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자타 공인 모태솔로였을 정도로 사랑에 관해서는 루저였다. 나는 친구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여사친'이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여사친' 중에서는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고픈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웠고, 그렇게 거절을 당하고 나면 친구 관계마저 깨질까 봐 걱정하며 혼자 애만 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지만, 암튼 그땐 그랬다. 그래서일까? 루저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 마치 내 이야기 같아 공감이 된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넷플릭스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봤는데 두 영화 모두 보고 나니 루저의 사랑 이야기였다. 아담 드바인 주연의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첫눈에 반한 여인을 완벽남에게 빼앗긴 루저남이 시간 여행을 통해 사랑을 되찾으려는 내용이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은 자존감 제로의 루저녀가 자신에게 잘못 걸려온 킹카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과연 그들은 원했던 사랑을 획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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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음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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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아리 산델

주연 : 아담 드바인,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쉘리 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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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판타지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이다. 2014년 10월 31일 핼러윈 파티에서 이상형의 여자 에이버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와 만난 노아(아담 드바인). 하지만 3년이 지난 2017년 11월 1일에는 에이버리와 이던(로비 아멜)의 약혼식에서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신세일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3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에이버리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런 노아의 간절한 소망이 통했는지 그에게 기적이 찾아온다. 에이버리와 처음 만난 그날처럼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2014년 10월 31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이지만 노아는 몇 번이고 2014년 10월 31일로 건너가서 이던을 에어비리에게 떼어 놓고 결국 에이버리의 사랑을 쟁취한다. 하지만 막상 그가 그토록 원했던 에이버리와 결혼한 현재를 만들었지만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설정은 2014년 10월 31일과 2017년 11월 1일의 유기적 연결이다. 노아는 시간 여행을 통해 2014년 10월 31일로 가서 과거를 바꾸어 놓으면 다음날 2017년 11월 1일에 깨어나 바뀐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건 마치 2004년 국내 개봉한 [나비효과]와 비슷한 설정인데, [나비효과]에서도 그랬듯이 노아가 과거를 바꾸면 바꿀수록 현재는 그가 원하지 않았던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질 뿐이다.

첫 번째 시간 여행에서 노아는 에이버리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 그녀에게 쉽게 접근한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현재는 스토커 신세이다. 두 번째 시간 여행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나쁜 남자 흉내를 내고 에이버리와의 잠자리까지 성공한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현재는 에이버리의 섹스 파트너일 뿐이다. 세 번째 시간 여행에서는 반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건실한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현재는 에이버리와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뿐이다.

노아가 원한 것은 그저 단순히 에이버리를 내 여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에이버리와의 진정한 사랑과 에이버리의 행복이다. 하지만 노아가 그 어떤 선택을 해도 에이버리는 행복하지 않다. 결국 노아는 깨닫는다. 에이버리의 행복을 위해서 그녀는 자신이 아닌 이던과 사랑에 빠져야 함을... 이렇게 진실을 깨닫고 나니 그동안 무시했던 에이버리의 친구 캐리(쉘리 헨닝)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미덕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다. 나는 당연히 노아와 에이버리의 사랑으로 영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영화는 노나와 에이버리의 이별로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과거를 바꾼다고 지금보다 나은 현재가 될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행복을 찾고 싶으면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재를 똑바로 직시하라는 것. 결국 노아의 마지막 선택은 다시 한번 2014년 10월 31일로 가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에이버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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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루저를 위한 조언 : 짚신도 제 짝이 있다.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자겨야 한다. 어쩌면 가까운 곳에 이미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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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연애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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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안 사무엘스

주연 : 샤넌 퍼서, 크리스틴 프로세스, 노아 센티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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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연애 대작전]은 아예 원제가 'Sierra Burgess Is a Loser'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의 내용은 똑똑하지만 인기가 없는 루저 여고생 시에라 버지스(샤넌 퍼서)가 옆 학교의 킹카 제이미(노아 센티네오)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교내 퀸카인 베로니카(크리스틴 프로세스)는 제이미의 대시에 장난삼아 시에라의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 그렇게 제이미가 베로니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시에라에게 오고, 시에라는 제이미가 착각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잘 생긴 그에게 홀딱 반해서 베로니카인척하며 제이미와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이게 가능해? 그런데 가능하다. 물론 시에라와 제이미의 관계는 문자 메시지와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이미는 시에라에게 만나자며 데이트를 신청한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시에라는 모든 사건의 원흉인 베로니카를 찾아가 협상을 한다. 멍청하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에게 차인 베로니카에게 과외를 해주는 대신, 베로니카는 시에라와 제이미의 연애를 도와주는 것 . 베로니카는 자신의 사진을 제이미에게 보내고, 데이트도 시에라 대신 나간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시에라와 제이미의 사랑은 유지된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묘미는 시에라와 제이미의 사랑이 아닌 시에라와 베로니카의 우정에 있다. 대부분의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서 퀸카는 얼굴만 예쁜 멍청한 재수탱이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 베로니카는 전형적인 재수탱이 퀸카였다. 하지만 시에라가 베로니카의 과외를 하며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진다. 재수탱이 퀸카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뻔한 재수탱이 퀸카에서 뻔하지 않은 매력덩어리로 변해가는 베로니카는 이 영화의 진정한 승자이다.

그렇다면 시에라와 제이미의 사랑은 어떨까? 솔직히 결혼 전 비슷한 경험이 있는 내 입장에서는 (놀랍게도 당시의 나는 제이미와 같은 처지였다. 믿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진짜다.) 자존감이 낮은 시에라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이 예쁘고 못생겼고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남에게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만약 제이미라면 시에라가 아무리 딱해도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리라.

특히 영화 후반부 베로니카를 오해해서 시에라가 벌이는 행위는 범죄에 가깝다. 이를 통해 시에라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만,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인공의 매력은 관객에게 절대적으로 어필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에라는 매력 어필은커녕 비호감 지수만 높인다. 오히려 영화가 진행될수록 베로니카의 매력만 높아진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패착은 바로 그것이다. 영화를 보며 차라리 베로니카와 제이미가 연결되라고 응원하게 되는...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던 영화이다. 하지만 [시에라 연애 대작전]은 결말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영화이다. 로맨틱 코미디이니 당연히 시에라의 사랑 성공이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러려면 먼저 관객에게 시에라의 매력부터 어필했어야 했다. 매력은 전혀 없고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비호감 지수만 높아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라니... 이 영화의 평점이 낮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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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루저를 위한 조언 : 아무리 자존감이 낮더라도 최소한 괴물은 되지 말자.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나 스스로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남 탓하고 비관하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마음마저 괴물같이 변한 자신의 모습일뿐이다. 사랑을 쟁취하고 싶으면 자존감부터 높여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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