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하는 영화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톡톡히 고생 중이다. 개봉 일자 잡는 것도 만만치 않고, 막상 개봉을 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보다 관객이 70~80%가량 급락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2019년 최고 흥행작이 1,626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이었지만, 2000년 현재 최고 흥행작은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코로나19가 상륙하기 전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 수는 고작 475만 명이다. 코로나19 이후로만 따진다면 지난 8월에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인데 관객 수는 435만 명이다. [극한직업]의 관객 수와 단순 비교를 해본다면 27%밖에 되지 않는다. 영화 관계자들에게 2020년은 저주의 해로 기억될 듯. 문제는 이 저주의 해가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제발 2021년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어찌 되었건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고, 그래도 영화는 꾸준히 개봉한다. 작년과 비교해서 흥행 손실이 뻔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창고에 묵혀둘 수는 없는 영화들... 오늘은 코로나19의 저주에 직격탄을 맞은 세 편의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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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 열 번 찍으면 나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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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동원

주연 : 오태경, 신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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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크게 흥행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누적관객 243명을 동원할 정도의 영화 역시 아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만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올해 관객 수의 10배 이상은 동원하지 않았을까? (10배 이상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누적관객 수가 2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함정)

[시,나리오]는 9년째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영화감독 경태(오태경)가 멀리 떠나려다가 한때 연인이었던 다운(신소율)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집 앞에서 텐트를 치며 어이없는 스토킹을 한다는 내용이다. '설마 이게 다야?'라고 묻는 분들을 위해 장담한다. 정말 이게 다다. 다운은 어이가 없다. 기껏 헤어진 남자 친구가 갑자기 자기네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자신을 감시한다는 그 누구라도 어이가 없고,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런데 경태는 태연하다. '내가 딱히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경태. 그렇긴 하다. 그래서 더욱 다운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경테와 헤어진 후 다운은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 인디 가수 율(허규)인데, 경태가 눈을 부릅 뜨고 감시를 하든, 말든 다운은 율을 집으로 불러 데이트를 한다. 그런데 다짜고짜 경태가 다운의 집으로 쳐들어 오더니 어느새 경태와 율은 친구 사이가 된다. 내 편이 있으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 다운. 이번엔 친구 해림(한은선)에게 SOS를 친다. 그런데 웬걸. 해림이 와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다운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꽤 흥미진진하다. 실제로 영화 속 제3자인 율과 해림은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다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헤어진 애인이 갑자기 나타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스토킹을 한다. 불법이 아니기에 경찰을 불러도 소용이 없다. 게다가 이 뻔뻔한 애인은 온갖 핑계를 대고 당신의 앞에 얼쩡거린다. 조금 섬뜩하지 않은가? 나는 이미 그 사람과 끝났는데, 그 사람은 아직 안 끝났다며 치근덕거린다. 이걸 우리는 스토킹이라고 하고, 이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헤어진 애인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에 대한 뉴스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보지 않았던가.

예전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한때 미인을 얻기 위해 한 남자의 끈질긴 구애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 싫은 건 싫은 거다. 싫어 미치겠는데 열 번 찍는다고 좋아질 리가 없다. 열 번 찍으면 나무가 아플 뿐이고, 결국 쓰러져 죽을 뿐이다. 우리 스토킹을 미화하지는 말자. [시,나리오]를 다운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괴로워 죽겠는데 주변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더 속을 뒤집어 놓는 영화이다. 그래서 나는 뻔뻔스럽게 스토킹을 하는 경태보다, 경태의 스토킹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율과 해림이 더 미웠다.

물론 경태는 악의가 없다. 그저 다운에게 미련이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운 곁에 있으면 다시 다운이 자신을 예전처럼 사랑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을 뿐이다. 그리고 결국 경태는 다운의 마음을 인정한다. 자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미 경태를 향한 다운의 마음을 떠나버렸음을...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고 아팠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은 미련을 떨치고 나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결국 [시,나리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용기를 얻기 위해 경태가 다운을 괴롭히는 내용이다. 뭐 좋게 좋게 끝났으니 된 거 아니냐고?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헤어진 애인의 집에 텐트를 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내가 장담하건대, 영화처럼 좋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100%다.

[시,나리오]는 뻔뻔한 경태에게 짜증이 났고, 무감각한 율과 해미를 욕하면서 본 영화이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신소율의 재발견이다. [나의 PS 파트너]에서 비록 잠시 출연했지만 그래도 꽤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배우로서 뜨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런데 하필 올해 그녀의 주연작이 두 편이나 개봉했다. [시,나리오]와 [태백권]. 그녀도 참 복이 없다. 그래도 나는 신소율이 언젠가는 관객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나리오]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영화이지만 신소율의 귀엽고 당찬 연기만으로도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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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 그녀는 못한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그녀에게 못한다고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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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최윤태

주연 : 이주영,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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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야구 영화이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스포츠가 야구이다 보니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 보는 편인데, 솔직히 축구 영화와 비교해서 야구 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야구소녀]가 개봉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 때문에 야구 영화로는 드물게 [야구소녀]를 극장에서 관람하지는 못했다. 결국 [야구소녀]는 3만7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후 쓸쓸히 OTT 서비스로 넘어왔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몇 십만 명의 관객은 충분히 동원했을 정도로 꽤 괜찮은 영화였는데...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 주수인(이주영)이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부터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며 고교 야구팀의 금녀의 벽을 허물었던 수인.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결코 허물어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프로 야구팀의 벽이다. 비록 최고 구속은 134km에 불과하지만 볼 회전력이 좋은 수인은 결국 프로 팀 지명을 받지 못한다. 이제 그만 현실을 생각하라며 야구를 그만두고 직장에 다니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수인은 새로 부임한 최진태(이준혁) 코치 덕분에 너클볼을 장착하고 프로팀 트라이아웃에 참여하는데...

이 영화는 굉장히 담백하다. 사실 편견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에도 최초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편견을 부수고 최초의 무엇이 되는 사람에 주목하고 영화를 통해 그들의 업적을 칭송한다. 문제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편견을 부수고 최초가 되는 과정에서 영화적 과장법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구소녀]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묵묵히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을 뿐인 수인의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다.

수인의 집은 가난하다. 무능력한 아버지 귀남(송영규)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매번 떨어지고 급기야 부정 시험을 치르려다가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한다. 결국 수인의 집은 어머니인 해숙(염혜란)이 공장 식당 아줌마로 일하며 버는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렇기에 장녀인 수인의 어깨는 무겁다. 영화는 가난한 집안에서 장녀로 태어난 수인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장면을 넣을 법도 한데, 놀랍게도 최윤태 감독은 그저 자신의 꿈을 좇는 수인의 모습에 집중한다. 귀남이 경찰에 체포되고, 해숙이 경찰서에 가 있는 동안 수인이 어린 동생을 돌보지 않고 훈련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장면에서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를 욕할 수는 없다. 그녀는 그저 꿈을 좇는 어린 소녀에 불과하니까.

물론 해숙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헛된 꿈을 좇아 허송세월을 하며 가족을 힘들게 한 귀남을 보며 해숙은 수인만큼은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자가 프로야구 선수라니,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해숙은 지금이라도 꿈을 포기하고 현실로 돌아오라고 수인을 다그친다. 하지만 해숙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나이에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실패는 포기하는 순간 찾아온다. 나는 최소한 20대까지는 꿈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30대가 되어서 해도 늦지 않다. 너무 일찍 꿈을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테니까.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라는 진태의 조언에 따라 수인은 너클볼 연마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드디어 어렵게 잡힌 프로야구 구단의 트라이아웃에서 수인은 너클볼로 멋진 활약을 펼친다. 프로야구 구단에는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미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은 평균 시속 130km의 직구를 가지고 있어도 7년 연속 10승을 거두었다. 이 세상 모든 프로야구 투수가 강속구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수인이 트라이아웃에서 프로 타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은 그렇기에 통쾌하고 짜릿했다.

결국 수인은 꿈을 이룬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단장(유재명)의 말대로 수인에겐 앞으로가 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수인은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갈 것이다. 비록 이 영화는 실화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 담백하다 보니 마치 실화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주영의 매력적인 연기도 영화의 재미에 한몫한다. 경기 장면조차 없지만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을 가지고 있고, 최초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수인을 통해 감동도 전해준다. 정말 이 영화처럼 프로야구에 도전하는 여자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는 나는 내가 좋아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그녀 또한 수인처럼 어렵게 그 자리에 섰음을 알기에... 그런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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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 판소리 영화의 딜레마, 결국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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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정래

주연 :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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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993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였다. 요즘은 천만 관객을 동원해야 화제가 되지만, 27년 전 당시에는 서울 단관 개봉으로 백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는 큰 사회적 이슈였다. 하지만 [서편제] 이후 판소리 영화는 좀처럼 명맥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임권택 감독이 2000년 [춘향뎐], 2007년 [천년학]을 연출했지만 [서편제]와 같은 흥행 파괴력은 부족했다. 그만큼 판소리 영화가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나는 판소리 영화에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다. 한창 혈기왕성했던 20대 시절에 개봉한 [서편제]는 내게 너무 고리타분한 영화였고, [천년학]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나마 [춘향뎐]만이 내게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2007년 당시 영화부 기자를 꿈꾸고 있었던 나는 어느 작은 영화 매체에서 임권택 감독의 인터뷰에 참가했다가 임권택 감독에게 [춘향뎐] 친필 사인이 담긴 DVD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자체도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판소리 영화에 대한 좋은 추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판소리 영화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의 스타트는 류승룡, 배수지가 주연을 한 2015년작 [도리화가]였다. 나름 흥행을 위해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호칭을 얻은 아이돌 출신 배수지를 캐스팅했지만 그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가수의 노래와 '소리꾼'의 판소리는 근본부터가 다른데 배수지의 판소리는 비전문가인 내가 듣더라도 판소리라고 하기에도 굉장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 후 판소리 영화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의 방점은 엄태구, 이혜리 주연의 2019년작 [판소리 복서]가 찍었다. 판소리와 복싱을 접목시킨 이 기괴한 괴작은 내게 더 이상 판소리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그런 내가 굳이 [소리꾼]을 본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조정래 감독은 배우에게 어설픈 판소리를 맡기는 것보다는 아예 전문 '소리꾼'을 캐스팅하여 연기를 맡긴 것이다. 이는 오정해를 캐스팅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연상시킨 과감한 도전인데, 나는 어쩌면 [소리꾼]이 [서편제]의 뒤를 잇는 전통 판소리 영화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소리꾼]은 10만에도 못 미치는 8만2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채 쓸쓸하게 극장에서 퇴장했다. 판소리 영화의 망작으로 평가받는 [도리화가]도 31만7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음을 감안한다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소리꾼]도 [도리화가]와 엇비슷한 관객을 동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소리꾼]은 영조 10년을 배경으로 아내 간난(이유리)가 납치되자 간난을 찾아 나선 '소리꾼' 학규(이봉근)의 이야기이다. 학규는 사고로 시각을 잃은 청이(김하연), 장단잽이 대봉(박철민)과 길을 나서는데, 가는 도중 몰락 양반(김동완), 땡중 등과 함께 하며 일행은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결국 고위 권력층과 손을 잡은 인신매매 집단에게서 간난을 구해낸다.

주인공의 이름이 학규이고, 그의 딸은 청이이다. 이 정도면 다들 눈치챘겠지만 [소리꾼]은 '심청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제 학규는 간난을 찾아 나서면서 '심청전'을 즉흥으로 만들어냈고, 그의 '심청전' 판소리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서 학규가 간난을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는 '춘향전'이 활용되는데, 이렇듯 [소리꾼]은 '심청전'과 '춘향전'을 통해 간난을 찾아 나선 학규의 모험을 재미있게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봉근의 연기력이다. 학규는 굉장히 파란만장한 역경과 마주하는 캐릭터인데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이봉근은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학규가 대중들 앞에서 판소리를 하는 장면은 감동적인데, 그가 연기를 하는 순간 그 감동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래서 판소리 영화는 참 어렵다. 연기가 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판소리가 어색하고, 판소리가 되는 '소리꾼'을 캐스팅하면 연기가 어색하고... 첫 데뷔부터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 [서편제]의 오정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쉽지만 [소리꾼]은 절반이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영화이다. 그래도 최근에 본 판소리 영화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나았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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