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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할 소소한 스릴러 영화들... [프리즌 이스케이프], [포스 오브 네이쳐], [딥워터]
13  쭈니 2020.09.18 14:43:12
조회 66 댓글 0 신고
왜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바짝 긴장이 하고 싶은 날. 사실 긴장감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아주 가끔은 긴장감을 통해 지루함에서 탈출할 수 있다. 사실 시작은 [더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더 플랫폼]을 보며 느낀 긴장감이 나쁘지 않아 Seezn에서 스릴러 영화 몇 편을 더 골라 봤다. 뭐 그저 그런 스릴러 영화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스릴러 영화도 있었지만, 그래도 스릴러 본연의 임무인 긴장감만은 확실히 내게 안겨줘 그런대로 만족한 영화들이다.


[프리즌 이스케이프] - 자극적이지 않은데 묘하게 극한의 긴장감을 안겨준다.

감독 : 프란시스 아난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다니엘 웨버, 마크 레너드 윈터

197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여전히 인종차별 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에 백인 인권운동가인 팀 젠킨(다니엘 래드클리프)과 스티븐 리(다니엘 웨버)는 부당한 인종차별에 항의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프리토리아 감옥에서 팀은 12년, 스티븐은 8년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팀과 스티븐은 이대로 가만히 순응하며 감옥에 있을 생각이 없다. 두 사람은 가족과 떨어져 감옥에 수감된 양심수 레너드 폰테인(마크 레너드 윈터)과 함께 탈옥 계획을 세운다. 팀이 세운 계획은 나무를 깎아 열쇠를 만드는 것, 간수의 눈을 피해 각기 다른 십 여개의 열쇠를 만들어야 하지만 결국 팀은 해내고, 팀과 스티븐, 레너드는 감옥을 탈옥하여 자유의 몸이 된다.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시작 전부터 '이 영화는 실화다'라고 강조한다. 실제 이 영화는 팀 젠킨의 자서전 <인사이드 아웃 : 프리토리아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자인 팀 젠킨이 죄수 역으로 카메오 출연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탈옥 영화치고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잔잔한 편이다. 하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과한 영화적 설정을 넣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탈옥 영화의 고전 [빠삐용]처럼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헤치고 목숨을 걸고 자유를 탈옥을 하는 극적인 장면 따위는 [프리즌 이스케이프]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리즌 이스케이프]가 지루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팀과 스티븐이 프리토리아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감옥 생활에 적응하는 다른 양심수와는 달리 탈옥이라는 위험한 저항을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는 팀과 스티븐, 레너드가 탈옥하는 과정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꼼꼼하게 관객에게 전해준다. 그러한 꼼꼼함은 영화 속의 상황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마치 내가 탈옥을 하려는 양심수가 된 것처럼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팀과 스티븐, 레너드가 탈옥에 성공하여 흑인 전용 택시에 올라 시내를 빠져나가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속으로 환호를 지르게 된다. 그들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 끊임없는 투쟁을 선택했고, 그들의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감옥에서 맞이한 햇살과 탈옥 후 거리에서 맞이한 햇살은 얼마나 다를까. 영화 자체가 너무 현실적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나도 오랜 억압 끝에 자유를 되찾은 듯한 착각을 느꼈다.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출연했던 수많은 영화 중에서 내 개인적으로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인 듯싶다. 사실 그는 [우먼 인 블랙]을 시작으로 [혼스], [빅터 프랑켄슈타인], [정글], [건즈 아킴보] 등 결코 심상치 않은 영화에 출연하며 '해리 포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동안은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어색했는데, [프리즌 이스케이프]에서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 그렇기에 '해리 포터'의 팬으로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변신은 다른 한편으로는 섭섭하면서도 시원했다. 그에게 영원히 '해리 포터'로 남아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으니...


[포스 오브 네이쳐] - B급 스릴러 액션으로 치부하기엔 캐스팅이 너무 매력적이잖아.

감독 : 마이클 폴리쉬

주연 : 에밀 허쉬, 케이트 보스워스, 멜 깁슨, 데이빗 제야스

도시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최악의 허리케인이 몰아치던 어느 날, 경찰 카딜로(에밀 허쉬)는 신참 파트너와 함께 도시에 남아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다. 도심의 한 아파트에 몇몇 고집불통들이 대피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딜로는 아파트로 향한다. 하지만 하필 그때 악명 높은 범죄 집단이 아파트에 숨겨진 고가의 그림을 훔치기 위해 침입하면서 사생결단의 대결이 펼쳐진다. 카딜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존(데이빗 제야스)이 이끄는 범죄 집단과 맞서 싸우며 사건을 해결한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포스 오브 네이쳐]는 전형적인 B급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뭐 특별한 것은 없다.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도심의 아파트에서 경찰과 범죄 집단이 서로 총격전을 펼치는 것이 내용의 전부이다. 여기에 약간의 개성을 살린 것은 대피를 거부하는 고집불통 아파트 주민 캐릭터뿐이다. 과거 경찰 서장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레이(멜 깁슨)와 레이를 설득하기 위해 아파트에 온 의사이자 레이의 딸 트로이(케이트 보스워스)를 비롯하여 백인 경찰을 경멸하는 흑인 입주자와 나치가 훔친 고가의 그림을 소유한 노인까지... 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많다.

하지만 마이클 폴리쉬 감독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중심은 카딜로와 트로이인데, 왜 아니겠는가. 잘 생긴 남자 주인공과 예쁜 여자 주인공의 조합은 언제나 먹히지 않던가. 게다가 한때 잘나가는 A급 영화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던 에밀 허쉬와 케이트 보스워스를 캐스팅한 만큼 그들을 최대한 활용을 하겠다는 감독의 의도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레이이다. 무려 멜 깁슨이다. 전설적인 호주의 SF 액션 영화 [매드 맥스]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리쎌 웨폰] 시리즈를 통해 명성을 이어나갔고, 직접 연출한 [브레이브 하트]로 아카데미를 석권했으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통해 종교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온갖 구설수에 오르며 오랜 슬럼프를 겪어야만 했다. 2017년 [핵소 고지]가 국내 개봉할 때까지 나는 멜 깁슨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 정도이다. 만약 [포스 오브 네이쳐]가 멜 깁슨을 잘 활용했다면 최소한 내 추억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레이는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활약 없이 영화 후반부에 허무한 최후를 맞이한다. 아!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라는 아쉬운 한숨만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B급 액션 스릴러 영화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의 역할이 아쉬웠고, 존의 최후에 대한 마지막 마무리가 어이없었지만, 멜 깁슨도 반가웠고, 오랜만에 보는 케이트 보스워스, 에밀 허쉬도 반가웠다. 영화의 완성도는 분명 아쉬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추억의 배우들만으로도 99분을 투자한 보람은 있었다. 뭐 그걸로 된 것 아닐까?


[딥워터] - 언니의 답답한 행동만 참고 견뎌내면 그 뒤엔 스릴이 기다린다.

감독 : 요아힘 헤덴

주연 : 모아 감멜, 매들린 마틴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해안에서 겨울 다이빙을 즐기는 이다(모아 감멜)와 투바(매들린 마틴) 자매. 아름다운 심해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낙석이 투바를 덮치고 만다. 낙석에 깔린 투바는 수심 33미터 바다 아래 갇힌다. 투바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다뿐이다.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 이다는 투바의 산소가 바닥이 나기 전에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이다의 기지로 투바는 낙석에서의 탈출에 성공하고, 물 밖으로 나온 이다와 투바는 극적으로 구조된다.

사실 [딥워터]를 스릴러 영화의 범주 안에 넣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딥워터]는 명백히 재난 영화이다.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동생 투바를 구해야 하는 이다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콩닥 콩닥거리는 스릴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에겐 낯선, 북유럽에 위치한 스웨덴의 차가운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차가운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는 한다지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있다. 바로 이다라는 캐릭터의 답답함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투바를 구하지 못한 이다의 트라우마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투바를 구하며 이다에게 동생을 돌보지 못했다며 나무란다. 그리고 곧바로 영화는 성년이 된 이다와 투바를 보여준다. 결혼 생활이 파경 되기 일보 직전인 이다는 오랜만에 어머니와 투바를 만나기 위해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이다와 투바는 문제의 그 해안에 간다. 굳이 겨울 다이빙을 하겠다며...

영화의 러닝타임은 81분이다. 보통의 짧은 영화도 러닝타임 90분을 채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딥워터]는 다른 영화보다 10분이나 짧은 셈이다. 그렇게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영화는 굉장히 급하게 진행된다. 이다의 캐릭터를 제대로 완성도 하기 전에 그저 트라우마만 안겨준 채 어린 시절과 똑같은 상황 속에 이다를 빠뜨린다. 이번엔 어머니가 도와줄 수도 없다. 이다 혼자 투바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다는 갈팡질팡하며 짜증을 내고 시간을 허비한다. 영화를 보며 이다의 행동이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몇 번이나 쳐야 했다. 마치 고구마를 물도 없이 먹는 기분이다.

자동차 트렁크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도움을 청하겠다며 1km 이상 떨어진 외딴 집으로 달려가더니 그곳에서 한 짓이라고는 고작 집을 지키는 개를 칼로 찔러 죽는 것뿐이다. 낙석에 깔린 투바는 여러 차례 이다에게 '제발 진정해'라고 타이르지만 도대체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이다는 짜증만 낸다. 그래도 무사히 투바를 구해냈으니 다행이다. [딥워터]에서 느낀 스릴의 대부분은 이다의 답답한 행동에서 기인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다야말로 [딥워터]의 긴장감 수훈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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