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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니콜라스 베도스

주연 : 다니엘 오떼유, 기욤 까네, 도리아 틸리에, 화니 아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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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누구나 예전 좋았던 시절이 그리워지게 된다. 나도 그렇다. 특히 젊은 시절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 해본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에서 꽤 인기가 있었고 (믿거나 말거나) 대학교에 다닐 때도 나를 짝사랑하는 후배가 몇 명 있었다는 (나조차도) 믿기 힘든 뜬소문이 내 귀로 들려왔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그 찬란했던 시절을 모태솔로로 허송세월했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도 청춘 드라마 몇 편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카페 벨에포크]는 나와 같은 부질없는 아쉬움을 지니고 있는 관객을 위한 영화이다.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는 한때 잘나가던 만화가였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의 만화를 싣던 신문이 폐간되었고 그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현대 문물을 끔찍이 싫어하는 그는 1970년대를 그리워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아내, 마리안느(화니 아르당)에게 집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는 신세이다. 그런 그가 아들의 친구인 앙투안(기욤 까네)의 초대로 100% 고객 맞춤형 시간 여행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가 선택한 날짜는 1974년 5월 16일 마리안느와 처음 만났던 카페 벨에포크이다. 마치 진짜처럼 그 시절의 풍경을 재현한 세트장에서 행복을 느낀 빅토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이 꿈같은 시간 여행에 흠뻑 빠져 버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 추억에만 머물 수는 없는 법. 빅토르에게도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카페 벨에포크]가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아는 판타지 영화의 시간 여행이 아닌 핸드메이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앙투안은 고객이 원하는 시대를 세트장에 완벽하게 재현하고 배우들을 투입한다. 그러면 고객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시간 여행이 세트장과 배우로 이루어진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몰입을 하게 되고, 진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비록 세트장 건설비, 배우 섭외비 등 비용이 많이 들지만 (빅토르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마리안느와의 공동 소유 별장을 팔아버린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시간 여행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가짜 시간 여행이다 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빅토르는 마리안느 역을 맡은 배우 마고(도리아 틸리에)와 1974년의 추억을 만끽하며 아내와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설렘을 느끼지만, 마고에게 있어서 빅토르와의 시간 여행이 연인인 앙투안과의 사랑싸움의 연장선에 있는 단순한 일일뿐이다. 빅토르가 과거에 있다면 마고는 현재에 있는 셈인데 그로 인하여 감정의 혼란이 뒤섞인다.

하지만 영화답게 모든 일은 술술 잘 풀린다. 과거의 설렘을 겪은 빅토르는 과거에만 안주하지 않고 현재에서도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남편에게 지쳐만 가던 마리안느는 빅토르의 새로운 모습에 그녀 또한 설렘을 느끼게 된다. 서로 티격태격하던 앙투안과 마고 또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훈훈함을 그대로 잘 간직한 결말인 셈이다. 그리고 영화의 훈훈함은 장맛비의 축축함과 일요일의 나른함 때문에 불쾌지수가 오르고 있던 내게도 힐링을 안겨줬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나 역시 아내와 처음 만났던 2002년 가을의 설렘이 떠올랐다. 물론 내가 첫 만남의 설렘을 느끼거나 말거나 아내는 소파에 펑퍼짐하게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지만... 그 모습도 사랑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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