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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그렉 티어난, 콘래드 버논

더빙 : 샤를리즈 테른, 오스카 아이삭, 클로이 모레츠, 핀 울프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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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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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그 해에 나는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라는 이상한 영화와 만났다. 학교에서는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매일 메모 반듯한 교실에서 50~60명이 모여 앉아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회사가 원하는 사원이 되기 위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기계처럼 살아야 했던 나에게 [아담스 패밀리]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영화였다.

[아담스 패밀리]의 가족들은 사회가 원하는,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인간상과는 정 반대의 사람들이다. 음침하고 기괴한 괴물 같은 이 가족을 [아담스 패밀리]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도 그들처럼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소심한 나는 절대 그러지 못했지만...)

추억의 그 영화 [아담스 패밀리]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1월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담스 패밀리]는 그러나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서둘러 극장 개봉을 마무리 지었다. 특히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우리말 더빙 버전만 상영하는 바람에 옛 추억을 회상하며 [아담스 패밀리]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내 소망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다. [아담스 패밀리]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온 가족이 집에 갇혀 지낸 지난 토요일, 온 가족이 모여앉아 독특한 아담스네 가족의 이야기를 만끽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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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아담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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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티시아(샤를리즈 테른)와 고메즈(오스카 아이삭)의 결혼식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기괴한 사람들을 괴물이라며 공격하고, 결국 모티시아와 고메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나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들의 앞에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폐쇄된 정신병원이 눈에 들어오고, 모티시아와 고메즈는 이곳이야말로 그들에게 딱 알맞은 보금자리라 확신한다. 그렇게 주인이 없는 귀신의 집에 모티시아와 고메즈는 살림을 차린다.

13년 후 두 사람은 이제 두 아이를 둔 어엿한 부모가 된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딸 웬즈데이(클로이 모레츠)는 집에만 갇혀 지난 삶이 지겹기만 하다. 그녀는 더 넓은 것으로 나가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한다. 아담스 가문의 전통적인 성년식을 앞둔 막내아들 퍽슬리(핀 울프하드)는 심적 부담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아담스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마을을 조성해서 사람들에게 팔려는 야심찬 기획을 실행 중인 방송 쇼호스트 마고 니들러(앨리슨 제니)는 아담스 저택이 자신의 계획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을 선동, 아담스 가족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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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과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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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 패밀리]의 주제는 명확하다. 마고 니들러는 모두가 똑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그녀가 조성한 마을의 집은 파스텔톤의 동화 같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을 광장에서 여자아이들이 춤을 추며 노래는 부르는데 그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면 개성 따위는 필요 없다. 똑같은 것이 최고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런 그녀의 눈에 음침하고 기괴한 아담스 저택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부숴버려야 할 흉물일 뿐이다.

하지만 아담스 가족은 마고가 흉물이라고 생각하는 저택을 리모델링 할 생각이 없다. 그곳은 그들의 개성에 완벽하게 어울리게 꾸며진 쾌적한 스위트홈이니까... 비록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그들은 그들의 가치관을 통해 행복하게 살아갈 따름이다.

결국 [아담스 패밀리]는 같음을 추구하는 마고와 다름을 추구하는 아담스 가족의 한판 대결로 진행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공격을 하는 쪽은 마고이고, 아담스 가족은 마고의 공격을 방어만 할 뿐이다. 아담스 가족이 원하는 것은 그저 그들의 개성을 지키며 안전하게 사는 것뿐이기에 굳이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마고를 공격할 생각이 없다. 그것 또한 마고의 개성이니까.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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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주제, 하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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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스 패밀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소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히트작인 [몬스터 호텔]이다. [몬스터 호텔] 역시 사람들과 다른 몬스터라는 이유로 인간 사회에서 배척당한 드라큘라(아담 샌들러)가 사람들을 피해 몬스터의 낙원이라 할 수 있는 호텔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시리즈가 3편까지 진행된 이 영화는 [아담스 패밀리]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물론 시작은 [아담스 패밀리]가 훨씬 먼저이지만 [아담스 패밀리]는 오랜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아담스 패밀리]를 보며 조금 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담스 패밀리]에는 뻔한 주제만으로는 가릴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특히 나는 사춘기 소녀 특유의 시크함을 지닌 웬즈데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어머니에게 반항을 하기 위해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핑크핑크한 머리핀을 하고 집에 나타나는 웬즈데이. 그녀의 반항에 모티시아가 외출 금지 명령을 내리자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가뿐하게 가출에 성공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웬즈데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마고의 계략을 알아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공격으로 저택에 갇힌 가족을 구해내는 것도 웬즈데이이다. 웬즈데이는 또래 여배우 중 가장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클로이 모레츠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생명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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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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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재미있다. 나는 영화의 내용을 위주로 감상을 하기 때문에 영화의 음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아담스 패밀리]의 음악은 처음부터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귀를 기울이고 어깨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좋았다. 내게 있어서 [아담스 패밀리]는 쿠키영상 때문이 아닌 음악을 듣기 위해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본 몇 안 되는 영화이다.

기괴한 영화 속 캐릭터들도 좋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샤방샤방하지 않고 오히려 우중충하지만, 오래전에 봤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와 묘하게 닮아서 나를 추억에 잠기게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와 [아담스 패밀리 2]가 다시 보고 싶어지더라.

2편의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는데 그땐 꼭 발품을 팔아서라도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도 2편에서 재미가 반감되었었는데, 부디 애니메이션 [아담스 패밀리]는 2편에서도 그 본연의 재미를 잘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