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도전 토론토 대학교
enterskorea 2020.09.28 15:15:07
또 하나의 도전 토론토 대학교
중학교 1학년, 한창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 우연히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에 적응해갈 무렵 3P에서 주관하는 단무지 행사를 통해 독서가 내 인생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 뜻 없이 아버지의 강제에 못 이겨 참여하게 되었지만, 독서가 이끄는 매력을 사뭇 느낄 수 있었다.
첫 모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날 정도로 어린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교과서와는 달리 책으로부터 전해지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고, 따뜻한 말이 오고가는 사람 냄새와 격려와 칭찬으로부터 오는 자존감이 나를 독서와 독서 모임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약 2년을 모임에 참석했다. 독서 모임에서의 2년은 지금의 날 만든 뿌리와 같은 존재다. 책을 읽는 습관이 잡히니 서서히 의식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었고, 아버지로부터 배우는 경험의 지혜와 더불어 비교적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놀라운 점은 아직도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더 깊은 생각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논어 필사’다. 물론 논어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난 좌절했다. 나이도 어린데 공자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만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지금 당장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느껴지는 것이 없어도 뭐라도 쓰라고 말씀하셨다.
논어의 첫 구절과 함께 내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두 줄에 불과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6개월 후, 난 달라져 있었다. 최소 6줄 이상을 쓰게 되었고 생각에 자신감이 붙었다. 더불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어 의식의 확장이 일어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의식 확장은 독서 모임에서, 두 번째 확장은 논어 필사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여기에 더해 내 인생에서 여행이 빠진다면 허무할 만큼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매년 아버지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고 눈으로 직접 담은 세계의 모습에서 그 무엇보다 많은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중학교 3년이란 시간은 이성과 현실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시간이 되었고 평생에 걸쳐 지녀야 할 가치관을 자리 잡게 했다. 여기에 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논어 필사와 여행을 통해 성장한 나의 모습과 성공 가능성을 봐주신 아버지께선 중3 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주셨다. 3년간 공부했던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정도면 다 자랐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모든 일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날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현실에서의 난 어리고 작은 그저 16살의 소년이었을 뿐이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맞이한 세계는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안겼다.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내 발목을 잡았고 그때마다 의지하고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많이 무섭고 떨렸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결국 경험의 지혜가 되었다. 독서와 논어 필사를 통해 배웠던 이성적 가르침들을 현실에서 나에게 시험해본 중요한 시간들이 되기도 했다.
2019년 난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12학년이 된 어느 날 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난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서명란에 내 이름을 쓰고 지원했다. 학교에 한국인이 거의 없는 터라 당선될 기대도 안 했을 뿐더러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인 만큼 그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투표가 진행되기 일주일 전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후보자들 간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발표를 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란 것을 그 때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난 당선이 되었고 학생들로부터 가장 진정성 있는 스피치를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독서와 논어 필사로 인한 의식 확장과 핵심강사협회에서 배운 스피치 능력 덕분이었다.
학생회의 회장을 맡아 학교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리더로서 가져야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학생회장이란 직책을 맡아 일 년을 보냈던 것은 많은 수고를 필요로 했지만 더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마쳐갈 무렵 내 마지막 목표는 토론토 대학교로의 진학이었다. 마치 꿈만 같던 대학,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되며 가졌던 단 한 가지 목표인 토론토 대학교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다양한 입시 정보를 연구했다.
캐나다 대학교들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성적만 잘 맞추면 입학하기 수월해진다. 한국 대학교와 달리 상대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악한 입시 정보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준비를 하니 그동안의 노력의 성과로 나는 토론토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토론토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색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외국 교육에서 ‘생각’이란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과제들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쓰는 에세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내가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내 생각을 쓰는 에세이 과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논어 필사를 통한 글쓰기, 인문 고전을 넓힌 생각의 범위는 나로 하여금 외국 교육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총 4년간의 고등학교 유학 기간 동안 수많은 시련들이 날 아프게 했고 무너지게 만들었지만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게 되었다. 지금 합격의 기쁨으로 차오르는 내 마음속에 떠나지 않는 생각은 항상 나를 믿어주시고 바른 길로 인도하며 도와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대한 고마움과 감사다.
한때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UN 사무총장을 꿈꿨던 나에게 토론토 대학교 합격은 그 첫 걸음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 기다리겠지만 나는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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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부만이 최고가 아니다
2. 독서로 만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3. 십대, 논어로 살아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