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점차 지쳐간다. 3월이면 끝나겠지, 싶었던 코로나19 사태가 봄기운 가득한 4월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주말에도 집 안에 갇혀 지내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처음엔 약속 없는 주말을 이용해서 관심 없던 영화도 보고, 놓쳤던 영화도 보며 나름 잘 버텼는데 이젠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고2 아들과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생각하라며 다독인다. 5월 5일까지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황금연휴도 이대로 집콕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나의 집콕 생활에 최대 위기였던 지난 주말, 나는 더 이상 넷플릭스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심정으로 내가 가입되어 있는 모든 OTT와 OTT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포인트를 긁어모아 네 편의 영화를 보며 또 한고비를 넘겼다. wavve에서 선물로 받은 1만 포인트를 아낌없이 쏟아부어 [하이, 젝시]와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를 봤으며, seezn의 오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영화 할인 이벤트를 이용해서 얼마 남지 않은 TV 포인트로 [크롤]을 봤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토요일 오전 KBS 2TV <영화가 좋다>에서 소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로맨스 영화 [키싱부스]까지 보고 나니 이번 주말도 무사히 지나갔다. 부디 다음 주말도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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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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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존 루카스, 스캇 무어

주연 : 아담 드바인, 알렉산드라 쉽

더빙 : 로즈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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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의 첫 선택은 [하이, 젝시]였다. 일단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이 좋았고 무엇보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이 더 좋은 스마트폰 중독자인 필(아담 드바인)의 이야기가 요즘 시국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 젝시]는 그러한 내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이 영화의 보기 위해 투자된 나의 wavve 코인 5천 점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만큼...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핸드폰에 집착한 소심한 성격의 필을 보여준다. 어엿한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시시콜콜한 흥미 위주 글을 쓰는 부서에 배치된 필은 그러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다. 기상 알람에서부터 퇴근 후 배달 앱과 잠들기 전 SNS까지 그가 누리는 모든 행복이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스마트폰이 고장이 나고,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하며 그의 일상은 바뀌어버린다. 새 스마트폰의 인공 도우미 '젝시'(로즈 번)가 필의 일상에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국내 개봉한 [그녀]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던 편지 대필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개봉 당시 인간과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녀]는 그저 허무맹랑한 내용의 영화가 아닌 미래를 예측한 놀라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시리'와 '하이 구글' 등 영화처럼 인공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운영체제가 어느덧 우리의 삶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소재로 한 2019년 국내 개봉작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에서도 인공지능 운영체제 '나나'가 등장한다.

[하이, 젝시]는 [그녀]의 코믹 버전이라고 한다면 딱 적절한 설명일 것 같다.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던 필은 거친 말을 내뱉는 이상한 인공지능 운영체제 '젝시'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전거점을 운영하는 케이트(알렉산드라 쉽)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문제는 '젝시'가 필에게 사랑을 느껴 케이트와의 사랑을 방해하면서부터이다.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라니... [그녀]를 살짝 비튼 설정인 셈이다.

[그녀]에서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육체적 관계를 맺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인간의 육체를 가질 수 없는 '사만다'의 한계를 담은 장면이다. [하이, 젝시]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젝시'는 필과의 육체적 관계를 위해 특별한 행위를 요구하는데, 왠지 서글펐던 [그녀]와는 달리 [하이, 젝시]에서는 그 장면이 최고로 코믹했던 장면이다. 특히 가짜 오르가슴 음성을 내는 '젝시'의 기계음이라니...

[그녀]가 인간과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 철학적인 영화라면 [하이, 젝시]는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필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진짜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을 꼬집는 코미디이다. 그러고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와 아들도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편인데 [하이, 젝시]를 보고 나니 약간의 경각심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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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를 보고 나니 케이트를 연기한 알렉산드라 쉽이라는 배우가 궁금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배우인데 누굴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누른 순간 허걱했다. 그녀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 스톰을 연기했는데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의 그녀와 [하이, 젝시]에서의 그녀가 잘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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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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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렉산드르 아야

주연 : 카야 스코델라리오, 배리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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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롤]은 지난 3월 내가 공포 영화에 도전하기로 굳은 결심하고 봤던 영화들 [미드소마], [더 보이], [닥터 슬립]과 함께 보려고 했던 영화이다. 이는 다시 말해 [크롤]의 장르는 공포이고, 내가 가장 취약한 장르의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결코 혼자 볼 자신이 없어 아들에게 함께 보자고 졸랐고, 나와 마찬가지로 겁이 많은 아들은 '엄마와 함께 본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하여 토요일 밤, 우리 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아 [크롤]을 보기 시작했는데, 악어의 등장과 더불어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안방으로 도망가 버려서 결국엔 아들과 둘이 봐야 했다. 하지만 막상 다 보고 나니 기대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크롤]은 강력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강타한 가운데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 데이브(배리 페퍼)를 찾아 허리케인 한가운데에 있는 집으로 향한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의 이야기이다. 집의 지하실에서 부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데이브를 찾은 헤일리. 문제는 집 지하실에 악어가 득실대고 있다는 점이다. 허리케인은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헤일리는 데이브와 함께 악어와의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났던 영화이다. 솔직히 영화의 겉모습은 악어가 사람을 무차별 공격하는 B급 공포로 보이지만 로튼토마토 94%와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악어의 공격 이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게 만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악어의 공격,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크롤]을 두고 씨네 21의 박평식 기자가 '눈치껏 깨무는 게 함정'이라는 한 줄 평을 남겼는데 100% 공감한다. 악어는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강력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실제 영화에서도 헤일리와 데이비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경찰관이 악어의 공격으로 꼼짝없이 죽고 만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헤일리와 데이브는 악어에게 여러 번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잘 빠져나온다. 특히 헤일리의 경우는 다리에 한번, 빨에 한번, 이렇게 두 번 악어에게 물리지만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상처만 입는다. 악어가 주인공이라고 눈치껏 깨문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

그래도 영화는 1시간 27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한다. 헤일리가 수영선수라는 설정이 영화의 스토리에 당위성을 안겨준다. 모두가 알듯이 악어는 물 밖에서는 동작이 굼뜨지만 물 안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기에 허리케인으로 인하여 점점 물이 차오르는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안겨준다. 물이 차오르면 차오를수록 헤일리와 데이브의 안전지대는 점차 사라진다. 그런데 이 악조건 속에서도 헤일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뛰어난 수영선수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악어와 헤일리의 수영 단판 대결은 이 영화의 최고 재미.

영화관에서 봤다면 어쩌면 더 깜짝깜짝 놀라며 영화를 관람했을지도 모르지만 집에서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보니 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긴장감만 느껴져서 오히려 겁쟁이 부자인 나와 아들에겐 더 알맞은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 악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지대가 아닌 곳에서 전화를 거는 헤일리의 모습을 보며 "제발 안전지대에 가서 전화를 하란 말이야."라고 답답했던 것만 빼면 꽤나 볼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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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크롤]에서는 뜬금없이 데이브가 키우는 슈거라는 개가 등장한다. 요 며칠 개가 고생하는 영화를 자주 보고 있는데 [더 콜 오브 더 와일드]의 벅,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의 비처와 더불어 [크롤]의 슈거는 최근에 본 3대 개고생 영화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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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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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빈스 마르셀로

주연 : 조이 킹, 조엘 코트니, 제이콥 엘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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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다. 당연히 평일에는 못 잔 늦잠을 늘어지게 자야만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새벽 6시 30분에 눈에 떠졌다. 평일 7시에 일어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에 오히려 평일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어난 것이다. 늙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던데 내가 벌써... 아내와 아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황. 다시 잠을 자려고 뒤척여도 더 이상 잠은 안 온다. 하는 수없이 멍하니 TV를 보다가 넷플릭스를 켰다. 그리고 전날 TV 소개 프로그램에서 얼핏 봤던 [키싱부스]라는 제목의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플레이시켰다. 어차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라서 아들이 잠에서 깨면 볼 수 없기에 어쩌면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키싱부스]는 같은 날 태어나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된 엘(조이 킹)과 리(조엘 코트니)의 우정에 대한 영화이다. 둘은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룰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친구의 가족, 사촌과는 사랑에 빠지지 말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엘이 리의 형이자 학교 킹카인 노아(제이콥 엘로디)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애써 노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만 학교 자선행사 도중 '키싱부스'에서 벌어진 키스 사건으로 결국 엘과 노아의 관계는 사랑으로 발전하고, 이를 알게 된 리는 상처를 입는다.

우선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니하다. [키싱부스]는 전형적인 10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인데 막상 이 영화의 주관객층인 10대는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노출 수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엘의 교복 바지가 찢어져서 팬티가 노출되는 짧은 치마를 입고 등교하는 장면, 엘이 파티에서 술에 취해 옷을 벗는 장면, 엘과 노아가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 등이 등장하지만 속옷 노출 정도이기에 15세 관람가 등급이 마땅해 보인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관람 등급이 조금 더 엄격한 듯하다.

영화의 설정은 조금 뻔하다. 리에 대한 우정과 노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방황하던 엘이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섹스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엘의 귀여움과 자타 공인 바람둥이 노아의 섹시함이 강조되면서 하이틴 로맨스 영화 특유의 훈훈함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키싱부스]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는 리이다. 만약 리가 엘을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엘과 노아와 사랑을 반대한 것이라면 짝사랑 경험이 풍부한 내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겠지만, 엘은 이미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노아가 자신의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엘의 사랑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 아닐까? 그건 노아에 대한 열등감일 뿐이다.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친구의 사랑을 반대하다니 이기적인 놈...

그래도 암튼 엘은 그런 지질한 친구의 방해에도 무릅쓰고 노아의 사랑을 쟁취했으니 나름 해피엔딩이다. 물론 노아는 하버드 진학을 위해 떠났으니 그들의 사랑이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는지는 제작이 확정된 [키싱부스 2]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 첫사랑이 풋풋함이 느껴져 좋았다. 그런 면에서 [키싱부스]는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최고봉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참 많이 비슷한 영화였다. 넷플릭스는 이런 하이틴 로맨스 영화 하나는 참 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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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엘을 연기한 조이 킹을 보며 참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내 기준으로는 결코 예쁜 외모의 배우는 아닌데, 이상하게 호감이 가는... 그러고 보니 조이 킹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가 또 있다. 바로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이다. 이 배우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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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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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윌 베처, 리처드 펠런

더빙 : 저스틴 플레처, 아멜리아 비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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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의 방콕 생활을 슬기롭게 마무리해 준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이다. 이미 2015년 국내 개봉한 [숀더쉽]을 극장에서 보고 메가박스에서 '숀더쉽' 인형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와 아들에게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 또한 극장에서 봤어야 할 영화이다 하지만 하필 이 영화가 개봉한 2월 19일은 코로나19가 한참 맹위를 떨치던 때라서 차마 아들을 데리고 극장으로 갈 수가 없었다.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2월 9일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이었다. 그것도 아내의 맹렬한 반대와 싸워가며...)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쓴 wavve 코인 5천 점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다.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는 머나먼 우주에서 길을 잃고 지구에 온 꼬마 외계인 룰라(아멜리아 비테일)가 우연히 양떼목장에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사고치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숀(저스틴 플레쳐)과 친구들은 룰라를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모험에 나서고 외계인을 뒤쫓는 비밀 요원 에이전트 레드 일당은 룰라를 추격한다. 이 와중에 양떼목장의 농부는 외계인 출현을 빌미로 큰돈을 벌 계획을 세우는데...

전 편이라 할 수 있는 [숀더쉽]을 봤다면 굳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숀을 비롯한 양들은 말썽을 피우고, 목장의 관리 개인 비처(존 스파크스)는 말썽을 수습하느라 고생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비처는 에이전트 레드 일당으로부터 외계인이라는 오해를 받아 전 편보다 훨씬 고생의 강도가 커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비처는 숀의 편이 되어 룰라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작전을 돕는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일단 귀엽다는 것이다. 숀을 비롯한 사고뭉치 양들도 귀엽고, 멋모르고 지구에 오게 된 꼬마 외계인 룰라도 귀엽다. 이들이 펼치는 소동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이 심한데 그래서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에이전트 레드는 물론 신형 트랙터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무신경한 농부가 벌이는 외계인 테마파크 사기극도 귀엽다. 그리고 대사가 거의 한마디도 없는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되는 상황도 흥미롭다. (그런데 더빙 출연진은 왜 있는 거야?)

영화에서는 종종 고전 SF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등장하는데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E.T.]를 연상하게 만드는 장면은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의 또 다른 재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에게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하긴 나도 너무 오래전에 봐서 내용이 가물가물하긴 하다.

숀과 룰라, 그리고 사고뭉치 양들의 한바탕 시끌벅적한 소동극을 보고 나니 나 역시 밖으로 나가 한바탕 신나게 뛰어 논 느낌이다. 아마도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를 보며 내 동심이 충분히 채워졌기 때문일지도... 그래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주말에도 집콕을 해야 하는 바람에 축적된 내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1시간가량 낮잠을 자고 일어나야 했다. 늙은 몸을 가지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래서 참으로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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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제 봐야 할 애니메이션은 라이카 스튜디오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만 남았다. 하지만 아들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캐릭터가 너무 못생겨서 보기 싫다고 한다. 나는 [숀더쉽 더 무비 : 꼬마 외계인 룰라!]의 캐릭터도 못생겼는데...라고 반문했지만 그래도 양이 귀여워서 괜찮다고 한다. 칫!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빅풋은 왜 못생겨서 혼자 보게끔 만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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