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만큼 영화와 텔레비전에 많이 등장한 도시가 있을까? 톰 앤더슨 감독은 여러 영화에서 배경으로, 캐릭터로, 그리고 대상으로 소비된 이 도시의 모습을 엮어 로스앤젤레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를 완성한다.”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은 수없이 많겠지만 로스앤젤레스를 말할 때 영화를 떼어놓고 다루긴 힘들 것이다. 영화를 빼고 설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로스앤젤레스 자화상’는 그런 생각을 좀 더 확장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도시를 바라보려 하고 있고 이해-해석하려고 하고 있다. 도시의 개성을 영화에서 찾으려고 하고 영화에서 도시의 개성을 발견하려고 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도시를 바라보려고 한다. 그게 실제 도시의 모습이든 그렇지 않든. 영화 속 도시와 현실의 도시를 겹쳐놓는다. 양쪽 모두 주체로서 인정하고 인식한다. 색다른 시각이고 흥미로운 접근이다. 아쉽지만 재미는 없다.

볼만하다고 묻는다면 보긴 쉽지 않다고 대답해야겠다. 어떤 식으로 LA를 묘사하고 어떻게 공간을 담고 있는지를 알려주지만 그곳에서 생활한 적 없어서 보고 듣기만 할 뿐 뭐라 말하긴 어렵기만 하다.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LA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대충은 알겠지만 그걸 같고 분석적으로 이해되진 않는다. 그래도 여러 영화를 접할 수 있어 각각의 장면을 통해 뭔가를 느끼긴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를.

결국에는 필름 누아르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도시를 다루기에는 그게 가장 효과적이니까. 실제로 이 다큐에서 주목하는 영화들 대부분은 필름 누아르 영화들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본다면 LA는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추악함으로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런 식으로 LA를 바라보려는 시도의 다큐일지도 모른다.

이중 배상

차이나타운

블레이드 러너

LA 컨피덴셜

제목만 들어도 뭘 말하고 있는지 적당히 알게 해준다.

LA를 대표하는 건물들을 볼 수 있었고 교통수단 및 여러 비사들이 흥미로웠다. LA에 관한 온갖 뒷얘기를 영화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건축과 공간 혹은 영화를 좀 더 깊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흥미롭게 느껴질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그런 수준이 아니라 3시간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지루하기도 했고.

3시간을 견디다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것 있지만 그걸 위해서 3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사람이 아닌 도시를 그리고 건물과 공간을 내세워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이 다큐가 생각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일지 고민하기에 도움 될 것 같다.

도시를 다루고 있는 다큐 중 가장 독특한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