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잠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enterskorea 2020.03.05 13:32:44
어떤 잠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흡곤란 상태에서 자는 잠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잠이 약이 되거나 독이 되는 것은 수면 중 호흡에 달렸다. 누구나 깨어 있을 때는 호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잠을 잘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호흡곤란이나 호흡장애를 겪는다. 바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다.
코골이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미친다. 원리는 단순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당과 산소를 사용한다. 당은 음식에서 얻고 산소는 호흡을 통해서 얻는다. 정상적인 혈액 내 산소포화도는 항상 95%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뇌는 위험 상황으로 인식한다.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면 혈액 내에 산소포화도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뇌는 산소에 가장 민감한 기관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으로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와 심장, 간 등 신체 주요 장기를 시작으로 전신의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혈압과 혈당이 높아진다. 뇌 무게는 우리 몸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산소 소비량은 20%를 넘는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뇌는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고, 그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다량을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뇌는 산소 부족 상태가 4분 이상 지속되면 복구가 불가능한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위험 상황으로 인식하여 심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격렬하게 운동한 심장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심장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도 산소가 부족해진다. 기도에서 산소가 차단되었으니 아무리 뛰어봐야 산소는 채워지지 않는다.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 세포는 활력을 잃게 되고 심장은 지친다. 하지만 뇌에서는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각성이 되어 숨길이 열리고 공기가 들어오면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어 모자란 산소를 보충하려 한다. 이때 잠에서 깨어나면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심하면 식은땀까지 흘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태가 매일매일 반복되면 심장에 여러 문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심장뿐만이 아니라 뇌와 간, 신장 등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다른 장기도 심장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으로 불리는 호흡장애가 체내에 산소 공급을 방해하면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숨 쉬는 것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잠을 잘 때만큼은 의식적으로 숨을 잘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수면 중에 숨을 잘 쉬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오늘 밤 스스로의 잠을 점검해 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제대로 숨 쉬고 있는지 잠자는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된다. 코골이 정보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기도 환경을 구별할 수 있고 심각성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는 소리만 들어도 기도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코골이이 종류는 공기의 소통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도가 막히는 정도에 따라 목골이, 저호흡, 무호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리는 기도의 협착 정도를 알려준다. 목골이 호흡부터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숨을 더 많이 쉬기 위해 입을 벌린다. 아래턱이 뒤로 떨어지면서 기도는 더욱 좁아진다. 숨 쉬기가 오히려 힘들어진다.
다음 단계인 저호흡은 평상 시 쉬는 호흡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저호흡 상태는 오히려 코골이 소리가 크지 않다. 좁은 틈으로 겨우 숨이 들어가는 가냘픈 소리가 난다. 다음으로 무호흡은 말 그대로 숨이 멎는 상태다. 무호흡은 중추성 무호흡과 폐쇄성 무호흡으로 구분하는데 중추성은 뇌기능의 손상으로 숨을 안 쉬는 것이고 폐쇄성은 기도가 협착 되어 숨을 못 쉬는 것이다. 숨을 멈췄을 때 가슴이 움직이면 폐쇄성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중추성이다. 중추성은 약도 없고 치료법도 양압식 기도확장기밖에 없다.
코골이 상태가 심각할수록 독약을 먹으며 잠을 자고 있는 것과 같다. 코골이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리가 크다는 것과는 다르다.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독이 되는 잠을 자고 있는가? 약이 되는 잠을 자고 있는가? 오늘 밤, 나의 잠자는 소리를 들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