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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양우석

주연 :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신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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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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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연말에 봤던 [강철비]는 내게 굉장히 충격적인 영화였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대부분 껄끄러운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장르 영화의 화법으로 안전한 흥행 전략만을 취했었다. 그러나 [강철비]는 달랐다. 양우석 감독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이라는 실현 가능성이 충분한 과감한 설정을 토대로, 쿠데타를 피해 북한 1호가 남한으로 피신을 했다는 상황으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그리고 영화는 2시간 2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전쟁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쿠데타 세력과 전쟁을 막으려는 남한 정부의 치열한 첩보 전쟁이 펼쳐진다. 여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이라는 군사 강국이 끼어들며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상황을 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강철비]를 보며 북한 1호가 쿠데타를 피해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은 어쩌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아무도 [강철비]의 최종 누적 관객 수가 연말에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445만 명에 그친 것 또한 이 영화가 너무 사실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관객은 이렇게 사실적으로 한반도의 답답한 상황을 그리는 영화보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도 웃음과 감동이 적당하게 버무려진 영화를 더 선호하니까.

하지만 뚝심의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 한술 더 떠서 [강철비 2 : 정상회담]을 만들어 냈다. [강철비 2 : 정상회담]에서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이라는 설정은 전편과 똑같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은 이번엔 상황을 더욱 꼬아 놓았다.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는 상황에서 쿠데타가 벌어지는데 그로 인하여 한국 대통령 한경제(정우성)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 그리고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가 쿠데타 세력인 호위총국장(곽도원)의 인질이 되어 북한의 핵잠수함에 갇히게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과연 이러한 어마어마한 상황을 양우석 감독은 또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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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비밀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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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2 : 정상회담]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영화 속,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강국들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소련의 붕괴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하지만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한다. 이에 미국은 일본을 이용하여 중국의 기세를 꺾으려 한다. 그것이 바로 가케무샤 작전이다. 미국의 계획은 이랬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서 미국 잠수함이 일본 잠수함을 격침한다. 그러면 일본은 중국의 소행이라며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미국은 몰래 일본을 도와준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미국 대신 일본이 눈엣가시 같은 중국과 전쟁을 하는 것이니 미국으로써는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다. 게다가 일본에 무기를 팔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의 속내는 달랐다. 아무리 미국이 도와준다고 해도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군사 강국이다. 중국과의 전쟁은 일본으로서도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센카쿠 열도가 아닌 독도 인근에서 가케무샤 작전을 벌이려 한다. 당연히 상대는 중국보다 군사력이 떨어지는 한국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한국에 미인계를 쓴다. 만약 독도에서 일본과 분쟁이 일어나면 경고 사격이 아닌 공격을 하라며 군부대의 고위 간부를 포섭한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한국이 먼저 공격을 했다며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도와줄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큰 무기 시장일 테니까.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작전을 간파해버렸다는 점이다. (그따위 미인계가 먹히기엔 사안이 너무 거대하다.) 그러자 일본은 중국과 비밀 협약을 맺는다. 중국도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일본과 한국이 전쟁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 실권자인 호위총국장을 매수한다. 호위총국장이 독도 인근에서 일본 잠수함을 공격하면 일본은 한국의 소행이라 트집을 잡고 한국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 중국과 일본의 시나리오이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어 버리면 모든 것이 어긋난다. 중국도, 일본도, 그리고 호위총국장도 어떻게 해서든 북미 평화협정을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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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총국장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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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일본을 통해 은밀하게 호위총국장을 5억 달러로 매수한다. 그렇다면 호위총국장은 돈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려는 걸까? 그건 아니다. 만약 북미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북한이 개방이 될 경우 북한의 일당독재 체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호위총국장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의 원조이다. 만약 호위총국장이 중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만 준다면 중국은 북한에 거액의 원조를 매년 해줄 것이며, 그렇다면 굳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런데 호위총국장은 아예 일본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려 버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서부터 모든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호위총국장이 왜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일본에 핵미사일을 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중국과의 다른 비밀 협약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일본이 한국과 전쟁을 벌여 가볍게 이겨 버리는 것보다는 북한으로 하여금 일본 본토에 타격을 주는 것이 훨씬 이득일 테니까. 중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북한과 남한을 이용해서 자국의 이익만을 도모했던 것이다. 영화 초반 센카쿠 열도에서의 해상 훈련에 한국 정부도 참여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난처해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이 나온다.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센카쿠 열도 해상 훈련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중국의 압박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영화 속 한국의 입장이고, 이것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시키는 대로 하면 중국이 북한에 거액의 원조를 해줄 것이라 믿는 호위충국장의 믿음은 순진한 것이다. 만약 북한 핵 잠수함이 일본 본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중국은 전 세계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중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른척할 것이 분명하다.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는 것이 요즘의 세계정세이다. 물론 아직도 '미국은 한국의 영원한 우방'이라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너무 많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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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한 스푼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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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강철비]에서 북한 1호가 쿠데타를 피해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듯이, [강철비 2 :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쿠데타로 인하여 미국 대통령, 한국 대통령, 북한 위원장이 납치된다는 설정 또한 상당히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라면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만큼 그렇게 호락호락 납치될 리가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세계 정세라는 사실적인 시나리오를 완성한 양우석 감독조차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영화 속에 끼워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양우석 감독은 여기에 회심의 흥행 카드를 추가시킨다. 바로 웃음이다. [강철비]가 첩보 스릴러에 집중한 나머지 관객이 좋아하는 웃음 포인트가 약했다는 지적을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 2 : 정상회담]에서 완벽하게 해소시킨다. 남북미 3국 정상이 납치된 사상 초유의 사건 속에서 과연 어떻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 덕분이다. 스무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델로 한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좌충우돌 돌아이 기질이 다분하다. 그러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스무트라는 코믹한 캐릭터가 별 무리 없이 탄생할 수 있었다. 만약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신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강철비 2 : 정상회담]의 웃음 포인트는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강철비 2 : 정상회담]을 보며 많이 웃었다. 특히 납치된 북한 핵 잠수함 함장 실에서 스무트의 방귀쇼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 터진 강력한 웃음 폭발이었다.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북한 위원장에 맞서 방귀 공격을 퍼붓는 미국 대통령이라니... 그 외에도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여럿 있다. 스무트와 한경제의 대화를 동시통역하는 통역가의 시크한 고충(개그우먼 출신 전영미 연기는 정말 대단), 스무트에게 일장 연설을 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몰라 북한 위원장에게 통역을 부탁하는 한경제의 인간적인 모습 등.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을 [강철비 2 : 정상회담]에서 완벽하게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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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진정 통일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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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제의 기지로 북한 핵 잠수함 내에서도 호위총국장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며 [강철비 2 :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이때부터 한국형 잠수함 액션이 펼쳐지는데... 그동안 인상 깊었던 잠수함 영화 [붉은 10월], [크림슨 타이드] 그리고 최근에 본 [울프 콜] 등과 비교해서도 영화적 긴장감이 전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1999년 민병천 감독, 최민수, 정우성 주연의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 액션 영화 [유령]과 비교해보면 20여 년 만에 한국 영화의 기술력이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알 수가 있다.

북한 위원장과 스무트가 탈출하고 한경제만 북한 잠수함에 남는 상황에서 조금 억지스러운 감동 연출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강철비 2 : 정상회담]은 큰 무리 없이 영화의 재미를 잡아낸다. 그러면서 양우석 감독은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진정 통일을 원하는가?' 영화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한경제와 북한 위원장이 광화문 광장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한경제는 국민들(관객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던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원하지.'라는 대답이 나올 테지만, 어쩌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러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본, 미국은 확실히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강국인 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남북 평화통일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한경제가 이야기했듯이 국민 모두가 일치된 힘을 통일을 염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들은 여론전을 펼치면서 통일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둥,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둥 하면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한반도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이유는 그들의 여론전에 우리가 말려 들어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양우석 감독의 무심코 던진 질문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강철비 2 : 정상회담]은 [강철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속 편 영화임에 분명하다. 전 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웃음과 잠수함 액션의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엔 의미 있는 질문마저 남겼으니 말이다. 물론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그러던가,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