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D%8A%B8%EB%A3%A8%20%EB%94%94%ED%85%8D%ED%8B%B0%EB%B8%8C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연기도 훌륭했고. 하지만 내용 자체가 완결성이 강해서 시즌제로 이어지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억지로 이어버리면 나쁜 결과물이 될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시즌 2를 발표해도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큰 기대도 안 했고. “건조하고 우울한,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를 내세웠다지만 맞물려지는 내용도 없으면서 시즌 2라는 이름을 걸었으니 실패는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버리긴 아깝다는 시리즈라는 생각에 시즌 2보다 시즌 3을 먼저 보게 됐고, 아주 부분적으로 시즌 1과 연결되어 있고, “긴 러닝타임과 호흡으로 이어진 작품”이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런 식의 진행에 불만이 없어 만족스럽게 보게 됐다. 긴 호흡의 수사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종일관 긴장과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 탁월한 감각으로 표현된 자연과 상황, 두 형사의 캐릭터를 심도 있게 다뤄낸 스토리”와 “범인을 쫓는 두 형사의 집념 어린 추적과 그들의 사생활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 1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다른 점도 많아 시즌 1과 3은 비슷한 모양새로 되어있을 뿐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그 연결은 느슨하다.

“제작진들이 조급하게 시즌 2를 만들었음을 인정하며, 이번엔 각본과 제작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는 하지만 시즌 1 수준까진 올라서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부분 시즌 1의 특징을 다시 차용했다. 극과 극인 두 형사의 수사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구성, 쇠락하고 폐쇄적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단 점이나, 마을 유지와 높으신 분들 간의 결탁 등” 시즌 1이 생각나는 점이 많고 유사하다 할 수 있는 점도 많았다.

“배경이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하는 시리즈답게 아칸소의 평야와 산림, 허름히 낡아가는 농촌의 풍경이 쓸쓸함과 비밀스러움을 보여준다. 보수적이고 교육 수준이 낮은 주민들, 80년대의 인종 문제, 베트남전 직후라는 배경에서 오는 갈등과 차별 역시 이번 시즌의 주요한 요소”라는 점 때문에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도 눈에 들어 오지만 배경이 더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에게 놓은 배경과 상황 속에 먹혀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단, 시즌 1에 비해 시즌 3은 둘이 아닌 한 명에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1과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드는 부분은 시간대이다. 시즌 1이 중후반부터 과거의 문제들이 봉합되고 현재에 와서 수사를 이어나가는 구조라면, 시즌 3는 크게는 무려 3개의 시간대가 존재한다. 처음 사건이 일어난 1980년대,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서 재수사에 들어간 1990년대, 그리고 사건을 바탕으로 방송 촬영이 진행 중인 2015년”이라는 3개의 시간대로 이야기를 꾸며 조금은 복잡하고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은 헷갈린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라는 명확한 이유보다는 어쨌든 그 사건에 몰두하게 되고 거기에 거의 모든 삶을 쏟아붓는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만한 시리즈도 없으니 평가가 갈리는 건 당연할 것 같다.

“단서와 증거들을 따라 세 가지 시간대를 복잡하게 넘나”들고 있어 너무 세세한 것까지 집착하지 않으면서 봐야만 볼 수 있지 하나씩 다 따져가며 본다면 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방식이지만, 꼼꼼한 시나리오와 자연스러운 편집 덕분에” 대충 보더라도 어떤 진행이 되고 있는지 쉽게 이해시켜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수사에 집중하며, 용의자에 대한 의심과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장 수사극의 모양새를 만들면서 진짜배기 형사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건 해결에 대한 쾌감이 떨어지며, 범인의 정체나 동기가 시즌 1 만큼의 강렬함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좀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흑막이 있지만 결국 파고들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사실적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긴 세월을 헤맸고 그 헤매는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흐릿함을 안고 사는 법”을 알아가며 늙어가는 모습에, 그 어쩔 수 없음에 동정보다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반복해서 다뤄지는 베트남에 대한 악몽 같은 기억은 불만 가득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더 잘 살려내고 있는 것 같다.

시즌 1에 비해서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래도 개성을 만들고 있고 이 시즌만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