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별 녀석들 - 온리 유 うる星やつら オンリー・ユー Urusei Yatsura - Only You
후니캣 2020.05.21 12:27:56
요즘 ‘시끌별 녀석들’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조금씩 찾아보고 있다. 이 1980년대 애니메이션을 굳이 찾아보고 있는 이유는 이 애니가 여전히 인기 있다는 점(해외에서는 아직도 재방송되고 있다고 한다)에 관심이 갔고, “80년대 초반은 기동전사 건담과 시끌별 녀석들 이 두 작품이 쓸고 다니던 시절이었다”는 점도 찾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가장 큰 이유는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했기 때문이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첫 작품이고, “유명해지기 전이라 스폰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원작이 워낙 거장의 작품이다 보니 오시이 특유의 난해한 세계관과 지독한 현실 투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그의 연출적 재능만이 부각 된 작품이라 오시이 마모루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으로 꼽힌다. 지금도 오시이 마모루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는 팬들도 많다.”는 말에 예전부터 관심 있다가 이제야 보게 됐다.
극장판 ‘온리 유’는 TV 시리즈 방영 중에 발표됐고, 무척 극과 극의 평가를 얻은 결과물이다. 두 번째 극장판 ‘뷰티풀 드리머’가 더 유명(문제작)하나 이것도 꽤 흥미롭다 할 수 있다.
내가 본 것 중 최고였다.
- 타카하시 루미코 -
내가 만든 것 중 최악이다.
- 오시이 마모루 -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어 어째서 그럴까? 했는데, 둘 다 이해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원작자로서 이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없었을 것 같고, 감독으로서는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팬이라면? 당연히 만족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 조금은 다른 평가가 가능한 결과물이다. 결론은 감독만 불만 가득하고 나머지는 높은 찬사를 한 영화다. 즉, 충분히 볼만하고 즐기게 된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당시 시끌별 녀석들 TVA의 감독이었던 오시이 마모루의 사실상 극장 첫 감독 작품”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좌절했겠지만, “초기의 시끌별 녀석들을 방불케 해 원작자 타카하시 루미코는 이 극장판을 가장 좋아한다고 여러 번 언급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니 얼마나 입장에 따라 다른 평가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싶어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반복해서 말한다면, 보고 즐기는 입장으로서는 왜 저렇게 갈릴까? 싶지만.
감독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당시 오시이 마모루가 합류한 시점의 제작 상황은 원작자 타카하시 루미코에게서 구상을 따온 극장판의 게스트 캐릭터 '에르'의 일러스트와 메카 디자인 몇 점,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각본만이 완성된 상태였고 그 외에는 전혀 진행되지 않던 상황”이라 촉박한 일정 속에서 만족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완성해야 하니 “다가오는 공개일 속에서 고생하고 내용을 파탄하지 않도록 정리해 시끌별 녀석들의 원작이나 TVA에 지금까지 등장한 주요 캐릭터가 한자리에 모여 좌충우돌 러브 코미디의 전개를 기반으로 하며, 장대한 스케일로 라무를 돕는 형태로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을 그려”내기 바빴을 것이다. “각본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구상대로 내용을 떠올려 그 자리에서 종이 조각에 구상을 적거나 그린 후 바로 콘티로 옮”겨 감독으로서는 민망한 완성이었을 것이고, 결과물에 다들 만족하고 즐겼다는 것에 더 기분 상했을 것 같다.
“문제의식이 전혀 안 느껴”지며 “전부 패러디 같”고, “특히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베낀 것 같다”는 식으로 “연출의 미흡한 점을 말하며 혹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적은 무척 쓰라렸을 것이다. “TV판을 극찬”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였으니 실망감이 무척 크지 않았을까?
“길게 만든 TV판 영상일 뿐이다."라고 말한 감독의 평가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자잘한 부족함을 무시하고 본다면 꽤 괜찮은 완성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별것 아닌 일에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고 그게 엄청난 규모(지구적이든 우주적이든)로 커지는 ‘시끌별 녀석들’ 특유의 재미와 분위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걸 최고로 꼽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이다.
”오시이의 본래 성향은 대중적인 것과 좀 거리가 있는데 오시이가 마음에 안 드는 내용으로 완성이 되면서 반대로 완전히 대중적인 내용이 되어버린“ 점에 주목하고 싶다. 자신만의 것을 만들려는 의지를 잃었을 때, 그냥 어떻게든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완성이다. 아주 나쁘진 않았다. 본인이 실패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알 것 같지만, 반대로 대중이 좋은 평가를 한 이유가 어째서인지도 알 것 같다. 만든 사람은 알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 주어진 결정권이 거의 없을 때, 어떤 식으로 자신의 개성을 지켜내고 발휘할 수 있는지 조금은 찾고 싶어지는 결과물이었다. 그럴 정도로 뛰어난지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그냥 봐도 재미난 구석 많으니 그런 걸 찾아봐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참고 : ”삽입곡들은 실제로 영화 중간 중간마다 뮤지컬 형식으로 삽입되어 굉장히 뮤지컬 영화스럽다. 본작이 매우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라 여기에 관여한 사람들이 각자 어떤 의견을 내놓다가 이런 결과물이 되었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엉망진창이었다고 말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