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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이클 피모그나리

주연 : 라나 콘도르, 노아 센티네오, 조단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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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밸런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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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나면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일까? 그건 동화나 로맨스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결혼을 하고 사랑의 콩깍지가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비로소 사랑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많은 부부들이 사랑으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거나 급기야 이혼이라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결혼하고 나서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결혼 17년 차이다. 이쯤 되면 사랑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정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농담이 진심처럼 들릴 시기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내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주고 싶고, 모든 것을 아내와 함께 하고 싶다. 밸런타인데이, 젊은 연인들이나 즐기는 기념일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연애시절처럼 아내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초콜릿을 받고 싶다. 하지만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목요일 밤에 배가 아프다고 하던 아내는 금요일 오전에 병원에서 위염, 장염, 감기몸살까지 복합적으로 왔다는 진단을 받고 회사에서 조퇴했다. 아내의 조퇴 소식에 나도 회사에 조퇴하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부하 여직원이 하필 휴가 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6시 정각이 되어 서둘러 집으로 향했는데, 위염, 장염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창백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아내가 나를 반겼다. 아내는 약에 취해 저녁 7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나는 아내의 잠을 방해할까 저녁식사도 굶고 거실에서 조용히 TV를 봐야 했다. 아내가 아픈 우울한 밸런타인데이. 하지만 이 영화가 있어서 나 혼자 로맨틱한 기분을 낼 수가 있었다. 바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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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사랑에 성공한 라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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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넷플릭스에 푹 빠져 있지만,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주로 극장 개봉작을 선호하는 내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일요일 오전, 할 일이 없어서 우연히 보게 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하이틴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보고 나서 바뀌었다.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라라 진(라나 콘도르)이 너무 귀여워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학창시절 짝사랑이 주특기였던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정말 유쾌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 후 나는 넷플릭스에 흠뻑 빠져 버렸다.

솔직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내용은 조금 뻔하다. 짝사랑만 하는 소심한 여고생 라라 진은 짝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연애편지를 써서 혼자 소중히 간직한다. 그런데 그러한 언니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던 키티(안나 카스카트)가 라라 진의 연애편지를 모두 발송해버린 것이다. 한 명도 아닌 다섯 명에게 발송된 연애편지. 그로 인하여 라라 진은 위기에 빠지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학교의 킹카인 피터(노아 센티네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계약 연애를 하다가 진짜 사랑이 되어버린 다는 내용은 수많은 로맨스 소설, 영화, 드라마의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라라 진의 귀여움으로 이 뻔한 소재를 매력적인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로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피터와 라라 진의 사랑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라라 진과 피터가 어떻게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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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진 앞에 나타난 또 다른 편지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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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진과 피터의 사랑은 처음부터 그렇게 순탄하지가 않다. 일단 라라 진의 연애편지는 피터에게만 발송된 것이 아니다. 1편에서는 어릴 적부터 친구이자 언니인 마고(자넬 패리쉬)의 애인인 조쉬(이즈리얼 브루사드)에게도 연애편지가 발송되어 라라 진을 당혹하게 만든다. 하지만 피터 덕분에 위기는 잘 넘겼다. 자! 계산을 해보자. 라라 진의 다섯 통의 연애편지가 있다. 그중 조쉬에게 보낸 편지는 해결되었고, 피터에게 보낸 편지는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남은 세 통의 편지는?

일단 한 통의 편지의 주인공은 게이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렇듯이 라라 진의 연애편지를 받은 게이 친구는 라라 진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어쩌다 로맨스]에서도 설명했듯이 게이 친구는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 중 하나이다.) 또 다른 한 통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 포인트로 소모된다. 그렇게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 통만 남았다. 1편에서는 그 편지가 배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의 시작은 배달이 되지 않은 줄 알았던 문제의 편지가 결국 배달이 되어 답장까지 오면서부터이다. 운명처럼 편지의 주인인 존(조단 피셔)은 라라 진과 같은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한 가운데 라라 진은 본의 아니게 양다리 아닌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 존은 라라 진에게 첫 번째 사랑의 시험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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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랑의 시험대를 통과해야만 진정한 사랑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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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등장이 현실의 시험대라면 피터의 전 애인인 젠의 존재는 라라 진에게는 마음속의 시험대이다. 라라 진에게 피터는 첫사랑이다. 그렇기에 피터와 하는 모든 것은 라라 진에게는 첫 경험인 셈이다. 하지만 라라 진은 안다. 피터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젠과 함께 했었다는 것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사귀기 시작한 것이지만 화가 나고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습게도 사랑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과거라고 한다. 이미 지나갔고,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는 과거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는데 라라 진이 빠진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물론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라라 진과 피터의 사랑은 굳건할 것임을... 그리고 당연하게 라라 진은 피터를 향한 자산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역시나 해피엔딩.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게 끝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는 계속해서 사랑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때 라라 진과 피터의 사랑은 진정 영원한 사랑이 될 것이다.

밸런타인데이. 혼자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청승맞게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는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준비된 최적의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푹 쉬었기 때문인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아내는 '나도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라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이 영화라면 두 번 봐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아내의 모습이 라라 진 만큼이나 귀여워서 혼자 보낸 밸런타인데이의 아쉬움을 잊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