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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새] - 공허한 분위기가 숨통을 조여오는 범죄 스릴러
13  쭈니 2020.09.22 16:33:30
조회 73 댓글 0 신고

감독 :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주연 : 알리시아 비칸데르, 라일리 코프, 나오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진새]라는 이상한 제목의 영화에 자꾸 눈길이 갔다 아마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는 넷플릭스 홍보 자막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공허한 눈빛의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모습에 끌렸을 수도 있다. 원래는 넷플릭스 최신 화제작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볼 계획이었지만 어느새 나의 손은 [지진새]로 향하고 있었고, 그대로 선택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지진새]는 참 이상한 분위기의 영화이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인데, 범죄 스릴러 장르 다운 간장감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단지 일본에서 번역가로 생활하는 루시(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잔잔한 일상을 조용히 따라갈 따름이다. 사실 일본에서 그녀의 삶은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직장도 있고, 함께 현악기를 연주하는 취미 생활 동호회도 있다. 게다가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일본인 남자친구 테이지(나오키)까지 사귀었으니 그녀가 일본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일 따위는 없어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릴리(라일리 코프)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일본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는 하나에서 열까지 루시가 챙겨줘야 하는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루시와는 달리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문제는 릴리와 테이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루시가 깨달으면서부터이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절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지금까지 안정적이었던 루시의 내면은 서서히 무너지고 만다.

영화는 처음부터 릴리의 실종과 해변가에서 발견된 신원불명의 여성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루시를 의심하게 만든다. 경찰이 루시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루시는 경찰에게 릴리와 테이지에 대해 진술하면서 화면은 자연스럽게 루시의 과거를 조명한다. 그러면서 루시와 릴리, 그리고 테이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주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잔잔한 분위기가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 숨통을 조여온다. 차라리 긴박한 분위기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스릴러 영화의 익숙한 분위기 덕분에 사건의 진실에 대한 집중이 더 잘 되었을 텐데, [지진새]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고집한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진실보다는 루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잔잔한 분위기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누가 릴리를 죽였나?'라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루시의 과거를 통해 한 사람이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루시가 8살 때 루시의 오빠는 친구들과 함께 나무 위에서 책을 보고 있는 루시에게 돌을 던졌다. 루시는 오빠가 크고 뽀족한 돌을 집어 든 것을 보고 오빠를 향해 뛰어내렸는데, 루시의 오빠는 뒤로 넘어지면서 죽고 만다. 루시가 14살 때 루시는 친구의 집에 방문했다가 친구의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다. 며칠 후 루시는 친구의 아버지에게 임신을 한 것 같다는 사실을 알렸고, 친구의 아버지는 자살을 한다. 하지만 루시는 임신을 하지 않았다. 루시에겐 그러한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 일본에서도, 그리고 릴리에게도, 어쩌면 그건 루시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루시는 스스로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러한 죄책감이 루시의 삶을 공허하게 만든다.

[지진새]는 처음엔 릴리의 살인범으로 루시를 의심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루시가 느낀 죄책감이 무게가 슬픔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제목인 '지진새'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후에 지저귄다는 전설의 새를 뜻한다. 지진이라는 공포와 불안감을 극복한 후 아름다운 새의 소리가 들리듯, 루시 또한 자신을 짓누르는 죄책감의 무게를 버리고 행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공허한 눈빛에서 자그마한 희망이 발견된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라니... 별 이유 없이 [지진새]를 선택한 나의 감이 이번엔 맞아떨어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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