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B%A9%94%EA%B0%80%EC%A1%B4%2023

참고 : https://elros.tistory.com/376

참고 : https://blog.naver.com/k2zeby/10045116341

어렸을 때는 어른이라는 말을 동경했지만

지금은 어른이라는 놈들을 보고 있으면

이놈도 저놈도 사욕을 위해서

멋대로 사람을 속이고

상처 입히고 때로는 죽인다

너무 심한 짓을 하고 있어

나는...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어렸을 때의 영화나 TV 드라마에 나오는

어른들과 만나고 싶었어

마음껏 살아라

살아 있는 동안에...

새로운 시대인가...

여기는 살아갈 보람이 있는 세계다

하지만 내가 옳다고 믿었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부럽군

너희들이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1980년대 일본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한창 경제 호황을 누리던 상황이라 가능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속속들이 알진 못하기에 이런 애니를 보게 될 때면 그런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이걸 이제야 알았네... 좀 억울한데

이것 말고도 아직 모르고 있는 (주목할) 작품들이 있진 않을까?

‘메가존 23’은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세 개의 파트로 만들어져 발매된 OVA 시리즈. 단 첫 두 파트는 한 파트에 한 편인데 비해 세 번째 파트는 두 편으로 나뉘어 나“눠져 있고 앞선 1, 2편을 하나로 묶어서 얘기하고 3편의 경우 ”주인공도 배경도 달라진다. 그래서 3부는 PART III가 아니라 III“이라 따로 떼어 놓고 있다. 내용도 완성도도 확연히 차이가 있고.

우선은 OVA가 뭔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절정기로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양적으로 엄청나게 비대해져 버린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지나친 과열 경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급기야는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인력은 많은데 일감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킨 것은 바로 OVA 시장의 개척이었다. 단 몇 주간의 상영으로 명암이 갈려 버리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막대한 제작비만큼이나 위험 부담이 컸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좀 더 안전한 제작 여건“이 필요했고 OVA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할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영상 소프트웨어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말하면 호황기로 인해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시장개척이고.

이런 연유에서 만들어진 것이 ‘메가존 23’이었고 ”작화에 모든 것을 건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그림 잘 그린다고 유명한 애니메이터는 뭐든 끌어와서 제작“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물론 그림도 그림이지만 내용도 무척 흥미로운 점 많았다.

OVA가 이제 막 등장한 시기라 여러 가지로 공들인 모양새를 보여 준다. 상업성은 기본이고 그것 말고도 완성도가 높다.

”마크로스의 주요 스탭들이 다시 힘을 합쳤다는 걸로 유명했으며, 거기다 최초의 사이버 아이돌인 토키마츠리 이브를 만들어낸 작품“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이 세계는 사실 거대한 우주선이며 모든 것이 우주선의 관리 컴퓨터 '바하무트' 에게 조작되고 통제되는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내용 때문에 매트릭스 시리즈에 무척 깊은 영향을 줬다는 (재)평가를 받고 있어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워쇼스키 형제/자매는 과연 매트릭스를 만들 때 이 애니를 참고했을까? 그렇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식으로 보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구석 많은 애니니까. 다만 괜히 궁금해지게 만들게 된다. 독창적인 점도 있지만 그 당시의 유행(사이버 펑크, 폭주족, 반항으로 가득한 젊은이들 등등)을 쓸어 넣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무척 획기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재능과 의욕이 넘치는 젊은 세대들이 잔뜩 참여해 마음껏 상상력/능력을 뽐내고 있고 오염된 지구,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지배받는 인간, 사이버 아이돌, 사이버 펑크, 바이크를 통한 질주, 젊은이들의 사랑 등등 지금 봐도 요즘 시대에 뒤쳐저 있다는 느낌 들지 않는다.

이걸 1980년대에 만들었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당시 인기가 높았던 사이버 펑크 설정들이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조잡하지 않게 담겨 있고(상대적으로 덜 거칠고 더 세련됐다. 좋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노골적인 성적인 표현(적나라한 성행위)도 넣는 등 하고 싶은 것 잔뜩 하고 있고 만들고 싶었던 것 다 해보고 있다.

제한 없이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했을 때 결과는 최고거나 최악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메가존 23’은 다행히 최상의 결과물이었고 미국 식 그림체(와 분위기)를 선보이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흥미롭게 볼 점 많고 이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줬는지도 생각해보게 해준다. 다만, 1부와 2부의 그림체가 전혀 달라 연달아 본다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헷갈릴 수도 있다.

너무 늦었지만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묻혀 있는 것들이 더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