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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뮤턴트] - 우리 조금 더 살아보면 안 될까?
13  쭈니 2020.09.16 10: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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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쉬 본

주연 : 블루 헌트, 메이지 윌리암스, 안야 테일러 조이, 앨리스 브라가

드디어 극장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 이토록 절실하게 방역당국의 발표를 기다렸던 적은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 시행을 한지도 어느덧 3주째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고 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라서 나 역시 식당 출입은 물론 극장 출입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방역당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하면 극장 출입에 대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제발 2단계로 하향 조정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아직은 조심해야 방역당국이 월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이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아들은 오는 주말에 [테넷]를 보러 가자고 한다. [테넷]을 극장에서 못 볼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이제 며칠만 기다리면 올해 나의 최고 기대작인 [테넷]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주말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되는 첫 날인 월요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나는 당장 [뉴 뮤턴트]를 예매한 것이다. 아내가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렇다고 나를 막아설 명분은 없다. 내가 이 순간을 3주간이나 기다렸단 말이다.

솔직히 [뮤 뉴턴트]를 오랜만에 혼자 극장에서 보기에 상당히 불안한 영화이다. [뉴 뮤턴트]는 2018년 일찌감치 제작이 완료되었지만 영화적 완성도가 부실하다는 제작사의 판단으로 재촬영을 거듭하며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렇게 미뤄져 어렵사리 개봉일을 잡았지만 하필 코로나19 사태를 만났으니 역대급으로 불운한 영화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뉴뮤턴트]의 불운은 영화 스스로가 자초한 셈이다. 게다가 조쉬 본 감독은 [뉴 뮤턴트]의 장르가 공포라고 공언했으니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뉴 뮤턴트]의 관람을 고민해야만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겁이 나지는 않았다. 아마도 드디어 극장에 갈 수 있다는 기쁨이 나의 겁을 잠시 상실시켰나 보다. 그렇게 월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저녁식사는 극장 팝콘으로 대신하고 [뉴 뮤턴트]를 보고 왔다.

다행히(?) 무섭지는 않았다.

극장 안은 한산했다. 130여 석의 상영관에 나를 포함해서 관객이 1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내에게 오히려 극장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우겼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 그렇기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만약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다분히 겁쟁이 다운 걱정이 나에게 밀려왔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다 보니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뉴 뮤턴트]는 나의 기준에서도 전혀 무서운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의 공포 장르를 기대하고 본 관객이라면 실망스러웠겠지만, 오히려 내겐 다행스러웠다.

영화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대니(블루 헌트)의 마을이 폭풍으로 인하여 쑥대밭이 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폭풍이라면 비바람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니의 마을에는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눈보라가 몰아쳤고, 폭풍을 피해 도망치던 대니는 무언가 거대한 괴수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대니는 정신을 잃었고 그녀가 깨어난 곳은 어느 비밀 시설이다. 닥터 레예스(앨리스 브라가)는 대니에게 폭풍으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고 대니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녀가 갇힌 시설은 이제 막 능력을 각성한 뮤턴트가 안전하게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게 교육을 하는 시설이고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게 되면 뮤턴트 히어로 집단인 '엑스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니는 비밀 시설에서 레인(메이지 윌리암스), 일리야나(안야 테일러 조이), 샘(찰리 허튼), 로베르토(헨리 자가)를 만나면서 닥터 레예스가 뭔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비밀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니는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레인 덕분에 점차 시설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닥터 레예스는 대니의 능력을 알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결국 대니의 놀라운 능력이 밝혀진다. 하지만 도저히 그 누구도 대니의 능력은 컨트롤할 수 없기에 결국 대니에 대한 폐기처분이 결정되는데...

대니의 능력에 대해서...

[뉴 뮤턴트]의 영화적 재미는 단연 대니를 비롯한 뮤턴트들의 능력이다. 그들의 각기 다른 능력은 캐릭터의 개성을 극대화한다. 외로운 대니에게 단짝이자 연인이 되어 주는 레인의 능력은 늑대로의 변신이다. 그러한 레인의 능력은 영화 후반부 대니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리야나의 능력은 현실 도피와 오른쪽 팔이 무쇠 칼로 변신하는 것인데, 일리야나가 어린 시설 집단 강간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비춰보면 일리야나의 능력 또한 캐릭터와 잘 부합된다. 그 외에 불로 변하는 로베르토와 초고속 비행이 가능한 샘의 능력 또한 그들의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문제는 대니의 능력이다. 영화는 마치 비밀을 꽁꽁 숨겨 놓듯이 좀처럼 대니의 능력을 관객에게 알리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놓고 알리지는 않지만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대니의 능력을 눈치챌 수가 있다. 닥터 레예스가 대니를 실험할 때마다 레인, 일리야나, 로베르토, 샘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는데 [뉴 뮤턴트]의 장르가 공포인 이유는 아마도 그러한 그들의 트라우마가 섬뜩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드디어 대니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공포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니는 사람들의 나면 속 두려움을 현실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러한 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에 따른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누구가 자신만의 두려움이 있는데 내 경우는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에서 봤던 머리 풀어헤친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가장 무섭다. 대니의 능력이 나에게도 발휘된다면 내 주위 사방에서 처녀 귀신이 출몰한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다행히 [뉴 뮤턴트]에서는 처녀 귀신을 두려워하는 캐릭터가 없는 덕분에(?) 나의 두려움은 영화에서 실현되지 않았고, 대신 광기에 휩싸인 신부, 불타 죽은 로베르토의 애인, 죽은 광부들만 나온다. 가장 섬뜩했던 것은 일리야나의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장면인데,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려워 떨던 일리야나가 이를 극복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공포보다는 액션에 치중하게 된다.

데몬 베어의 등장, 그리고 너무 갑작스러운 대니의 트라우마 극복

레인, 일리야나, 샘, 로베르토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뉴 뮤턴트]의 하이라이트는 대니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장면이다. 영화 오프닝 내레이션에서부터 인디언의 전설에 나오는 데몬 베어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대니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데몬 베어임을 스스로 밝힌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 인디언 마을을 덮친 것은 대니의 공포가 현실화된 데몬 베어임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데몬 베어는 비밀 시설도 덮친다.

거대한 곰의 습격. 대니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순간 [뉴 뮤턴트]의 스펙터클은 극에 달한다. 대니는 두려움 속에 정신을 잃고, 대신 레인과 일리야나, 샘, 로베르토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데몬 베어와 맞서 싸운다. 비밀 시설은 초토화되고, 어린 뮤턴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 무엇도 데몬 베어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데몬 베어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하이라이트의 빌런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 할수록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데몬 베어의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인하여 [뉴 뮤턴트]는 '엑스맨'의 후손 다운 영화적 재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이다. 데몬 베어가 무시무시한 능력은 [뉴 뮤턴트]를 재미있게 만들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데몬 베어를 무찌를 것인지에 대한 숙제는 남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들은 그러한 숙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엄청나게 일을 벌여 놓고, 대충 수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타깝게도 [뉴 뮤턴트]가 그러하다. 데몬 베어가 워낙에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데몬 베어를 무찌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물론 열쇠는 대니가 쥐고 있다. 대니가 만든 공포이니 대니만이 없앨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 [뉴 뮤턴트]는 죽은 대니의 아버지가 등장하여 짧은 조언을 하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한다. 잠깐... 이렇게 쉽게 데몬 베어를 무찌를 수 있는 것이었어? 부상당한 동료를 뒤로하고 데몬 베어의 콧등을 어루만지는 대니의 모습에서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아마도 말은 안 했지만 레인, 일리야나, 샘, 로베르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좀 더 살아보면 안 될까?

분명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하지만 몇 차례가 개봉 시기가 늦춰지고, 최악의 평가를 받은 영화치고는 나는 꽤 재미있게 봤다. 비록 급수습된 결말이 두고두고 아쉬웠지만 그러한 결말만 제외한다면 뛰어난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이용당하는 '엑스맨' 세계관의 뮤턴트가 가질 수밖에 없는 고통을 잘 표현했고, 데몬 베어의 등장과 더불어 이어진 스펙터클한 재미도 마음에 들었다. 최고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합격점은 주고 싶다.

하지만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합병되면서 [뉴 뮤턴트]는 폭스의 마지막 '엑스맨'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디즈니는 [뉴 뮤턴트]의 속 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니 비밀 시설을 탈출한 어린 뮤턴트의 모험은 [뉴 뮤턴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엑스맨'의 MCU 합류를 기대했던 내 입장에서는 폭스가 디즈니의 인수합병은 반가운 일이지만 폭스의 '엑스맨' 영화가 이렇게 막을 내린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MCU와 별도로 '엑스맨' 영화도 따로 진행이 되면 좋을 텐데... 소니의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뉴 뮤턴트]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대니에게 레인이 손을 내밀며 '우리 조금 더 살아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레인이 내민 손 덕분에 대니는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 대사는 영화 후반 대니가 레인에게 다시 들려준다. 그런데 나는 이 대사가 마치 관객을 향한 [뉴 뮤턴트]의 아쉬움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다. 폭스가 디즈니로 넘어간 만큼 더 이상의 '엑스맨'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뉴 뮤턴트]로 '엑스맨'에 작별을 고하는 것은 '엑스맨' 팬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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