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機動戦士 Z ガンダム A New Translation Mobile Suit Zeta Gundam The Movie A New Translation
후니캣 2020.02.21 10: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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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별을 잇는 자 星を継ぐ者
2편 연인들 恋人たち
3편 별의 고동은 사랑 星の鼓動は愛
‘기동전사 건담(퍼스트 건담)’과 ‘기동전사 Z 건담’은 진심으로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퍼스터 건담 극장판과 Z 건담 TV판이라고 말해야겠고. 두 작품 때문에 건담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본다.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에 몇 가질 더할 뿐이지 둘을 빼진 않을 것이다.
기동전사 Z 건담
1985년 3월부터 1986년 2월까지 방영
Z 건담을 접한 방식은 퍼스트 건담 극장판과 동일하게 극장판을 통해서였다. A New Translation 이라는 이름이 붙은 20주년 극장판이었고 TV판과는 달리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의 재해석이 들어갔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사전 정보 없이 본 당시 퍼스트 건담 극장판처럼 요약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 극장판으로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을 하면서.
당연히 극장판으로 접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뭘 만든 것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건담은 나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TV판(퍼스트, Z, ZZ)을 볼 기회가 생겨 퍼스트 건담부터 순서대로 보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조금은 어떤 이야긴지 알 수 있게 됐다. 왜 그렇게 열광하고 맹렬하게 몰두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Z 건담 TV판은 걸작이었다. 그리고 TV판을 모르고 극장판을 본다는 것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 무슨 내용인도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의도에서 이런 식으로 정리한 것인지는 알 것 같지만 그럴러면 좀 더 과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총 3부작으로 구성“한 것까진 그렇다해도 ”기존 작화에 신작화를 추가“한 점이 더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그림이 너무 달라 어색함만 커졌을 뿐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평가하든 그런 방식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서 무리인건 알지만 기존 TV판으로 어떻게든 완성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 다 그렸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니면 (전혀 달라지는) 결말 부분만 새로 그리는 식이거나. 이렇게 어중하게 만들어진 방식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이것 말고도 편집에 이런저런 의견을 더 내놓고 싶지만 너무 나서는 것 같아 더 말하고 싶진 않다.
어쨌든 토미노 요시유키가 직접 수정한 20주년 극장판은 걸작이라고 말할 순 없어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공감할 수 있었다. 적극 동의하기도 하고. 이전과 달리 절망 속에서 그래도 희망으로 여지를 남겨놓으려고 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세월 탓으로) 용서하며 Z 건담 극장판을 보게 한다.
다만... 이왕 수정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과감하게 카미유 비단에 집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것보다 더 카미유를 중심으로 편집했어야 했었다. 이런저런 불필요한 부분을 더 갈무리했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로 레이든 샤아 아즈나블이든 뭐든 이보다 더 카미유 비단을 중심에 놓고 군더더기는 다 걷어냈어야 했다.
"경영자나 그에 따르는 비지니스맨들이 건담만 만들라고 하니까 열 받아서 박살내주겠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너희들이 정의의 히어로라고 하는 캐릭터가 미쳐가는 걸, 망가져가는 걸 보여주마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에 대한 후회와 "이런 작품을 방치하면 안 된다. 내가 책임지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카미유 비단에게 집중해서 내용을 풀어냈어야 했다. “비극적인 작품만 만들어온 토미노 조차도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유일하게 수정을 가할 정도로 우울한 음울”한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했어도 크게 나무랄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토미노가 얼마나 자신의 작품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3부작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본 버블경제가 끝나고 절망과 체념의 시대”를 예언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그런 식이 아닌 희망에 대해서(도) 말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조금은 ZZ 건담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치열하게 시대와 부딪쳤고 그로인해 산화했던 카미유가 더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좋았다. 꼭 그렇게 비관적으로 끝낼 필요는 없으니까. “한 소년이 광기로 가득찬 시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행복해진 장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어느 쪽 의견을 따르던 몰살의 토미노와 이후의 유해진 토미노와의 차이”일 뿐이라는 말도 그럴 듯 하다.
“사실 제타 건담의 엔딩은 극장판 쪽이 토미노의 원안에 가깝다. 본래 그리프스 전역이 에우고의 완전한 승리로 끝나고 샤아 아즈나블이 에우고를 이끌고 지구권을 평정하는 것이 TV판 기획 당시의 원안이었다. 하지만 더블제타의 제작이 결정되면서 기획이 변경되었고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토미노는 결국 파멸적인 엔딩으로 화답”했다는 당시 상황과 퍼스트 건담의 끝맺음을 생각하면 이게 가장 원래 계획에 맞는 결말이었을 것 같다.
“엔딩의 변경이야말로 토미노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극장판 3부작을 보면서 느껴지는 불필요한 부분을 좀 더 덜어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많이 느껴지는 결과물이었다. 더 잘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Z 건담 극장판을 보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을 떠올리게 된다.
에반게리온은 TV판이든 극장판이든 혹은 어떤 식으로든 완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도 이만한 결과물을 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미노가 얼마나 역량인지 알 수 있기도 하지만 에반게리온(안노 히데아키)이 얼마나 완성에 대한 의욕/노력/능력이 없는지를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토미노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판에 공감하게 된다.
항상 말하지만 에반게리온은 완성에 대한 의지가 없음으로써 더 완성을 기대하게 되는 기괴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극장판 Z 건담을 보며 TV판을 생각하게 되고 카미유 비단의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다행히 그가 이전과는 다르게 파국으로 향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동안 카미유를 잊지 못했던 팬들은 20년이 지난 다음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카미유의 모습을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정신붕괴가 되지 않은 것에 실망하진 않을 것 같다.
Z 건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운 선물과 같은 극장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