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국내 미개봉 영화를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오랜 고정관념 때문에 국내 미개봉 영화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내가 이렇게 갑자기 미개봉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미루고 있는 요즘의 상황 때문이다. 국내 개봉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미개봉 영화 속에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나름대로의 자구책인 셈이다.

그중에서 비록 국내 미개봉 영화이지만 북미에서는 개봉을 했던 영화들을 위주로 선택하고 있는데, 북미에서 2019년 1월 25일 개봉하여 8백5십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세레니티], 2016년 4월 29일 개봉하여 2천5십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키아누], 2020년 1월 10일에 개봉하여 1천7백2십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언더워터]가 이번에 내가 선택한 미개봉 영화들이다. 그러고 보니 북미 흥행 기록이 그다지 썩 좋지는 않다. 하긴 그렇기에 국내 개봉이 무산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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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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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나이트

주연 :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이슨 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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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다. [세레니티]의 출연 배우들을 보면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인터스텔라]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제이슨 클락,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다이안 레인, [아쿠아맨], [캡틴 마블], [샤잠!]의 디몬 하운수가 조연이다. 이 정도 초호화 캐스팅이라면 [세레니티]는 영화의 만듦새와는 별도로 기본 흥행은 했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북미에서 흥행 폭망이다.

이상하게 나는 폭망한 영화가 더욱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길래 관객의 외면을 받은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세레니티]도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이 무산되면서 내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미에서 개봉된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OTT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덕분(?)에 1년 동안 묵힌 내 호기심은 비로소 해소되었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작은 섬에서 베이커(매튜 맥커너히)는 누구도 잡지 못한 전설의 참치를 잡는 것에 집착하는 괴짜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혼한 전처인 카렌(앤 해서웨이)이 나타나서 천만 달러를 걸고 그녀의 폭력적인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락)을 죽여 달라는 위험한 거래를 제시한다. 처음에 베이커는 카렌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프랭크의 폭력 속에서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아들을 위해 프랭크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베이커가 프랭크를 살해하기로 결심하자 평화롭던 작은 섬은 술렁인다. 정체불명의 낚시 도구 판매원은 베이커에게 전설의 참치를 잡을 수 있는 최첨단 기계를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하고, 베이커의 조수이자 오랜 동료인 듀크(디몬 하운스)는 필사적으로 베이커의 범행을 막으려 한다. 뭔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베이커는 예정대로 프랭크를 태우고 깊은 바다로 항해를 시작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를 밀어버리기 위해...

영화의 내용만 보면 이건 영락없는 스릴러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의미 없이 자꾸 등장하는 낚시 도구 판매원을 통해 스티븐 나이트 감독은 [세레니티]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영화의 장르를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한다.

솔직히 나는 [세레니티]가 꽤 재미있었다. 일단 너무 뻔하지가 않다. 만약 이 영화가 겉보기와 마찬가지로 스릴러 영화일 뿐이라면 반전이라고 해봤자 카렌의 배신 외에는 다른 것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 나이트 감독은 장르에 매몰되지 않았고,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장르 자체를 판타지, SF로 확 뒤집어 버렸다. 그러한 시도가 조금은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세레니티]가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개성 강한 연기파 배우들을 모아 놓고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사람에 따라 이 영화의 반전이 억지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이스턴 프라미스], [얼라이드], [거미줄에 걸린 소녀] 등 매력적인 스릴러 영화의 각본을 맡으며 명성을 쌓아 올린 스티븐 나이트 감독은 정작 자신의 감독 데뷔작인 [세레니티]에서는 촘촘한 각본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세레니티]를 본다면 결코 영화를 본 1시간 45분이라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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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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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피터 애튼시오

주연 : 조던 필, 키건 마이클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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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키아누]가 북미에서 개봉했을 때 가장 이목을 끈 것은 포스터에서 갱스터 차림을 한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순간 '이건 뭐지?'싶었다. 고양이를 의인화한 영화인가?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읽어보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기 위한 어리바리 두 남자의 모험이라니... [키아누]가 국내 개봉하지 않으면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잊혔지만 넷플릭스에서 [키아누]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4년 전의 호기심이 다시 되살아버렸다.

[키아누]의 국내 개봉이 무산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흑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북미에서도 흑인 관객을 타깃으로 상영이 된 영화라서 아무래도 우리나라 관객에겐 영화 자체가 낯설고 웃음 포인트도 맞지 않다. 나처럼 호기심 때문에 [키아누]를 선택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 점을 유의하길...

영화는 귀신같은 실력으로 악명이 높은 암살자인 드레스덴 형제가 어느 마약 조직을 박살 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피 튀기는 아수라의 현장에서 조직 두목이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현장을 빠져나와 착하지만 어리바리한 렐(조던 필)의 집으로 간다.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후 실의에 빠져 있던 렐은 너무나도 귀여운 고양이에게 이름을 '키아누'라 지으며 애지중지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도둑이 들고 '키아누'가 납치된다. 렐은 마약조직의 소행임을 알아내고 사촌인 클라렌스(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 '키아누'를 되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조직의 소굴에 간다.

[키아누]의 재미는 어리바리한 렐과 클라렌스가 '키아누'를 되찾기 위해 드레스덴 형제인 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터프함과 거리가 먼 렐과 클라렌스. 그런데 악랄한 마약조직의 두목인 체다(메소드 맨)는 그들이 드레스덴 형제라는 사실을 믿고 '키아누'를 주는 대가로 렐과 클라렌스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사실 누가 봐도 렐과 클라렌스가 드레스덴 형제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렐과 클라렌스가 터프한척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그냥 마음 편히 웃으면 될 일이다.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키포인트는 고양이 '키아누'의 귀여움이다. 렐과 클라렌스는 '키아누'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한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다. '키아누'의 매력에 빠진 것은 렐과 클라렌스 만은 아니다. 흉악한 암살자 드레스덴 형제도 '키아누'의 매력에 빠져 '키아누'를 추격하고, 체다는 '키아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격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키아누'는 그냥 귀여운 새끼 고양이의 수준을 넘어 마성의 매력을 지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팜므파탈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고양이 집사임을 자처하는 애묘인이라면 더욱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주연을 맡은 조던 필과 키건 마이클 키는 렐과 클라렌스 외에도 드레스덴을 동시에 연기했다고 한다. 코미디에 액션도 되는 배우인 셈이다. 그리고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인 음악인 조지 마이클을 좋아하는 클라렌스가 마약 조직원들에게 조지 마이클의 매력을 설파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재미 중 하나이다. 조지 마이클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조지 마이클의 노래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흑인 코미디 영화의 장벽만 잘 넘는다면 1시간 40분 동안 낄낄거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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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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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윌리엄 유뱅크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제시카 헨윅, T.J. 밀러, 뱅상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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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워터]는 이번에 본 미개봉작 중 최근작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해저 크리처물이라고 해서 꽤 기대를 했던 영화인데 북미에서부터 평가가 좋지 않더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국내 개봉이 무산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국내 개봉이 된다고 하더라도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더라. 나름대로의 재미를 갖춘 [세레니티], [키아누]와 비교해서도 [언더워터]의 재미가 가장 떨어진다.

영화는 해저 깊은 곳에 위치한 시추선에서 원인불명의 사고가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동료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괴생물체와 마주하게 되고, 노라의 동료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는다. 이제 노라는 동료들을 구하고 괴생물체를 없애기 위해 위험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영화의 내용을 길게 쓰고 싶어도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그만큼 [언더워터]는 굉장히 단순한 영화이다. 그저 '해저 깊은 곳에 무시무시한 괴생명체가 사람들 공격한다.'로 영화의 내용 설명이 가능하다. 특별한 것은 전혀 없다. 워낙 이런 유의 영화가 많으니까. 그저 공간만 바뀔 뿐이다. 우주였다가, 지하 동굴이었다가, 해저였다가, 인간이 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설정은 거의 똑같다.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언더워터]의 경우는 괴생명체를 천천히 드러내고 바닷속이라는 공간을 활용하여 생물체의 형상을 흐릿하게 표현하여 관객이 느낄 공포감을 은근히, 그리고 서서히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괴생물체를 등장시켜 클라이맥스를 찍는 것이 [언더워터]만의 차별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가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흐릿한 괴생물체의 모습은 공포감보다는 답답함을 안겨준다. 마지막에 나타난 거대한 괴생물체의 모습도 그렇게 위압적이지 않다. 그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이라고는 1997년 국내 개봉작인 [지. 아이. 제인]에서 데미 무어가 이미 시도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까까머리 여전사의 모습뿐이다. 물론 그것도 그렇게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지. 아이. 제인]이 개봉할 당시에는 데미 무어가 머리를 밀었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가 되었었다.)

국내 미개봉작 중에서 모래알 속 보석 같은 작품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마땅한 이유가 있다. [세레니티]의 경우는 장르를 넘나드는 너무 과한 반전 탓에 영화의 만듦새가 헐렁해진 탓이었고, [키아누]의 경우는 국내 관객에겐 낯선 흑인 코미디가 이유였다.([우리 동네 이발소에서 무슨 일이]와 같은 북미에서 흥행 대박이 난 흑인 코미디도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언더워터]의 경우는 그냥 재미가 없어서이다. [세레니티]와 [키아누]에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꼈던 나는 [언더워터]에서는 지루함만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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