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리뷰는 관점에 따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5점 만점 3.5점

우표 없는 편지 처럼

영화 속 배경이 새하얗게 쌓인 눈 때문인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괜한 설레임과 울컥거리는 감정을 안고 본것 같다. 핑클의 화이트라는 노래도 생각나는데 이 영화랑 참 잘어울리는 노래인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편지처럼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감정이 격해진다거나 하는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를 지켜내간다. 초반에는 이러한 점 때문에 다소 루즈해 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왜 정말 차근차근 써내려가는 편지처럼 그 감정의 속도를 지켜내갔는지를 잘 알 것만 같았다. 편지라는게 좋은 소식이던, 나쁜 소식이던 확실한건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 사람에게 전해져야먄 편지가 완성되는것은 아닌것처럼, 마치 우표 없는 편지 처럼. 설레임이라는 그 느낌 하나만은 충분히 전달해주는 수단일것이다. 윤희와 쥰 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린 모두 그런 기억 하나쯤은 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무의식 속에서, 혹은 애써 부정하면서, 아니면 정말 잊고 살아왔다던가. 그런 편지가, 기억이 사랑이던, 우정이던, 그리움이던 이 영화가 보여주는 그 새하얀 겨울의 만남은 왠지 모른 벅참을 선사한다. 시작의 기준이 될 수도 있고, 확실한 끝맺음이 될 수도 있는것 처럼. 분명히 외적으로는 퀴어적인 요소가 단번에 들어나고 그러한 묘사가 충분히 되는 영화였던 <윤희에게> 지만 나는 그 이상의 여운을 느낀건지, 내가 너무 과몰입을 해버린건지 단순 퀴어적인 요소로만 보이지는 않았던것 같아 더욱 좋았던것 같다. 앞서 말한것 처럼 여러 감정으로 이입해서 본다면 모든것이 다 맞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편지란 그런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