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권 최고수 ‘엽문’(견자단)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자신의 제자 이소룡이 점점 유명세를 이어가며 세상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엽문은 그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중화회관의 사부들과 대립하게 된다.

특히 태극권의 고수 만종화와는 대결까지 벌이게 된다.

한편 이들을 못마땅히 여기는 이민국과 해병대가 자행하는 불의를 목격한 엽문은 진정한 무예의 정신을 품고 맞서게 되는데...”

엽문 시리즈에 큰 의미를 느끼진 않는다. 대단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갈수록 실망만 커졌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4편을 본 이유는 이게 끝이라는 말을 들어서다. 견자단의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의미도 컸고.

내용에 있어서나 구성에 있어서나 전작에서 달라진 건 없다. 장소가 미국(샌프란시스코)으로 변했을 뿐이다. 인종차별과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도 똑같다. 중국인의 핍박을 어떻게든 강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나름의 사정 때문에 다툼을 겪지만 외부적인 이유로 화해하고 힘을 모으게 된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다 할 수 있다. 어쨌든 적은 물리치고 보자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런 점들은 전작과 다를 것 없다. 다만, 이전과 차이점을 찾으라면 주변 인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진 것 같다. 엽문이 노쇠해졌음을 강조하기도 하고. 이소룡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특별한 점 아닐까? 어쨌든 이소룡이니까.

이걸로 끝이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고 있고 어떻게 삶을 마감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아들과 갈등하고 있고 반대로 부녀의 갈등에 끼어들어 자신의 상황을 되새겨본다. 그런 점은 전작들과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그것 말고는 달라진 건 없다. 엽문에 대한 의심스러운(혹은 무시하는) 시선이나 그와 대결을 통해 어느 수준인지 알려고 하는 과정들, 억눌린 중국인들의 모습 등은 전작들에서도 보았던 내용의 반복이다. 단지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게다가 상대하는 이들(백인)이 가라테에 이상한 집착(숭상)을 보여주는 모습을 볼 때면 미국+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 대한 불만은 그럴만하다고 볼 수 있지만 거기에 일본을 더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것도 이해되니 아주 이상하진 않다.

엽문이라는 사람이 항상 외부인-외지인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가 일종의 서부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오해받고 이유 없이 공격당한다. 차별이라면 차별을 받고 있고. 엽문의 품성 때문에 그리고 뛰어난 무술 실력 때문에 그런 따돌림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과정과 그가 나설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꾸며 그의 영웅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결국 사람들(중국인)이 합심하게 되고.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엽문 시리즈는 영웅신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영웅을 내세우며 국가주의를 민족주의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중국인의 힘을 모으겠다는 식의 영화에 뭘 말한다는 게 적절할까? 반대로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영화에 난 열광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과연 나란 사람이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견자단의 최고작으로 ‘도화선’이나 ‘살파랑’을 꼽기 때문에 엽문 시리즈를 높게 평가하고 싶진 않다. 그의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점 때문에 보긴 했어도 이전 엽문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 없었고 문제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게 끝이라니 뭘 말하고 싶지 않다. 한 시대를 대표한 스타가 이렇게 끝내겠다니 그걸로 그만이다.

늙었음을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함을

이걸로 끝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끝내고 있다. 그걸 갖고 뭐라 말할 필요 없지 않을까? 견자단이 공들여 만든 여러 명장면들이 떠올라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만 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건 없지만 이게 마지막이라니 아쉽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아주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