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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 찾기... 10대의 사랑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 VS 20대의 사랑 [하우 투 비 싱글]
13  쭈니 2020.03.26 12: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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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온다. 비록 꽃놀이는 가지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는 신세이지만, 내 마음 만은 화창한 봄의 햇살을 만끽하며 꽃길을 거닐고 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더욱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어쩌면 중년의 위기라는 갱년기가 벌써 찾아온 것일지도... 봄기운 때문인지, 갱년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서 달달한 로맨스 영화가 자꾸 당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데이트족이 가득한 극장에서 나 혼자 구석에 앉아 청승을 떨거나 아내에게 로맨스 영화 보러 극장 가자고 조르기라도 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퇴근하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져 넷플릭스를 켜는 수밖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를 때 심사숙고하는 편인데, 이번엔 즉흥적으로 두 편의 로맨스 영화를 골라 봤다. 제목도 낯선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와 [하우 투 비 싱글]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

감독 : 크레이그 존슨

주연 : 대니얼 도히니, 매들린 와인스틴, 안토니오 마르치알레

자칫 잘못하면 이 영화의 제목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혼동할 수도 있다. 원제는 'alex strangelove(알렉스 스트레인지러브)'이고 굳이 번역 제목에 '이상한 나라'를 넣고 싶었다면 '이상한 나라의 알렉스'가 맞은 듯하지만, 굳이 영화의 제목을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라고 한 이유는 아마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헷갈리게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의도는 최소한 내겐 성공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한 제목의 영화를 보고 판타지가 섞인 10대 로맨스 영화일 것이라 예상하고 낯선 이 영화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으니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고등학생인 알렉스 트루러브(대니얼 도히니)의 진정한 사랑 찾기가 주요 내용이다. 사실 알렉스에게는 오랫동안 함께 한 여자친구 클레어(매들린 와인스틴)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공식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섹스를 하지 않았다. 이에 알렉스는 클레어와의 첫 섹스를 위해 친구 누나에게 부탁해서 모텔방까지 잡아 거사를 치를 준비를 하지만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게이, 엘리엇(안토니오 마르치알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러면서 알렉스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나 혹시 게이가 아닐까?

솔직히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미국 청소년의 사랑을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사춘기는 분명 이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에서는 이성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섹스를 사춘기의 필수적인 통과의례라고 설명한다. (국내에 1990년에 개봉했던 영화 [포키스]에서도 그랬는데, 당시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였던 나는 영화를 보며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

알렉스는 클레어와의 섹스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러한 과정은 재기 발랄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처럼 그려진다. 만약 알렉스가 엘리엇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그냥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임을 알게 되고 클레어와의 사랑을 완성했다면 이 영화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비슷한 귀여운 하이틴 로맨스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두 주연 배우인 대니얼 도히니와 매들린 와인스틴이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뻔해 보이는 영화를 살짝 비튼다. 알렉스는 클레어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결국 자신이 게이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는 게이였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다. 알렉스가 클레어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클레어의 모습은 그 어떤 이별 장면보다도 슬펐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기에 더욱더...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보편적인 다수 집단에 끼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기를 낳는다는 인류의 탄생부터 시작된 고정 관념은 최근 들어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나면서 서서히 깨지고 있다. 동성애자들도 처음부터 성소수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 역시 사회적 동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평생 속이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실제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성소수자가 겪어야 할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당당히 자기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솔직함이라고 한다. 사실 알렉스와 클레어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이상적인 그림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춰야 했던 알렉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은 클레어도 불행한 결말을 맞이할 뿐이다. 그렇기에 클레어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맞이하는 엘리엇이야말로 알렉스의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비록 남들이 보기엔 불편한 그림일지라도...

영화를 보고 나서 만약 내 아들이 커밍아웃을 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아들이 보편적인 다수 집단이 아닌 사회적 편견을 안고 살아야 하는 소수 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두렵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다수 집단에 끼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소수 집단에서 편견에 맞서 싸우는 것이 더 행복할 테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는 귀여운 10대 로맨스 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하우 투 비 싱글

감독 : 크리스티안 티터

주연 : 다코타 존슨, 레벨 윌슨, 알리슨 브리, 레슬리 만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가 10대의 진정한 사랑 찾기 영화라면 [하우 투 비 싱글]은 20대의 진정한 사랑 찾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작 연도는 2016년으로 국내 미개봉된 영화이다. 다시 말해 묵은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섹시 스타 다코타 존슨을 비롯하여 개성 강한 코미디 배우 레벨 윌슨, 연기파 배우인 알리슨 브리 등 캐릭터가 워낙 화려해서 무슨 영화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그냥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하우 투 비 싱글]은 싱글 여성의 진정한 사랑 찾기가 주요 내용이다. 오랫동안 사귀는 남자 친구 조시와 함께 동거 중인 앨리스(다코타 존슨)는 나 자신을 찾겠다면 남자 친구에게 잠시 동안 떨어져 지내자는 폭탄선언을 한다. 그녀는 직장 동료인 로빈(레벨 윌슨)과 함께 싱글 라이프를 즐기지만 사랑 없는 원나잇 섹스에 점차 염증을 느낀다.

앨리스의 언니인 매그(레슬리 만)는 사랑보다 일을 선택한 워커홀릭 산부인과 의사이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순간 개인의 삶과 사회적 경력은 끝장이 난다며 사랑을 거부한다. 하지만 우연히 너무나도 귀여운 갓 태어난 아기를 본 순간 사랑은 하지 않더라도 아기는 낳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자은행을 통해 섹스 없는 임심에 성공한다.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사랑할 상대를 찾는 루시(알리슨 브리)는 매력적인 바람둥이 바텐더 톰과 잠시 엮이지만 그녀의 사랑 찾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솔직하게 영화를 평가한다면 굉장히 어수선하다. 솔직히 매그와 루시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에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로빈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과장되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레벨 윌슨은 분명 [하우 투 비 싱글]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지만 그와는 별도로 그녀가 연기한 로빈은 무엇 하나 공감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이상한 캐릭터이다.(게다가 그녀는 부자이기까지 하다.)

앨리스의 행동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앨리스는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며 독립을 선언하고, 로빈과 함께 원나잇을 실컷 즐긴 후 조시에게 '이제 됐어.'라며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조시는 이미 다른 여자와 교제 중이다. 조시에게 차인 앨리스는 이후 술 마시고 톰과, 외롭다며 데이빗과 섹스를 나눈다. 만약 진정한 사랑과 섹스가 동의어라면 모를까, 앨리스의 방황은 진정한 사랑과는 분명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주제는 마음에 든다. 결국 앨리스의 방황은 사랑에 맞춰 자신을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을 할 때마다 그 사랑에 맞춰 자신을 바꿔 나간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은 잊어버릴 것이다.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결국엔 서로 다른 부분 때문에 싸우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상대방을 나에게 맞게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들의 대부분이 이 경우이다.)

10대의 사랑을 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릭스]가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찾아야만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20대의 사랑을 담은 [하우 투 비 싱글]은 나의 솔직한 모습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말한다. 결국 두 영화의 주제는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아직도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맨다면 이 두 영화가 말하다는 대로 먼저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찾은 후 그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길 바란다. 물론 그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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