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라며 웃어주면 좋겠다. 작가 차인표의 소설 [오늘예보].
MV제이와이 2020.07.30 11:02:49
<오늘예보>란 소설은 배우 차인표씨가 쓴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첫번째 장편소설인 <잘가요언덕>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러 기사를 접하면서 신작을 낸 배우 차인표씨의 모습이
나름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보여서 흥미를 가지게되었다.
<오늘예보>는
오늘을 힘겹게 하지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자신,
혹은 우리이웃에게 건네는 위로와 말 같은 책이다.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세 명의 남자가 각각 빚어내는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과연 그들은 DJ데블이 예보하는 '오늘예보'의 죽음과 절망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단지 키가 작은 것만으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마누라한테 버림받고 성산대교에서 뛰어내리려는
'나고단'씨,
이름따라 정말 그의 삶은 고단해보인다.
주식투자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보조출연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이보출'씨,
잃어본 자만이 태양의 따스함마저도 감사하다고 느낀다고,
그는 뒤늦었지만 아들 이태평과의 같이 살 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조폭생활에서 벗어나
김밥천국이라도 꾸리며 딸 박봉봉과 행복하게 살 날을 꿈꾸다가
후배녀석의 꼬임에 넘어가 종자돈을 날려버린 '박대수'씨,
희귀병으로 살 날이 정해진 딸은 물론 떼인 돈 찾기까지
그의 삶 역시 고단하기 그지없다.
세상에서 각자 힘든 사연으로
죽음과 행복과 괴로움 사이에서 갈팡지팡하는 세 인물을 그려내며
작가 차인표씨는, 1998년 IMF로 길거리 벤치에서 본 힘들어보이던
수많은 중년의 아버지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며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수많은 가장들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어깨에는
여전히 무거운 짐이 놓여져있다
. 시대가 변했음에도, 힘듬의 무거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우리자신, 혹은 우리이웃에게 필요한 건 물질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삶을 지탱해주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할 거라는 작가의 말.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이 세 사람이 삶의 '고단함'의 끝에서 절망으로 바닥을 내려갈 무렵,
그들의 인생은 마치 '힘듬'의 점들이 하나씩 모여
'우연'을 만들어낸듯이
서로 스쳐가는 인연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그려내게 된다.
그 과정 속에는 당사자들도 몰랐던, 그저 지나가며 던지는 한마디 말과 미소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달리보게 하는 힘이 되었다는
기묘하면서도 훈훈한 삶의 법칙과 메시지가 담겨져있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어서 오라며 웃어주면 좋겠다.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해 주면 좋겠다.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죽지 말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딱 한 번이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이웃들에게 건네는 위트있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 <오늘예보>.
내일을 모른다고 오늘을 버릴 수는 없다.
따끈한 순대국밥을 한번이라도 더 먹고싶어서,
하루를 더 산다면 그것도 삶의 이유가 된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의미를 찾는 것,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기.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작지만 큰 의미이자 이유가 되지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