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는 해가 뜨면 산등성이와 절벽을 가로지르고 벼랑을 넘어야만 산맥 의 끝자락에 도달할 수 있다. 감독은 칠레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에 담긴 미스 터리와 강렬한 계시를 탐구하기 위해 웅장한 안데스 산맥을 영화에 담는다.”

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69177&cid=40942&categoryId=34409

그는 스페인에 살고

나는 프랑스에 산다

그도 나도

우리나라에 돌아와 살지 않는다

우리는 멀리서 칠레를 꿈꾼다

우린 예술가고

예술가는 자기 나라의 미의 수호자예요

예술가는 자기 나라의 미를 지켜야 해요

어디에 있든

국토의 80%가 버려진 땅인 나라는

생존이 힘들어요

듬직한 나라가 아니에요

칠레 국토의 80% 상당이 안데스예요

버려진 땅이에요

이 나라는 그 코르디예라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자신의 80%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독재 시대에 찍을 수 있었던

잔혹 행위는 5%도 안 돼요

독재 정권은 고문하고

살해하고, 추방하면서...

그걸로 협박했어요

그런 건 못 찍었어요

찍혀지지 않았어요

고문을 목격한다는 건 별개라 생각해요

그건 못 찍었어요

우리가 찍은 건

독재가 얼마나 끔찍한지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나머지는 상상할 수 있어요

다 독재 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이에요

몰랐다, 모른다고 할 수 없어요

쿠데타와 독재의 주역들은

옳은 일을 했다고 믿었을 겁니다

여전히 그 주문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뭐랄까, 마법이랄까

나라를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적과 싸운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 주문의 효과가 여전하며

이걸 긴 싸움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주문을 깨뜨린 소수의 사람들은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압니다

무방비의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 했습니다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번민하고, 조심하고 물러나던가

부인하는 것이 가장 흔하고 손쉬운 선택이며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런 사람들 모두가 조국이 잘 됐다는 확신 속에 죽어갈 것입니다

여전히 주문 아래 있습니다

지극히 파시스트적 관점으로 사실을 해석합니다

신화적인 서사시

실제 평범한 일상에서 악랄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이 나라는 정부 전복자인 민간 세력과

90년대 전체를 지배한 자들 사이에서 지속됐습니다

공모자들이었습니다

새로운 침묵의 장막이 드리워졌습니다

그자들은 죄를 절대 시인하지 않아요

남용이었다면서 제 탓 한 적이 없어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에요

우리가 요구하는 건...

자신들의 행위를 시인하라는 거예요

그자들은 실수였고 좀 지나쳤다고 해요

그러면서 경제 체제에 흡족해 해요

계속 남용하며 경제 체제의 득을 봤어요

계속 부를 쌓았어요

사실 나라는 발전했어요

이제는 빈민가가 거의 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차와 휴대폰이 있어요

생활이 바뀌었고

독재 정권 말보다 훨씬 더 잘 살아요

하지만 사회적 격차가 거대해요

지금도 여전히 쿠데타 세력이 승자입니다

쿠데타로 잊을 수 없는 게 두 가지였습니다

경제 모델과 이에 의존하는 제도적 구조의 설립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와 1980 헌법입니다

모두 여전히 존속합니다

쿠데타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군부 쿠데타 이후

칠레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실험장이면서

그 세계 인식을 설정한 곳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기업 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수익성의 사고를 도입했습니다

예술, 문화, 건강, 교육

모든 게 영리적이어야 했습니다

칠레는 외국 투자가들에게 안정된 나라입니다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선 큰 이익을 내도 상관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같은 문제도 없고

금전적 위험이 없는 안정된 나라다

어떻게 안정이 이뤄졌는가?

아주 오랜 전 공화국 초기에

무력의 사용으로 이 안정이 태어났습니다

피노체트는 당시 경제학자들이 제안한

계획들을 승인했다

그 모델을 시카고에서 직접 들여왔다

그들은 젊은 대학생 시절

나라를 변화시킬 경제 방식을 배웠다

시카고 모델은 당시에 가장 급진적인 방식이었다

그들은 자유가 없는 나라에

자신들의 구상을 시행하기 위해

전적인 자유를 부여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칠레가 자신들의 방식을 적용한

첫 나라라고 자부한다

피노체트는 그들을 차례로

경제와 재무 장관에 임명했다

그자들이 모든 걸 무너뜨렸다

그것이 내가 사랑했던 나라의

종말의 시작이었다

지금 다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각 칠레 정부에 기용되고 있다

이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될까 두렵다

고문과 실종은 더 이상 없어요

하지만 불의는 여전해요

변한 게 없어요

죽고 실종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외엔

사정은 마찬가지예요

이 일에 관여하고 매달리는 건

내 선택이에요

자취를 보존하고 싶을 뿐이에요

독재 정권이 어땠으며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지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걸 잊지 않도록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해요

내 소원은 칠레가 그 유년기의

즐거움을 회복하는 것이다

칠레

살면서 칠레에 가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해서는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다. 남아메리카 한 귀퉁이에 있다고 말하는 게 전부니까. 그럼에도 칠레는 어쩐지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그건 순전히 패트리시오 구즈먼 때문일 것이다.

패트리시오 구즈먼

영화에 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그를 알게 됐다. 수많은 다큐멘터리 중 칠레 전투 3부작은 꼭 봐야 한다는 말에 보게 됐고 그를 통해서 칠레의 어두운 과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슬픈 순간들을 알게 되니 어쩐지 우리의 괴로운 과거를 들춰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옌데 / 피노체트

칠레의 근대사를 아주 짧게 정리한다면 결국 아옌데와 피노체트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라면 민주 / 독재 혹은 반자본 / 자본의 대립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리시오 구즈먼은 그의 작품 활동 내내 그것에 관해 항상 다루고 있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살바도르 아옌데와 칠레에 관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꿈의 안데스

이 다큐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의 다큐에서 보여주던 조금은 다른 방식의 접근 또한 확연히 느끼게 된다.

코르디예라

칠레의 국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거의 80%) 코르디예라 산맥에 대해서 처음에는 말하고 있지만 결국 이 다큐는 칠레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피노체트 독재 이후를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구즈먼의 최근 다큐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전과 달리 그는 그 자신에 대해서 좀 더 말하고 있고 자신의 동료들의 생각을 통해서 과거와 지금 그리고 달라진 현재를 말하려 하고 있다.

피노체트가 집권하던 엄혹한 시절을, 그 이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잘못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 사람은 떠났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구즈먼은 분노와 슬픔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고 고뇌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서 헐겁거나 긴장감은 부족할 수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이젠 잊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고, 잊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남겨지고 변하지 않은 것들을 알맞게 찾아내고 있다.

참 대단한 것 같다. 변하지 않으면서도 달라진 세상에 맞게 뭘 말해야 할 것이고 아직 감춰지고 바뀌지 않은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채고 있는 것이.

구즈먼의 다큐를 볼 때면 내 부족한 시야를 알게 되고 어떤 겸손함을 찾게 된다. 아주 잠깐일지라도.

머리에 박히고 가슴에 새겨주는 여러 발언들 때문에 다시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