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스 다신의 <네이키드 시티>를 방불케 할 만큼 범죄 수사 과정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형사 스릴러 영화. 구로사와의 초기 걸작이라고 할 이 영화에서 구로사와는 주인공 무라카미의 발걸을 따라가면서 패전 뒤 혼돈 상태에 빠진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가 하면 선악의 판단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젊은 형사인 무라카미는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권총을 잃어버린다. 분노와 수치심으로 가득 찬 그는 미친 듯이 권총을 찾아 헤매지만 찾을 길이 없다. 곧 그는 나이 많고 노련한 동료형사인 사토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아 나선다.”

참고 : https://blog.naver.com/ghost0221/60104895629

불운은 사람을 성장시키든가

무너뜨리든가 둘 중 하나다

자네는 무너질 생각인가?

그거, 제 콜트입니다

도난당했어요

저만 그런 얼간이 짓을 안 했으면...

풋내기가 무턱대고 남의 집을 턴

뻔하고 뻔한 사건이야

하긴 피해자에게 있어선

엄청난 사건인 듯하지만

훔쳐간 건 4만엔이지만

결혼하기 위해 3년 걸려 모은 돈이라서

또 3~4년 일해야만 하네

그때쯤이면 여자의 한창 때도 지나버리고

신랑은 전쟁 때부터 계속

10년이나 기다리다 지쳐서 말야

돌려달라며 아픔도 잊고 울고 있어서

정말로 사람 죽이는 콜트야

콜트가 없었으면

브라우닝으로 했겠지

우리 집도 보다시피

다 쓰러져가는 집이지만

그쪽 집도 심하더군

그건 인간이 사는 게 아니야

더러운 것에는 구더기가 솟아난다는 건가

"세상에는 악인은 없다. 나쁜 환경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불쌍하네요

안 되지, 안 돼. 그런 생각은 우리에겐 금물이야

범인만 쫓아다니다 보면 자주 그런 착각을 일으키지만

한 마리의 승냥이 때문에 상처 입은 많은 양을 잊어선 안 되지

많은 행복을 지켰다는 확신이 없다면

형사 따윈 절대 구원받을 수 없어

범인의 심리분석 같은 건 소설가에게 맡겨두는 거야

난 단순히 녀석들을 미워해

나쁜 놈은 나쁜 거야

전 아직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이 안 됩니다

오랫동안 전쟁에 가 있으면서

인간이란 것이 극히 간단한 이유로 짐승이 되는 걸

몇 번이나 봤거든요

응, 자네와 나의 연령 차인가?

아니면 시대의 차이일까?

아, 그거, 그거...

그 전후파라는 것일세. 자네는

자네는 지나치게 상대를 잘 아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군대에서 돌아오다 열차에서 가방을 도둑맞았어요

심하게 엉망진창으로 독이 올라섰었죠

그때였다면 강도 정도 아무렇지도 않게 했겠죠

그렇지만 여기가 갈림길이란 생각에

저는 반대 방향으로 지금 일에 지원했습니다

그 사람... 날 위해 나쁜 짓을 한 거야

하지만 나라도 용기가 있었다면 스스로 훔쳤을지도 몰라

쇼윈도에 이런 걸 내보여둔 게 잘못된 거야

우리들... 이런 걸 사기 위해선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돼

전부 세상이 나쁜 거야

군대에서 돌아오는 사람의 배낭을 훔치는 세상이

하지만 군대에서 돌아오며 배낭을 도둑맞은 건 그만이 아니야

나도 도둑 맞았어

난 이렇게 생각해

세상도 나빠

하지만 모든 걸 세상 탓하며

나쁜 짓을 하는 녀석은 더 나빠

그치만 나쁜 녀석은

엄청 으스대며 맛난 것을 먹고 예쁜 옷을 입고 있어

나쁜 짓을 하는 놈이 이기는 거야

정말로 넌 그렇게 생각해?

그럼 왜 그대로 안 하는 거지?

“패전 뒤 혼돈 상태에 빠진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가 하면 선악의 판단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하고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초기(걸)작 ‘들개’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전이지만 이미 자신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나게 본 영화면서 자주 떠올리던 영화라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패전 후 어렵사리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중의 일본, 아직은 엉성함으로 가득한 도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점점 도시는 범죄와 낙오자들로 가득하게 된다. 분실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범죄를 통해서 바라보는 시대상은 무척 인상적이지만 나중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설익은 연출이라 할 것이고 날것의 느낌이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더 만족스러웠고 마음에 들기도 하다.

찌는 듯한 무더위

잔뜩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되는 계절

초짜 경찰의 총기 분실이라는 큼지막한 잘못

분실된 총기로 인한 범죄로 인한 당혹과 곤혹감

도시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그리고 범죄자들의 속성과 나름대로의 이유

경찰과 범죄자들 서로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거리의 규칙

패전 이후 세상에 대한 순응과 불응 그리고 그 갈려짐으로 인한 전혀 다른 삶의 궤적

“<네이키드 시티>를 방불케 할 만큼 범죄 수사 과정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영화지만 단순히 범죄에 관한 영화가 아닌 구로사와 아키라가 이후에도 보여주는 사회에 대한 관찰과 선악에 대한 그리고 도덕적인 질문이 함께 곁들여지고 있어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완성과 짜임새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주 떠올리게 되고 생각나게 되는 영화기도 하다. 아직은 덜 완성된 수준이지만 어쩐지 더 말끔한 연출이었다면 이렇게 생동감 있게 만들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러 가지로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탁월하다.

비슷한 경험을 했음에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두 젊은 남성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범죄를, 도덕을, 도시를, 사회를 그리고 온갖 것들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무더위로 가득한 일본의 여름 속에서 계속해서 뭔가를 묻고 있고, 고민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