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때의 장점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극장에서는 깜박 졸았어도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없고, 예전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려 볼 때는 1박 2일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영화를 보지 않으면 연체료를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선 그런 것 없다. 영화를 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중에 다시 봐도 된다. [대체불가 당신]과 [돈렛고]가 그런 경우이다. [대체불가 당신]은 2주 전 거의 2/3를 보다가 중간에 끊었고, [돈렛고]는 1주일 전 초반 10분 정도만 보다가 역시 보기를 중단했었다. 물론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그렇기에 지난 추석 연휴 시간을 내서 두 영화 모두 끝까지 관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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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당신] - 담담하게 슬픔을 참았기에 더욱 슬펐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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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테파니 레잉

주연 : 구구 바샤-로, 미치엘 휘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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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은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샘(미치엘 휘즈먼)과 애비(구구 바샤-로). 이제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가장 행복해야 할 그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애비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것. 희망을 잃지 않고 암 치료를 받지만 애비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결국 애비는 홀로 남을 잭에게 죽기 전, 새 짝을 찾아주겠다며 나선다. 하지만 애비가 잭의 새 짝을 찾아 나서면 나설수록 애비와 잭의 관계는 어색해진다. 살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되는 걸까?

[대체불가 당신]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과 그러한 여주인공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어쩌면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전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비록 애비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이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한 모습은 영화에서 애비 뿐만이 아니다. 애비와 절친 관계인 마이런(크리스토퍼 월켄) 또한 죽음을 바로 눈앞에 둔 말기 암 환자이지만 오히려 소소한 인생의 재미를 즐기며 여유롭게 죽음을 기다린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그것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며 덤빌 법도 한데 [대체불가 당신]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내가 애비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몇 날 며칠을 울면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인생은 계속될 테니까.

일단 [대체불가 당신]은 배우들의 매력이 출중한 영화이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미스비헤이비어]에서 매력을 발산했던 구구 바샤-로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말기 암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엉뚱하게 약혼자인 샘의 새 짝을 찾아 주겠다고 나서는 애비는 톡톡 튀는 매력과 죽음을 앞둔 슬픔을 함께 표현해낸다. 샘을 연기한 미치엘 휘즈먼도 순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몇 편 보긴 했지만 그의 연기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대체불가 당신]에서는 확실히 내게 미치엘 휘즈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구구 바샤-로와 미치엘 휘즈먼 외에도 조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애비의 친구이자 멘토인 마이런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월켄의 연기는 물론 스티브 쿠건, 케이트 맥키넌의 모습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케이트 맥커넌의 경우는 거의 대사가 없을 정도로 비중이 낮은 캐릭터라서 깜짝 놀랐다. [고스트버스터즈], [나를 차버린 스파이]에서 보여준 그녀의 코믹 연기가 [대체불가 당신]에서 어떻게 발휘되나 기대했는데, 그녀는 그저 말기 암 환자 중 한 명으로 잠시 등장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빵빵한 조연이라니... 그래도 보는 맛은 있었다.

비록 관객의 눈물샘을 억지로 쥐어짜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뺨에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러내렸다. 배우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관객에게 '이래도 안 울어?'라고 재촉하는 영화보다는 슬픈 상황인데 눈물을 꾹 참고 견디는 영화가 개인적으로 더 슬프다고 생각하는데 [대체불가 당신]이 딱 그러하다. 당시 내 상황은 며칠 전 내과에서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판정을 받고 간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간암이라면...이라는 두려움 생각을 안고 있었고, 그러한 두려움이 애비의 상황에 더욱 깊게 몰입하게 만들었나 보다. (다행히도 간 초음파 결과 담낭에 아주 작은 돌이 몇 개 발견된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괜히 겁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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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렛고] - 과거오와의 통화가가 현재의 나를 구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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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이콥 아론 이스터스

주연 : 스톰 레이드, 데이빗 오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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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렛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아니다. 2019년 8월 30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5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스릴러 영화이다. 사실 5백만 달러의 흥행 기록이라면 흥행 폭망이라 할 만도 하지만 소재가 워낙에 독특해서 니름 기대를 했던 영화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넷플릭스 이번 주 신작 코너에서 발견을 했고, [판타지 아일랜드]와 함께 [돈렛고]를 보려 했지만, 예상보다 가족들이 일찍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초반 부분만 본 후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돈렛고]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린 조카 애슐리(스톰 레이드)를 비롯하여 형의 가족이 모두 끔찍하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을 겪은 형사 잭 래드클리프(데이빗 오예로워). 그런데 어느 날 죽은 애슐리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처음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잭은 그러나 애슐리가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시간대에서 전화를 걸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잭은 다른 시간대의 애슐리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애슐리를 구하려 한다.

사실 [돈렛고]의 내용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하여 다른 시간대의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꽤 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멀게는 무전기로 서로 소통하는 [동감]과 [프리퀸시]가 있고, 드라마 <시그널>이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있다. 바로 [폭풍의 시간]이라는 영화다. [폭풍의 시간]은 뇌우가 치던 날 낡은 TV를 통해 25년 전의 소년과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돈렛고]가 가장 비슷한 영화를 찾으라면 김봉주 감독, 손현주, 엄지원 주연의 2015년 개봉작 [더 폰]이라 할만하다. [더 폰]은 아내가 살해당한지 1년 후 아내인 연수(엄지원)의 전화를 받은 동호(손현주)의 이야기로 동호는 [돈렛고]의 잭이 그러했듯이 연수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렇게 비슷한 소재의 영화, 드라마가 여럿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러한 소재의 영화에 끌리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방금 내가 언급한 영화들 모두 재미있게 봤기에 (아쉽게도 <시그널>은 아직 못 봤다) [돈렛고]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돈렛고]는 재미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그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잭이 과거의 애슐리와 통화를 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조금 어설펐고, 그로 인한 마지막 반전도 크게 놀랍지 않았다. 등장인물이 한정적이다 보니 용의자 또한 예상이 가능한데 딱 내가 예상했던 대로 영화가 진행되어 김빠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 영화가 한 가지,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 다른 것이 있다. 과거의 애슐리의 행동으로 현재의 잭이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설정인데, 다른 영화들이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의 인물을 구하는 내용이라면 [돈렛고]는 과거의 애슐리와 현재의 잭의 상황이 서로 맞물려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조금 기대 이하이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어 과거와 소통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기본적인 재미는 갖추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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