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집에서만 갇혀 지내야 하는 주말이 다가왔다. 정부의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가 6월 14일까지라서 '이번 주만 참자'라는 심정으로 버텼는데, 정부에서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의 무기한 연장을 발표하여 또다시 나를 좌절시켰다. 짜증이 이제 정말 폭발 직전까지 간 상황. 이러한 짜증을 다스리기 위해서 거짓말로 곤욕을 치르는 주인공이 있는 영화들 세 편을 모아 봤다. [특파원]과 [가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이고, [언컷 젬스]는 묵직한 범죄 영화이다. 고위험 시설에 방문해 놓고 거짓말을 해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몰고 온 확진자들에게 이 영화들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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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 코믹한 거짓말로 시작해서 황당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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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릭키 제바이스

주연 : 릭키 제바이스, 에릭 바나, 베라 파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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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뉴욕 지방 라디오 방송국의 간판 기자인 프랭크 보너빌(에릭 바나)과 음향 기술팀장인 이언 피치(릭키 제바이스)는 반군으로 인하여 전시 상황이 된 에콰도르 현지 취재를 나서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출발 직전 아내 엘리너(베라 파미가)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이언의 실수로 여권과 항공권을 잃어버리게 되고, 이 사실이 들통나면 해고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방송국 건너편 다락방에서 에콰도르 현지 방송을 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들의 거짓말이 점점 커지면서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프랭크와 이언은 반군에 인질로 잡힌 것으로 꾸미고, 프랭크와 이언이 반군에게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전역은 그들을 구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진다.

[특파원]은 분명 매력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뉴욕에서 에콰도르 현지 방송을 하는 기자라니... TV가 아닌 라디오 방송이기에 가능한 거짓말이다. 프랭크와 이언은 이 기발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거짓말은 그만 선을 넘고 만다. ' 소문에 의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반군의 배후를 폭로한 것. 물론 그것도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프랭크와 이언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다. 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다. 그렇게 거짓말은 점점 부풀어져만 간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그렇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한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한다. 어느 시점에서 거짓말임을 고백해야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거짓임을 고백하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고백하지 않고 더 큰 거짓말로 자신의 거짓말을 에워싼다. 프랭크와 이언이 보인 어처구니없는 거짓말들은 조금 과장되긴 하지만 거짓말의 전형적인 패턴인 셈이다.

여기에 [특파원]은 프랭크와 이언의 특수한 관계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프랭크는 한눈에 딱 봐도 매력남 그 자체이다. 그에 비해 이언은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찌질남의 전형이다. 방송국 파티장에서 이언의 아내 엘리너는 프랭크와 불륜을 저지른다. 결국 엘리너가 이언에게 이혼을 통보하게 만든 원인제공자가 프랭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여권과 항공권을 잃어버린 이언을 무시하던 프랭크는 자신이 별생각 없이 가볍게 하룻밤을 보낸 유부녀가 이언의 아내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이 모든 사태가 자신의 바람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엘리너의 불륜 상대가 프랭크였음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프랭크와 이언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의 실종을 유명세 얻기와 돈벌이에 이용하는 엘리너를 본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이언은 엘리너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다. 에콰도르 전쟁을 이용해서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의 옐로 저널리즘과 남편의 실종을 유명세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회 운동의 추악한 뒷면이 제시됨으로써 [특파원]은 그저 웃고 즐기는 가벼운 코미디에서 벗어나 저질 언론과 가짜 사회 운동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의 지위를 획득한다.

문제는 결말이다. 프랭크와 이언의 거짓말은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둘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거짓말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특파원]은 프랭크와 이언이 에콰도르로 밀항하여 진짜로 반군에게 납치되었다가 탈출한다는 황당한 결말을 선택한다. 코미디 영화이기에 가능한 황당한 결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랭크와 이언의 거짓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불편한 결말이기도 했다. 나는 진정 프랭크와 이언, 그리고 엘리너가 거짓말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냥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마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태도로... 그래서 [특파원]은 끝 맛이 씁쓸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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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컷 젬스] - 정신없는 전개를 참고 견딜만한 값어치가 있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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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주연 : 아담 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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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래트너(아담 샌들러)의 인생은 거짓으로 가득하다. 미국 뉴욕의 유대인 보석상인 그는 심각한 도박 중독자이다. 그는 도박을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쓰며 위기를 맞이한다. 사돈이면서 사체업자인 아르노는 빚을 받기 위해 뒷골목 건달들을 고용하여 하워드를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하워드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다. 에티오피아 웰로 광산에서 발견된 블랙 오팔 원석을 구한 것. 블랙 오팔 원석을 경매에 높은 가격으로 팔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NBA 스타 케빈 가넷이 블랙 오팔 원석을 빌려 가면서 모든 것이 꼬여 버린다. 케빈은 블랙 오팔이 부진에서 구해줄 행운석이라 굳게 믿으며 약속된 시간에 돌려주지 않은 것. 블랙 오팔 원석을 경매에 내기 위해 하워드의 고군분투는 시작된다.

[언컷 젬스]는 굉장히 정신없는 영화이다.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온갖 거짓말과 임기응변으로 빚쟁이들을 따돌리고 큰 거 한방을 노리는 하워드의 일상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만 한눈을 팔았다가는 영화의 내용을 놓칠 수도 있다. [굿 타임]에서 이미 선보인 사프디 형제의 특기가 한층 진화했다고 한다면 딱 알맞은 설명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신없음을 감당할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영화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박을 향해 몸부림치는 하워드를 뒤쫓다 보면 충격적이면서도 허무한 결말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산 자의 최후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어찌 보면 이 영화 직전에 본 [특파원]하고는 정반대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단순 비교하기엔 영화의 장르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무려 2시간 10분 동안 관객을 휘어잡는 에너지는 사프디 형제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아담 샌들러의 놀라운 연기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아담 샌들러는 코미디 배우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악의 영화를 꼽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도 아담 샌들러는 단골이었다. 하지만 [언컷 젬스]를 통해 그러한 인식은 180도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박을 향해 고집스럽게 다가가는 하워드의 모습을 보다 보면 아르노가 고용한 무시무시한 뒷골목 건달들도 '뭐 저런 놈이 다 있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하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대박이 천신만고 끝에 이뤄지고 나서의 결말은 어떠한가. 아마도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최고로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워드의 비참한 최후는 이 영화의 정신없는 전개를 단 한 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역대급 결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기껏 이것을 위해 위태위태한 거짓 인생을 살았단 말인가? 거짓말의 끝이 어떤 것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결말이 아닐까 싶다.

[특파원]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언컷 젬스]는 뭐야... 뭐야...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영화이다. [굿 타임]은 솔직히 재미있게 보지 못했는데, [언컷 젬스]를 보고 나니 사프디 형제의 영화는 앞으로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영화를 감상하려면 차분한 분위기가 필수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의 정신없는 전개를 놓칠 테니까. [언컷 젬스]를 극장에서 관람했다면 결말의 충격이 훨씬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서 빨리 마음 편안히 극장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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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 - 거짓말로 인생 반전? 영화니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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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프 워들러

주연 : 케빈 제임스, 앤디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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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인생을 살고 있는 샘 라슨(케빈 제임스)에게 소설은 하나의 작은 일탈에 불과했다. 그가 쓰고 있는 소설 '국제 암살자의 회고록'은 당구 친구인 노년의 아모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었는데, 전자서적 출판업자가 다운로드 수를 높이기 위해 '국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으로 제목을 바꾸면서 그는 졸지에 전설적인 암살자 고스트가 되어 버린다. 문제는 그가 고스트임을 확신한 베네수엘라의 혁명군 대장 엘토로(앤디 가르시아)에게 납치된 것. 엘토로는 그에게 부패한 베네수엘라의 쿠에토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의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를 장악한 마약왕 마소비치는 엘토로를 암살하라는 협박하고, 베네수엘라의 권력 2인자 루이스 장군은 마소비치를 암살하라고 지시한다.

졸지에 베네수엘라 3대 권력자를 모두 암살해야 하는 샘. 그에게 유일한 동지는 마약 단속국의 로사 볼리바르 형사이다. 부패한 권력과 협상하지 않는 그녀는 마소비치를 제거하기 위해 샘에게 접근하지만 나중에는 샘의 유일한 동료가 되어 그를 돕는다. 이제 그는 로사의 도움을 받으며 베네슈엘라를 장악한 세 명의 권력자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샘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샘이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쓴 소설이 픽션이었음을 밝혔다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인터뷰장을 도망쳐 나옴으로써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설을 다운로드하고, 그 덕분에 자신의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여 나가자 욕심이 생긴 것이다. [특파원]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언컷 젬스]가 인생 대박을 꿈꾸며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가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은 그저 푼돈 욕심 때문에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가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은 같은 날 본 거짓말 소재의 영화 중에서 가장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이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기에 [특파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약간의 풍자를 곁들인 [특파원]과는 달리 [가짜 암살자의 진짜 회고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말도 안 되는 억지 코미디로 일관한다. 혁명군 수장 엘토로, 마약왕 마소비치, 정부권력 2인자 루이스 장군까지 그들은 회고록 하나만으로 샘이 전설적인 암살자 고스트라고 믿는다. 샘의 정체를 의심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은밀하게 지켜보는 CIA 요원뿐이다. 그러나 CIA 요원들도 샘의 생사를 가지고 내기를 하는 등 적극적이지 않다.

샘은 이 모든 위기를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평생 보험회사 직원으로 사무실만 전전하던 그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영웅적 활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샘의 극단적인 캐릭터 성격 변화를 영화를 그냥 대충대충 전개시킨다. 그러다 보니 '에이 말도 안 돼'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이 영화는 원래 이런 식이야'라며 치밀한 구성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것이 가벼운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특파원]이 그랬던 것처럼 샘은 마지막에 가서 모든 위험을 해결한다. 물론 그가 실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엄청난 행운이 함께 한 것일 뿐이다. 그래도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반전이라는 것도 준비하는 등 나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뭐 그래봤자 킬링타임용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거짓말 때문에 위험천만한 사건에 휘말렸다가 해결하고 그 덕분에 인생 역전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 현실에선 불가능하니 자신이 한 거짓말 때문에 조마조마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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