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몸매에 자신이 없는 나는 젊은 시절 자신 있게 수영복을 입고 해변을 거닐지 못했다. 나이 서른이 되기 전까지 내 몸무게는 50kg을 넘지 않았으니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주변의 남성들 앞에서 자꾸만 위축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여름 휴가철엔 바닷가보다는 산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바닷가에서의 화끈한 연애는 내게 남의 일이었고, 이렇게 영화로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서 더욱 바닷가는 그림의 떡이다. 대신 넷플릭스에서 한 여름 바다의 추억을 담은 영화로 대리만족을 하는 수밖에...

​

​

​

​

​

​

[데스페라도스] -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사랑하기.

​

​

감독 : LP

주연 : 나심 페드라드, 라몬 모리스

​

​

청소년 상담사가 되고 싶지만 너무 솔직한 성격 탓에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좋은 남자라도 만나 결혼이나 할까?라는 마음에 나간 소개팅에서는 상대방 숀(라몬 모리스)에게 단번에 퇴짜 맞으며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던 웨슬리(나심 페드라드)에게 운명적인 남자 제라드(로비 아멜)이 나타난다. 잘 생기고, 매너 있고, 돈까지 많은 이 남자와 사귀기 위해 웨슬리는 모든 것을 남자 취향에 맞춰준다. 하지만 화끈한 밤을 보낸 다음날 제라드는 연락이 없고, 며칠째 제라드와 연락이 되지 않자 화가 난 웨슬리는 술김에 제라드에게 온갖 욕설을 가득 담은 이메일을 보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라드는 멕시코 출장 중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것. 제라드가 이메일을 확인하면 제라드와의 사랑은 끝날 것이 분명한 상황. 웨슬리는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제라드의 노트북에서 이메일을 지우기 위해 멕시코로 날아간다. 그런데 운명인지 악연인지 멕시코 호텔에서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준 소개팅남 숀과 마주치게 되는데...

[데스페라도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섹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완벽하지만 모든 것을 맞춰줘야 하는 남자와 첫 만남에서 최악의 굴욕을 안겼지만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남자, 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얼핏 보기엔 제라드가 훨씬 나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해서 백년해로를 할 생각이라면 제라드는 오히려 최악의 남자일 수밖에 없다. 평생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상대방에게 맞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와는 달리 숀은 최악의 첫 만남 덕분에 오히려 거리낌 없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이다. 결국 [데스페라도스]는 제라드에게 보낸 이메일을 지우겠다며 벌이는 웨슬리의 소동극 중에 웨슬리와 숀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개를 보여준다.

뭐 너무 의도가 뻔히 보이고, 전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길만 하다. 특히 주연을 맡은 나심 페드라드의 온몸을 던지는 코믹 연기가 아주 제대로이다. 제라드에게 보낸 이메일을 지우기 위해 온갖 고군분투를 벌이는 웨슬리. 그리고 웨슬리와 멕시코까지 동행한 두 친구가 벌이는 소동극은 섹시하고, 코믹하면서도 나중에 가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훈훈함도 느낄 수가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내가 멕시코 해변에 간 듯한 착각도 드는데, 대리만족하기에는 아주 제대로인 영화이다.

​

​

​

​

​

​

​

[해변의 밀프] - 남의 시선 신경 쓸 필요 있나? 그냥 즐기면 되지!

​

​

감독 : 악셀 라퐁

주연 : 비르지니 르도엥, 마리 조제 크로즈, 악셀 라퐁

​

​

집을 팔기 위해 집 정리가 필요한 세실(비르지니 르도엥)은 집 정리를 도와줄 소니아(마리 조제 크로즈), 엘리제(악셀 라퐁)과 함께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가득한 옛집에 도착한다. 정든 집을 팔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세실과는 달리 소니아와 엘리제는 해변에서 만난 파릇파릇한 20대 청년과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데... 아들뻘인 청년과 남 눈치 보지 않고 연애를 시작하는 소니아와 엘리제. 하지만 그녀들은 외친다. 남자들이 젊은 여자와 사귀면 능력 있다며 부러움을 받는데 왜 여자들은 젊은 남자와 사귀면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여자의 기대 수명은 남자보다 12년이나 많다. 늙어서 혼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젊은 남자와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데스페라도스]가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섹시함이 노골적이지 않다면 [해변의 밀프]는 아예 노골적으로 40대 여성들과 20대 남성들의 화끈한 연애담을 펼쳐 놓는다. 영화의 제목인 '밀프'는 '섹스하고 싶은 나이 많은 여자'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해변의 밀프]는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화면에 재현시켜 놓았다. 남편과 사별한 세실, 유부남과 희망 없는 사랑 중인 소니아, 이혼녀인 엘리제는 40대 여성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끈한 몸매를 자랑하며 20대 청년들의 구애를 한 몸에 받는다.

솔직히 [해변의 밀프]는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화끈한 섹스 추억담 외에는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그래도 그러한 섹스 추억담 끝에 세실과 소니아, 엘리제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세실은 죽은 남편에 대한 슬픈 기억을 떨칠 수 있게 되었고, 소니아는 별 희망 없던 유부남과의 사랑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엘리제는 사랑에 의한 아픔을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세실의 침실에 둥지를 틀었던 펠리컨이 창문 밖으로 훨훨 날아가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흠... 이 영화는 남성 관객보다는 여성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줄 수 있는 영화일 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