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 제왕의 첩], 노출은 세고, 광기어린 캐릭터가 돋보인 후궁.
MV제이와이 2020.06.15 23:48:00
조여정이 주연을 맡고, 여러모로 이슈를 끌어모았던 <후궁: 제왕의 첩>은 실로 '여인들의 영화, 여인천하, 여성궁중암투'를 그린 작품이었다.
화연, 성원대군, 권유. 이 세 남녀의 얽힌 애증관계를 중심으로 '궁'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암투와 비열하게라도 살아남기... 그것을 살짝 치정극의 느낌을 더해 그린 <후궁: 제왕의 첩>은, 마치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인기드라마 '여인천하'를 보는듯한 치열한 여인네들의 암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성원대군도 있고, 권유도 있고, 여러 내시와 신하들이 있지만, 역시 이 모든 '궁궐 암투'의 실질적인 실세는 '여인들'이었다.
'성원대군의 어머니'의 섭정정치를 중심으로, 궁에 들어온 뒤부터 자신과 자식를 살아남게하기위해 서서히 변해가는 '화연', 그리고 수많은 후궁들까지, 이 궁에서 실질적으로 '남자들을 조종하고 주무르는 인물'들은 바로 무서운 여인들이라는 사실. '한 남자는 한 여자로 완성되고 끝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 영화만큼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영화도 없겠다.
일단, 영화는 초반부터 이야기나 노출씬을 통해 여러가지로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화연과 권유의 사랑과 도망, 하지만, 이내 갈라져 각자의 사연으로 궁으로 입궁하고... 성원대군과 그 주위는 섭정정치로 정신없는 와중에, 중간중간 성원대군의 합방씬 등이 펼쳐지며, 이야기와 적절히 합쳐진다. 하지만, 조금은 뻔한 설정과 정해져놓은듯한 이별씬 등의 연출은 조금 아쉽다고 보여졌다.
'궁중암투' '사연있는 세 남녀'의 애증관계가 더해지면서, 더욱 복잡해져가는 '궁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적 이야기'.... <후궁: 제왕의 첩>의 매력점이자 힘은, 좋게보면 많이 봐온듯한 전개라서 익숙해도 재밌다는 점이고, 안좋게말하면 전체구도는 전형적이어서 익숙한 느낌인 바로 그런 점이었다. 그걸 어느정도 색다르게 느끼게하기위해 노출적인 부분이 좀 강하게 들어갔다고도 생각된다.
그들의 성애와 마음은 일련 '성적인 욕망'으로 대변되면서, 인간 본연의 욕망성을 드러내나, 중요한 건 그걸 마치 왕의 합방을 곁에서 민망하게 지켜보는 신하들처럼 다 보여줄 필요가 어느정도 있었느냐?가 포인트였다. 캐릭터들의 욕망성을 드러내기위해선 보여줄만한 장면이지만, 노출정도는 어느정도 화제성을 위한 선물같기도 했다. 대부분 베드씬에서 열연을 달하는 가련하고 불쌍한 느낌의 성원대군(김동욱)의 합방씬등은 안타까울 정도로 캐릭터의 비극성과 광기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애증과 생존을 목적으로
'광기'로 변해가는 캐릭터들.
허구와 사실을 오가는 팩션의 경계에서, 영화는 묘하게 후반보다 초반이 더 강렬한 힘과 흡입력을 보여주고, 관객의 흥미도도 초반에서 더 강렬하게 작용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초반의 힘이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기보다 익숙한 느낌과 전개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 영화가 갈 길은 '비극'임을 알 수 있었다..
배우들 연기를 보면,
등장부터 캐릭터, 베드씬까지 온통 처절하고 비극적인 가여움으로 가득찬 김동욱씨 연기가 부족한듯 꽉찬듯, 사지가 묶인듯이 모든걸 행해야하는 꼭두각시 왕에서 변해가는 '성원대군'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기도 했고, 조여정씨도 사극느낌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성원대군의 독하고도 무서운 어머니'를 연기한 '박지영'씨의 그 카리스마가 만만치않았다고 생각한다. 독한 캐릭터라서 더 눈에 띄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 죽지않는 불길의 눈빛,
생존, 권력, 광기 등이 모두 어우러져 있는
무서운 그 곳 '궁'...
김대승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났는가하면, 가끔씩 영상이나 전개에서 뭉툭한듯한 전형성을 느끼기도 했다. 배우들 연기도, 가끔씩 연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다양한 색감과 고급스러움을 살린 '의상'들이나 영상 등은 아름다웠다. 영화의 클라이막스까지 '영화같은 영화를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바로 <후궁>을 보고나서 든 느낌이다.
성원대군의 어머니, 대왕대비까지 물리치면서 살아남으려했던 '화연'의 모습에서, 이내 궁의 악순환 고리처럼 영원히 끊이지않을 것 같은 궁 안의 그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존재성의 이유, 생존의 욕망, 성, 권력, 광기 등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진 가장 무서운 그 곳. '궁'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에로티시즘 암투극 <후궁: 제왕의 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