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남편을 잃은 레이코는 조그만 가게를 꾸리며 20년 가까이 늙은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을 돌보고 있다. 시동생 코지는 가게를 크게 키우고, 그동안 고생한 레이코에게도 보답하고 싶지만, 시누이들은 레이코가 집에서 떠나주길 바란다. 한편, 코지는 레이코에게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데, 놀라면서도 마음이 흔들린 레이코는 집을 나가기로 한다.

레이코와 코지가 탄 야간열차에서 시동생이 천천히 형수에게 다가가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수많은 격찬을 받으며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깊은 슬픔을 남기는 결말은 가슴이 먹먹해지게 만든다.”

너무 가혹하다.

기구한 삶도 정도가 있지...

이런 생각으로 가득할 줄 알면서도 내가 미쳤다고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를 보다니...

슬픈 인생이라고 말하면 너무 약하게 말하는 것 같고, 팔자 사납다고 말하면 핀트가 어긋난 것 같아 그녀의 삶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는 이 영화를 신파라 말하는 것도 적절하진 않을 것 같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치고 가로막혔다는 말도 알맞진 않은 것 같다. 그저... 기구하다. 안타깝고 슬프다. 나루세 미키오 영화답다는 말만하게 된다. 참 잔인한 양반이다. 어떤 여지도 없는 완전한 비극 혹은 비참. 그 당시는 그런 경우가 흔했을지도 모른다. 꽤 많지 않았을까?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런 이야기만 찾고만 있는지 헷갈려진다. 그러니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는 피해야 한다. 그냥 답답하다. 먹먹해지기도 하고. ‘부운’도 간신히 본 영화였는데, ‘흐트러지다’도 ‘부운’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니 괜한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는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는 아예 보질 말아야겠다. 딱하다. 기구하다는 말만 계속 하게 된다.

소도시를 배경으로 작은 구멍가게(이제 이런 말도 사라지겠지)를 운영하는 한 집안에 관한, 더 정확하게는 시동생의 구애와 당황-괴로워하는 형수에 대한 이야기다. 둘 사이의 안타까움에 집중하면서 소규모 상점이 대형화 한 상점(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함께 다루고 있다. 골목상권이 거대 독점자본의 횡포에 어떻게 무너지는지가 더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내용이 전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점도 뛰어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결국 곁다리에 불과하다. 영화는 시동생과 형수의 아슬아슬한 상황-관계가 중심이고 그걸로 이 영화는 덮여져 있다. 긴장감과 슬픔 모두 거기서 찾게 된다.

양쪽 모두 어째서 조바심내고 조심스러워하는지 그리고 괴로워하는지 알 수 있다. 그걸 이성이나 논리로 이해시키기 보다는 감정이 우선하도록 해준다. 그게 나루세 미키오의 능력이고 어째서 그가 탁월한지 느끼게 된다. 서로가 왜 그러는지도, 맺어질 수 없음에 대한 양쪽 모두의 괴로움도 알게 해준다. 충분히 공감하게 해주고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과 결말에 대해서 한숨을 내쉬게 한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얼마나 많은 슬픔을 알고 있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겪어보지 않고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사연을 겪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

이런 영화는 딱 질색이라 괜히 봤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정서적으로 너무 강렬하고 깊은 슬픔을 안겨주기 때문에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 추천하고 싶지도 않고.

그나저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이제는 볼 필요가 있진 않을까? 이제는 뭐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