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을 하고 있던 다까끼 신지는 고등학교 친구 미야자끼 마사루(극중에선 ‘마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를 우연히 만난다. 신지는 마사루에게 옛 추억을 생각하며 함께 자전거를 타기를 권한다. 이야기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신지가 마사루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등교하는 장면으로 전환되어 긴 플래쉬 백으로 그 둘의 과거를 뒤돌아보기 시작한다.

소위 문제아인 마사루는 신지를 부하처럼 데리고 다니며 학교 수업은 뒤로 한 채 갖은 말썽을 피운다. 선생님을 골탕먹이거나, 길거리에서 돈 뜯거나, 성인 영화관을 전전하거나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뭔가를 열심히 하려하는 주변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찻집과 술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전히 무료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에게 돈을 빼앗겼던 아이가 데리고 온 권투선수에게 제대로 맥도 못 차리고 두들겨 맞은 사건을 계기로 자극받은 마사루는 권투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신지를 데리고 권투를 시작한다. 하지만 건들건들한 마사루의 그늘 아래 있던 얌전한 신지가 오히려 권투에선 소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의 스파링에서 신지의 카운터펀치를 연속으로 맞으며 무너진 마사루는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면서 권투를 포기하고 신지 곁을 떠나간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홀로 남은 신지는 더욱더 권투에 몰두하게 되고 결국 소속 체육관의 유망주가 무너지는 사건을 계기로 체육관의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잡게 된다. 신지는 여러 번의 경기를 통해 한 단계씩 올라가기 시작하고 야쿠자계로 투신한 마사루도 중간 보스가 살인사건의 뒷처리를 위해 구역을 떠난 사이 중간보스로 성장한다.

한편, 고등학교 시절 마사루와 신지 주변에 있었던 친구들은 만담가로, 그리고 평범한 샐러리 맨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신지는 실패한 복서인 나이 많은 체육관 선배를 따라다니다가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서 계속 시합에서 지게 되면서 권투선수로서의 의지마저 꺾여버리고 만다. 또한 마사루는 자신의 보스가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지나치게 흥분하는 바람에 야쿠자 보스들에게 버릇없는 언행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결국 마사루는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중간보스에 의해 린치를 당하고 만다.

한편,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택시기사로 전업한 친구 역시 어린 부인을 남기고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결국 만담을 하던 두 친구들만이 현실에서 여전히 자신의 자릴 지킬 뿐이고, 신지를 좇아다니면서 권투를 배우던 어리숙한 친구는 다시 신지의 대역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야기는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넘어오고 지난 날 그랬던 것처럼 학교의 운동장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던 신지는 묻는다. "우리들 이제 끝난 걸까?" 하지만 마사루는 "바보야! 아직 시작도 안했어!"라며 소리내어 웃는다.”

참고 : https://namu.wiki/w/%ED%82%A4%EC%A6%88%20%EB%A6%AC%ED%84%B4

우리들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으나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보게 됐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봤다면 더 강렬함을 느꼈을 것 같지만 이렇게 뒤늦게 보니 생각 이상으로 씁쓸한 내용에 뭐라도 반박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어쩐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내일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좌절이 조금이라도 위로-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걸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타노 다케시 최고작으로 꼽진 못하더라도 그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청춘 영화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성장-청춘 영화들을 떠올려 봐도 단연 돋보이는 완성이기도 하고. 약간... 일반적인 유형의 성장-청춘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영화는 마사루와 신지라는 주요 등장인물 2명과 주변적으로 다루는 3명(만담가를 꿈꾸는 2명,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1명)을 통해서 성공보다는 좌절을, “세상은 험하고, 어른은 더럽고, 애들은 어리석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1994년 오토바이 사고로 공백기 후 감독으로서의 복귀작”이라는 점 때문인지 뭔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게 된다.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황이었을 것이고, 그런 중에서도 이런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다.

“마사루와 신지의 마지막 대화 때문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 영화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가 묘사하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퇴나 권하고 체육관 코치는 버팅이나 팔꿈치 치기를 가르친다. 망한 복서는 전도유망한 후배를 끌고 다니며 도움 안 되는 것만 알려 주고, 회사에선 신입사원을 달달 볶으며 과도하게 업무를 떠넘긴다. 애들은 애들대로 멍청해서 뻔히 나쁜 건 줄 알면서도 요령만 피우다 망하고, 조금 컸다고 의기양양하게 조직 상사들한테 대들다가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고”, 이런 식이니 기타노 다케시의 세계관이 달라졌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동안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 흥미롭기도 하고 색다르다는 말도 할 수 있겠다. 만담가를 지망하는 이들은 어쩐지 고생에 대한 보답이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 점에서 모든 이들에게 좋은 미래가 있는 건 아니고 몇몇 사람들만 가능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뭐든 가능하지 않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세상살이의 진실을. 조금은 거칠고 무뚝뚝하게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사실 이런 점은 영화를 기획하던 당시 기타노의 심경이 그랬기 때문이고, 딱히 그의 영화관이 바뀐 게 아니란 건 다음 영화만 봐도 나온다. 한 인터뷰에서 ‘마사루와 신지의 인생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70%는 끝난 거다.’ 라고 말했다. 이는 본인이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을 때 내 인생 70%는 끝난 거 아닐까 하는 경험에서 비롯된 거라”니 그의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극단의 세계가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하지만이라는 말이 계속 입에서 맴돌고 뭔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조금은 달리 보게 되는 것 같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닌 것 같은... 그런 애매한 여운이 이 영화의 장점-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성장-청춘 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 마사루와 신지 둘 다 칭찬할 구석은 딱히 없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누구나 있었던 철없던 모습을 비춰보게 만든다. 열중하기 보다는 산만하기만 했던 모습을, 뭐든 대충이고 건성이던...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특히나 더 그랬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좌절이 어쩐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누구 탓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 함께 괴로워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끝나지 않았음을, 아직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말하는 모습에 그래봤자 더 나빠질 뿐이라는 비관도 하지만 반대로 이제 바닥이니 치고 올라갈 일만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영화 자체도 괜찮았지만 그걸 떠나서 뭔가 자신의 예전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을 보며 스스로를 그리고 과거와 지금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빼어난 점은 바로 그것일 것이고 그걸 해낸 기타노 다케시의 역량을 좋든 싫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리숙하고 뭘 모르고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 청춘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