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B%8D%94%20%EC%99%80%EC%9D%B4%EC%96%B4

이 훌륭한

항상 민망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뒤늦게 알았을 때 어떤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알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감정. 그런 기회가 전혀 없을지라도 괜히 늦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걸 이제야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더 와이어’를 알게 됐다. 호평이 많아 기대가 컸지만 어쩐지 너무 기대하면 실망도 클 것 같아서 설마 하는 기분으로 보게 됐지만... 말 그대로 너무 뒤늦게 이걸 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범죄물/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놓치면 크게 후회할 것 같다.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범죄자들의 대립은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지만, 이 작품의 차별되는 특징은 연출 및 촬영 방식, 그리고 각본에서도 리얼리즘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다르고 이것만의 특별 점을 찾게 된다.

진짜배기

정말 이건 진짜야! 라는 말을 하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범죄물/수사물에 관심이 있고 거기에 사회문제를 더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라도 이 시리즈를 말하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전직 볼티모어 경찰“과 ”볼티모어 경찰 담당 기자“가 각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거창한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실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좀 더 만족스럽게 보게 된다. 반대로 화려함을 찾는 사람이라면 허전하게 느껴질 것 같다. 밋밋하고 어정쩡한 결말에 실망할지도 모르고. ”빈민가와 갱들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경찰 수사 과정 또한 이 드라마에서의 수사 방법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익숙한 잠복, 도청, 탐문 등의 전통적인 수사 방법들이며 경찰들이 수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고 관료주의와 상관들의 정치 놀음에 놀아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사람에 따라서는 겉돌고 있고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범죄물/수사물인지 정치물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할 것이고, 시스템이 망가졌을 때 얼마나 사회는 엉망진창이 되는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욕 넘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좌절하게 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높은 사실성의 범죄물/수사물을 찾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반대인 사람은 이것처럼 지루한 것도 없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범죄물로서 긴박한 플롯보다는 그 지역의 삶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 장점이고 그게 이 시리즈의 빼어난 점이다. 범죄나 갈등과 다툼을 다루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도시와 삶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특정한 인물이 아닌 볼티모어 자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공간을 캐릭터로 사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연출 방식은 아니지만 이 작품처럼 디테일하게 공간을 "주인공"으로 묘사한 작품은 많지 않았고 이 점이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에 신선함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여러 번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흐지부지되는 이야기와 결말 때문에 이게 뭐냐고 불만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세상이니 그걸 같고 짜증낼 필요는 없다는 말도 하게 된다. 마음에 들게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 봤나?

”결국 작품의 포커스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아닌 그 지역, 그리고 주민들의 이야기에 놓여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해당 지역 주민만 알만한 장소 위주로 작품이 전개되고 이러한 배경을 통해 도시의 마약, 빈부 격차, 범죄, 교육 등의 문제를 조명“한다는 점을 알면서 본다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중신의 지엽적인 접근이 아닌 장소 중심의 연출을 통해 지역 전반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조명“하고 있어 어쩌다가 이런 식의 연출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게 된다.

사회적 문제, 인종차별, 성차별, 소수자 문제, 가정폭력/문제, 공권력 내부 문제, 정치, 경찰 내의 내분과 조직관리 등등 온갖 것들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어 이걸 이렇게 쓸어 담아 다룰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말 그대로 볼티모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만든 대하드라마고 인간드라마다. ”어느 TV 시리즈보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모든 주조연 캐릭터뿐 아니라 일부 엑스트라까지도 입체성과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현실성을 추구“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또한 ”시스템으로 인한 좌절, 마약 중독,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어 도대체 뭐가 어떤 식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도록 해준다.

정말 뛰어나다.

이걸 뒤늦게 보긴 했지만 그래도 봐야하니 남은 시즌도 싹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