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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주연 : 이반 마사구에, 조리온 에귈레오, 안토니아 산 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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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닷없이 스릴러 영화에 필이 꽂힌 이유는 별 기대 없이 봤던 [더 플랫폼] 때문이다. 내가 [더 플랫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독특하게만 느껴졌던 설정은 섬뜩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만약 '플랫폼'에 갇혔다는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만 해도 섬찟한데 다르게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 또한 끔찍한 '플랫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더욱 등골이 오싹해진다.

고렝(이반 마사구에)이 스스로 '플랫폼'에 온 이유는 6개월만 버티면 학위를 준다는 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고렝은 6개월 동안 '플랫폼'에서 담배도 끊고 책이나 읽다 나가면 될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플랫폼'에 딱 한 가지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을 때 주저 없이 소설 <돈키호테>를 선택한 것이다. 첫날 48층에서 깨어난 고렝은 트리마가시(조리온 에귈레오)와 만난다. 그는 TV 광고에 속은 분노 때문에 창밖으로 TV를 던졌는데 하필 지나가던 행인이 TV에 맞아 죽었다. 판사는 트리마가시에게 정신병원과 '플랫폼' 중 한곳을 선택하라고 했고, 트리마가시는 '플랫폼'을 선택했다. 문제는 그가 '플랫폼'에 가져온 물건이 식칼이라는 점이다.

트리마가시는 48층이면 괜찮은 층이라고 말한다. '플랫폼'에는 하루에 한 번씩 진수성찬이 차려진 거대한 식탁이 위에서 아래도 전달되어 오는데, 위층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아래층 사람들이 먹는 시스템이다. 그렇다 보니 아래층에 가면 갈수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줄어들고 결국 굶주리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층이 바뀔 때마다 높은 층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위층에서 먹다 남은 음식이 내려오고, 트리마가시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 치우지만 고렝은 위층에서 먹다 남은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을 마음이 안 난다. 왜 위층의 사람들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먹고 아래층 내려보내면 되는데 그러지 않을까? 고렝은 의문이 들지만 트리마가시는 그러한 고렝에게 '자네, 공산주의자인가?'라며 핀잔을 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위층에서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로 배를 채워야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 문제는 한 달 후 171층에서 고렝이 깨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트리마가시는 고렝을 침대에 묶어 놓는다. 171층까지 음식이 내려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트리마가시는 여차하면 고렝의 살이라도 먹을 심산이다. 고렝은 배고픔 때문에 인육을 먹으려는 트리마가시를 이해할 수가 없지만 트리마가시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하긴 그는 자신이 던진 TV에 맞아 죽은 행인은 자신의 탓이 아닌 거짓 광고를 한 광고업자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했었다. 고렝의 살을 먹어야 하는 것 또한 위층의 인간들이 음식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러한 극한 상황을 겪으며 고렝 또한 점차 변해간다.

[더 플랫폼]은 '플랫폼'이라는 감옥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풍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고 그것은 곧 계급이 된다. 누군가는 하루에 몇 억씩 흥청망청 쓰고, 누군가는 몇 천 원이 없어서 하루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굶주린다. 우리 사회의 풍족한 자원을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다면 밑바닥에서 굶주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하면 트리마가시가 고렝에게 물었듯이 공산주의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사실 공산주의가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성공을 하려면 풍족한 자원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하는데, 나눠주는 역할 또한 사람이 하다 보니 독재자가 되고, 결국 부패하며 풍족한 자원을 독차지하려다가 결국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3층에서 깨어난 고렝의 새로운 파트너는 '플랫폼'의 운영진이었지만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애완견과 함께 스스로 '플랫폼'에 들어온 이모구리(안토니아 산 후안)이다. 그녀는 각 층마다 2인분씩 배분을 해주면 아래층 사람들까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모구리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결국 고렝이 나선다. 이모구리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음식에 똥을 싸서 아무도 못 먹게 하겠다고... 자발적인 참여를 원했던 이모구리의 바람은 통하지 않지만 고렝의 강압적인 방식은 통한다. 그렇게 독재자는 태어나는 것이다.

넉 달째 되던 날 고렝이 깨어난 곳은 6층이다. 그의 파트너는 바하랏(에밀리오 부일레)는 탈출을 꿈꾼다. 밧줄을 가지고 '플랫폼'에 들어온 바하랏은 위층 사람들이 돕는다면 6개 층을 밧줄을 통해 올라가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위층 사람들이 아래층 사람을 도와 줄리가 없다. 바하랏은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렝은 바하랏에게 위에서부터의 쿠데타가 아닌 아래에서부터의 쿠데타를 제안한다. 하지만 과연 고렝과 바하랏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이 0층에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해도 이 끔찍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렇게 [더 플랫폼]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관객 스스로가 답을 찾기를 바라며...

내가 [더 플랫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플랫폼'의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다. 마치 일급 호텔의 주방처럼 수많은 세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경영진은 음식 하나하나 체크한다. 하지만 그렇게 우아하게 만들어진 음식은 '플랫폼'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본능만 남은 짐승처럼 소비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회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본능만 남아버린 '플랫폼'의 짐승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부조리한 사회에 순응하며 어쩔 수 없다고 자리 합리화를 하는 트리마가시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이상주의를 쫓는 이모구리같은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부조리한 사회 전복을 꿈꾸는 바하랏같은 사람일까? 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이 또한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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