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www.djuna.kr/movies/where_the_sidewalk_ends.html

“모든 범죄에 극심한 혐오심을 느끼는 형사 마크 딕슨. 이러한 극심한 범죄에 대한 증오는 범죄자들에 대한 극도의 편견으로 공권력 남용에 까지 이르게 된다. 또한 그의 아버지가 범법자이기에 그는 경찰로서의 경력에 누가 될까 정신적으로 괴로워한다. 어느 날 경찰들이 토미 스켈리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불법도박 게임의 현장을 덮쳤을 때 시신 한 구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사기 도박꾼 켄 패니를 살인용의자로 지목한다. 딕슨은 패니를 추적하고 스켈리에게 죄를 뒤집어쓰게 하려고 그를 설득하는 중 급기야 그를 죽이게 되고 그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택시운전자 지그 테일러에게 잡히는 것을 간신히 모면하게 되는데..”

나 같은 놈한테

기회를 주고 싶나요?

실수는 누구나 하잖아요

어떤 기회든 줘야죠

기다릴게요

‘로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다나 앤드류스와 진 티어니가 이번에도 함께 등장하는 ‘골목길이 끝나는 곳’은 ‘로라’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지만 오토 프레밍거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군더더기 없는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름 느와르 쪽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꼭 필름 느와르의 장르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는 영화였다.

덮어놓고 폭력을 앞세워 윗사람들에겐 찍히고 동료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찰 딕슨이 실수로 용의자를 죽여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상황이 점점 더 커지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의 내용에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흥미를 갖게 될 내용이고 어떤 식으로 상황이 더 꼬여가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 영화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며 주인공 딕슨의 내면적 갈등을 그리고 사건이 어떤 식으로 악몽이 되어가는지를 잘 다루고 있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번째 도막에서 우리는 마크 딕슨이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은폐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이 부분은 거의 순수하게 기계적인 서스펜스에 의해 지탱되고 있지요. 딕슨에게 일단 감정 이입을 한 관객들은 그가 들키지 않길 바랍니다. 두번째 도막에서 영화는 종교적 갱생담으로 탈바꿈합니다. 딕슨은 직스에게 화살이 돌아가자 어떻게든 그들을 자기가 만든 함정에서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그러기 위해 이용하는 편법들은 모두 실패하고 말죠. 이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진실을 말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위와 같은 설명처럼 우발적인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사람을 죽이게 된 딕슨은 급한 마음에 적당하게 상황을 수습하지만 이런 영화가 항상 그렇듯 뭔가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점점 자신에게 불리하리라 생각했지만 의도치 않게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게 된다. 그리고 고민은 깊어진다.

오토 프레밍거는 딕슨에게 점점 상황이 불리하게만 만들면 자칫 지루하거나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생각지도 못한 이를 범인으로 지목해 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딕슨으로 하여금 심리적인 압박과 내면의 갈등에 빠지도록 만들어 좀 더 영화가 긴장감 있게 해주고 있다. 거기다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의 딸과 서로 호감을 느끼게 만들어 좀 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하고 있다.

“이 장르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남성적 자아도취가 거의 존재하지 않”다거나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 주인공의 고민에 빠져 있”진 않지만 “감정이나 설정을 과장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분석적으로 영화를 보진 못했다. 다만, “영화는 딱 하나의 길만 가리킵니다.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 정직함과 책임감”이라는 말에는 충분히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선뜻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용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뒤늦은 참회라고 볼 수 있을까? 직접 말할 수 없어 편지로 솔직한 마음을 들려준다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과연 나였다면 그 상황에서 그걸 읽게 할까? 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해보게 된다.

진한 여운을 느끼게 해주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머뭇거리게 해주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은 연결되는 점 없겠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를 생각나게 해준다. 명확한 정답은 없다는 말만 하게 되지만 결국 나라면... 이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머물게 한다.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시선에 괴로워하다 (혹은 열등감 /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마지막에는 후련하게 그 모든 괴로움에 벗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서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결말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행복의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줘 아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이걸로 끝이 아닌 그래도 남은 기회가 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일 것 같다. 우리들은 과연 이와 같은 되돌릴 수 없는 실수와 잘못을 했을 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장르 공식과 '싸나이들의 자존심'을 고려해보면, 마크 딕슨은 오히려 장렬한 산화보다 훨씬 더 어려운 선택”인 것을 고려해도 저런 방식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저런 가능성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필름 느와르의 영역에 있는 영화일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선택의 난처함을 누구나 공감하도록 잘 풀어내고 있다. 저돌적인 성격의 주인공이니 그럴듯한 선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쉽진 않은 선택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죄를 짓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무고한 피해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 세계”를 흥미롭게 다뤄내고 있다. 영화는 “냉정한 시선이 개입”하면서 “이 회색은 보다 명쾌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지만 과연 그게 명쾌한지는 대답하기 꺼끄러워진다.

오토 프레밍거는 뭘 만들어도 항상 잘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