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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죽지 않아, 불사의 스파이 열전... [블러드샷], [에이바], [루키스]
13  쭈니 2020.10.29 14:53:53
조회 127 댓글 0 신고

내가 산 주식이 폭락하고 있어서 우울한 마음에 지난 며칠간 무작정 때리고 부수는 액션 영화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빈 디젤 주연의 SF 액션 영화 [블러드샷],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냉혹한 킬러 이야기 [에이바], 왕대륙 주연의 얼치기 스파이 액션 [루키스]까지... 이들 영화의 특징은 단 한 가지, 주인공이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디 내 주식들도 죽어도 죽지 않고 다시 상승하기를 바라며... ^^


[블러드샷] - 이래서 밸리언트 유니버스를 이끌어 갈 수 있겠어?

감독 : 데이브 윌슨

주연 : 빈 디젤, 에이사 곤살레스, 가이 피어스

아내와 함께 휴가를 보내던 특수 요원 레이 개리슨(빈 디젤)은 정체불명의 적의 습격으로 아내와 함께 살해된다. 하지만 혈액 속에 수많은 나노봇을 주입하는 최첨단 프로젝트 '블러드샷'을 통해 부활한 레이는 놀라운 치유력과 가공할만한 슈퍼 파워를 통해 아내를 죽인 자들을 향한 복수에 나선다. 하지만 그것은 에밀 하팅(가이 피어스) 박사의 음모. 그는 레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숙적들을 처치했던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레이는 '블러드샷' 프로젝트의 동료인 케이티(에이사 곤살레스), 천재 해커 윌프레드(라몬 모리스)의 도움을 받으며 하팅 박사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DC 확장 유니버스(DCEU) 등 이미 미국의 유명 코믹스를 영화화하고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는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인 편집장이었던 짐 슈터가 1989년에 설립한 비교적 신생 코믹스인 밸리언트도 자사의 슈퍼 히어로들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블러드샷]은 그 첫 번째 주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밸리언트 유니버스의 최대적은 MCU도, DCEU도 아닌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13일 북미에서 개봉한 [블러드샷]은 픽사 애니메이션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에 막혀 개봉 첫 주 2위에 만족해야 했고, 북미 누적 1천2백5십만 달러를 버는데 그치며 4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조차 건져내지 못했다. 물론 그건 [블러드샷]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가 쫄딱 망했으니 [블러드샷] 입장에서는 운이 없었다고 할만하다.

일단 [블러드샷]은 굉장히 전형적으로 시작한다. 특수 요원이 악당에게 부인을 잃고 슈퍼 히어로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그런데 그러한 전형성은 영화 초중반에 곧바로 깨진다. 아내의 죽음은 하팅 박사가 거짓으로 끄며 놓은 가짜 기억이었던 것. 초중반에 이미 반전을 투척한 이 영화는 레이가 하팅 박사의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케이티, 윌프레드와 팀을 이뤄 독립하면서 진정한 슈퍼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불사의 슈퍼 히어로 '블러드샷'으로 재탄생한 레이의 능력은 놀라운 치유력. MCU의 울버린, 데드풀과 비슷하다. 단지 다른 것은 '블러드샷'의 치유력은 나노봇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블러드샷'은 그 어떤 공격을 당해도 나노봇에 의해 즉각적으로 치유되는데 이쯤 되면 말 그대로 죽어도 죽지 않는 셈이다. 나노봇은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 중인데 언젠가는 10억 분의 1미터 단위의 나노봇이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며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침입을 찾아내 공격할 수도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니 '블러드샷'의 불사의 치유력은 마냥 허황된 설정만은 아닌 셈이다.

솔직히 [블러드샷]은 빈 디젤의 영화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그냥 아무 생각에 없이 즐기기에 딱 알맞은 영화이긴 하다. 문제는 '과연 [블러드샷]이 밸리언트 유니버스를 이끌어갈 영화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내 개인적인 대답은 NO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려 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와 비슷하다. 4천5백만 달러라는 제작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탓에 볼거리조차 충분하지 못했던 [블러드샷]은 그냥 킬링타임용 SF 액션 영화로 딱 알맞다. 영화의 흥행 성적도 충분하지 않으니 밸리언트 유니버스가 자리 잡기 위해서라면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에이바] - '나의 살인은 정의로운가?'라는 고민에 빠진 킬러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주연 : 제시카 차스테인, 콜린 파렐, 존 말코비치

타깃 제거 100%를 자랑하는 킬러 '에이바'(제시카 차스테인).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다. 혼란스러웠던 가족사로 인하여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고, 타깃을 제거하기 전에 조직의 금기를 깨뜨리고 타깃에게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묻기도 한다. 조직의 수장인 사이먼(콜린 파렐)은 '에이바'의 돌출 행동이 언젠가 조직에 큰 해가 될 것이라 여겨 그녀를 제거하려 하지만 '에이바'의 스승인 듀크(존 말코비치)가 사이먼을 막아선다. 결국 사이먼은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듀크를 없애고 '에이바'에게 선전포고를 하지만 도리어 '에이바'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

조직에게 배신당한 킬러의 이야기. 씨네21의 이용철 기자는 '요원을 쓰다 버리는 음모, 지겹다'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나도 공감한다. [에이바]의 기본 스토리는 너무 뻔하다. 그래도 한 가지 [에이바]가 비슷한 킬러 영화와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이바'의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라는 사실이다. 한때 모범생이었던 '에이바'는 대학 시절 음주운전과 알코올, 마약 중독으로 나락에 빠진다. 여기에 아버지가 자신의 외도를 감추기 위해 '에이바'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면서 '에이바'를 절망에 빠뜨린다. 결국 '에이바'는 군에 입대하고, 근 제대 후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청부살인 조직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그녀가 뛰어난 킬러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양심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신이 제거해야 할 타깃이 죽어 마땅한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에이바'와 듀크의 관계도 흥미롭다.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군에 입대한 '에이바'가 청부살인 조직에 들어간 것은 듀크 때문일 것이다. '에이바'에게 있어서 듀크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듀크를 제거했을 때 '에이바'의 분노는 걷잡을 수없이 커진다. 특히 '에이바'가 동생의 약혼자인 마이클(커먼)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제안했다가 동생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였지만 자신은 정의롭다고 믿었던 '에이바'가 동생의 약혼자를 탐하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악마의 본성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에이바'는 타깃을 제거하는데 있어서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예전에도 무시무시한 킬러였는데, 더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이렇게 '에이바'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한 이 영화는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모든 것을 망쳐 버린다. 사이먼은 듀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이바'를 제거하려 할 정도로 조직에 충실하다. 그런 그가 '에이바' 처리에 직접 나설 정도면 이건 조직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그는 곧이 '에이바'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기습의 이점을 포기한다. 같은 킬러 출신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일까?

더 큰 문제는 사이먼이 애초에 '에이바'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이바'와 사이먼의 대결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인데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으니 미지근하다. 오히려 '에이바'에게 절룩거리며 쫓기는 사이먼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차라리 다른 부하 킬러에게 청부를 하던가, 자신이 직접 하고 싶었다면 몰래 기습을 하던가, 이도 저도 아닌 사이먼의 최후는 한때 A급 액션배우였지만 지금은 B급으로 몰락한 콜린 파렐의 처지를 보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에이바]는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인 듯하다. '에이바'가 사이먼을 제거한 후에도 영화는 끝을 맺지 못한다. 사이먼의 딸 카밀(다이애나 실버스)가 아직 '에이바'를 노리고 있으며 조직도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 부디 '에이바'의 상대가 될만한 킬러를 투입하길... 참, 90년대 여전사의 대명사였던 지나 데이비스가 '에이바'의 어머니로 나와 반가웠다. [롱 키스 굿나잇]때의 그녀라면 충분히 '에이바'의 상대가 될 수 있을 텐데... 세월이 무상하다.


[루키스] - 대놓고 유치하니 오히려 볼만하더라.

감독 : 원금린

주연 : 왕대륙, 밀라 요보비치, 장용용, 데이비드 맥기니스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SNS 관종, 펑(왕대륙)은 마천루 꼭대기에 누가 먼저 올라가느냐를 두고 경쟁을 하다가 우연히 국제 테러조직의 비밀 거래 장소에 착륙하고 만다.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말발 하나로 위기에서 벗어난 펑. 그런데 그날의 해프닝 덕분에 테러리스트 아이언 피스트(데이비드 맥기니스)를 쫓는 국제 첩보조직 팬텀의 수장 브루스(밀라 요보비치)에 의해 스카우트된다. 드디어 폼 나는 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펑에게 브루스는 단순 운반책의 임무만 맡긴다. 하지만 단순 운반책으로 만족할 펑이 아니다. 펑은 동료들을 모아 직접 작전에 참가했다가 실패하고, 그로 인하여 아이언 피스트의 테러는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다.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는 우리가 해결한다. 펑과 동료들은 직접 아이언 피스트를 막기 위해 나선다.

밀라 요보비치가 나오길래 나는 [루키스]가 왕대륙을 캐스팅하여 중국 시장을 노린 미국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밀라 요보비치를 캐스팅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노린 중국 영화더라. 일단 영화의 만듦새로만 따진다면 높은 평점을 주기가 상당히 어려운 영화인 것은 맞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 전개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어느 부분 한 군데를 콕 집을 수도 없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 전개가 그냥 엉망진창이다.

펑이 아이언 피스트를 막는 것을 무슨 재미있는 놀이처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금린 감독 역시 이 영화를 만들면서 무슨 재미있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만들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영화는 한없이 가볍다. 영화 후반 펑의 동료가 아이언 피스트에 의해 두 다리를 잃고 영화가 잠시 진지해지려 하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아이언 피스트의 테러를 막는 방법이 단순해도 너무 단순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애초에 [루키스]는 진지하게 볼 영화가 아니다. [블러드 샷]도, [에이바]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은 [루키스]이다. 이 영화의 장르는 첩보, 액션이지만 마치 만화 영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액션 같기도 하다. 굳이 비슷한 영화를 고르라면 지난 5월 넷플릭스에서 본 일본의 판타지 액션 영화 [강철의 연금술사]와 병맛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일본 영화 [은혼]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루키스]를 재미있게 보려면 차라리 병맛을 즐기려는 태도가 가장 알맞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래서 [루키스]가 나름 재미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몸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회사 업무를 일찍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벌러덩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봤는데, 말 그대로 영화 자체가 아무런 생각도 필요치 않고 무슨 애들 장난처럼 만들어 놓아서 오히려 보는 내내 즐거웠다. 특히 다리가 달린 자동차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저게 말이 돼?'라는 생각보다는 '녀석, 유치한데 재미있게 노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루키스]는 2편을 살짝 암시하고 끝난다. 인터폴 소속이지만 의욕 과다로 항상 상사에게 혼만 나던 먀오(장용용)가 팬텀에 스카우트되고, 죽은 줄 알았던 펑이 살아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글쎄... 아무리 그래도 2편이 나오면 그걸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뭐 한 번쯤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두 번째도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저 한번 재미있게 즐긴 것으로 만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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