끔 꼭지가 도는 날이면 분노조절장애 환자처럼 J.D.에게 막무가내 폭력을 행사한다. 병원 간호사로 일하여 환자의 약에 몰래 손을 대기도 하고, 결국 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저지른 황당한 사건으로 병원에서 쫓겨나며 베브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J.D는 문제아들과 어울리며 마약, 도둑질, 폭력 등을 저지른다.

그런데 그런 J.D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 또한 가족이다. J.D의 할머니(글렌 클로즈)는 자신의 딸인 베브가 J.D를 부양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J.D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그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바른길로 인도한다. 사실 베브가 그렇게 된 것은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도 있다. 고등학교를 전교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우등생이었지만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그녀 또한 폭력과 가난을 대물림 받은 것이다. 할머니는 그러한 가난의 대물림을 베브를 마지막으로 끊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 J.D에게 희망을 건다. 그러한 희망은 J.D에게 무거운 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성공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솔직히 조금 낡은 이야기이다. 가난을 딛고 일어선 성공 스토리, 발목을 잡는 가족, 그리고 끝까지 그를 믿고 지지해 주는 연인, 이건 우리 70년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패턴이 아니던가. 특히 아들의 발목을 그렇게 잡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마약을 끊지 못해서 J.D를 괴롭게 하는 베브를 보면 "난 어머니 따위 필요 없어."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J.D를 바른길로 인도한 할머니가 눈에 밟힌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은 후 J.D만이 이 불행한 가족을 책임질 유일한 희망이었음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먹을 빵 한 조각을 J.D에게 양보하며 희망을 키워 나갔던 것이다. J.D는 그러한 할머니의 소망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아론 소킨의 각본과 연출력 덕분에 재미있게 본 영화라면 [힐빌리의 노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정말 경탄할만하다. 특히 할머니를 연기한 글렌 클로즈의 연기는 어마어마하다. 영화 중반까지 저 배우가 글렌 클로즈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이다. 물론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뭐 일찌감치 알고는 있었지만 [힐빌리의 노래]에서 그녀의 연기는 역대 최고라고 할만하다.

내가 만약 아카데미 위원회 2021년 아카데미의 여우 주, 조연상은 무조건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에게 갖다 바칠 것이다.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괜히 공동으로 노미네이트되어 둘 중 하나만 상을 줘야 하는 불상사는 결코 피해야 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실제 인물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모습이 영화 속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는 연기를 뛰어넘어 실제 J.D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되어 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솔직히 [힐빌리의 노래]는 내가 그렇게 선호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소재 자체가 낡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저렇게 낡은 가족주의를 이야기하나?' 싶을 정도이다. 영화의 내용도 결국 잘 키운 아들 하나가 온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 시대에 그것이 맞는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글렌 클로즈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 덕분이다. 두 여배우의 연기력은 [힐빌리의 노래]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과연 올해 두 배우의 연기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배우의 영화를 만날 수 있을는지...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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