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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데이비드 미쇼

주연 :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튼, 숀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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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에저튼의 재치 있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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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 기사에서 2019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기생충]에 대한 할리우드 감독, 배우들의 코멘트를 소개했었다. 그중에서 내 이목을 끈 것은 <더 그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 출연한 조엘 에저튼의 코멘트이다. 조엘 에저튼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다가 "[기생충]도 주변의 많은 사람이 봤다. 정말 놀라운 영화다.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언급할 만하다. 물론 [더 킹 : 헨리 5세]를 제외한 순위"라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고 한다. [기생충]에 대한 찬사를 보내면서도 은근슬쩍 [더 킹 : 헨리 5세]를 띄우는 재치 있는 한마디였다.

조엘 에저튼의 코멘트를 보고 나니 [더 킹 : 헨리 5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작품성을 지닌 넷플릭스 영화가 그러하듯이 [더 킹 : 헨리 5세] 역시 지난 10월 23일 몇몇 극장에서 개봉했다가 11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얼마든지 [더 킹 : 헨리 5세]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라는 점이 내 발목을 잡았고, 서서히 [더 킹 : 헨리 5세]는 내 기억 속에서 잊히는 영화가 되었다. 그런데 조엘 에저튼이 다시 되살려 놓은 것이다.

[더 킹 : 헨리 5세]는 1413년 25세의 나이로 왕의 자리에 올라 프랑스 정복을 완성한 영국의 왕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헨리 5세>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 주연의 1944년 영화 [헨리 5세]와 케네스 브래너 감독, 주연의 1989년 영화 [헨리 5세]에 더 가깝다고 한다. 워낙에 서양의 시대극을 좋아하기에 나는 2시간 20분 동안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하고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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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5세'는 어떤 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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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짧게 언급한 대로 '헨리 5세'는 프랑스 정복을 완성한 영국 왕이다. 특히 아쟁쿠르 전투가 유명한데 만여 명의 병력으로 약 4배에 가까운 프랑스 군을 무찔러 대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영국 측 자료는 최소 3배, 최대 10까지 프랑스 군이 우세였다고 하고, 프랑스 측 자료는 최대 4배, 최소 1.2배로 프랑스 군이 우세였다고 한다.) 이 전투의 승리로 기세를 올린 '헨리 5세'는 결국 1420년 프랑스의 국왕 샤를 6세로부터 트루아 조약을 끌어낸다. 트루아 조약의 내용은 샤를 6세의 딸인 캐서린 공주와의 정략결혼 및 샤를 6세의 사후 '헨리 5세'와 캐서린 공주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프랑스의 왕이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1422년 '헨리 5세'는 전쟁 도중 병에 걸려 35세의 젊은 나이로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그의 죽음으로 영국의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고, 결국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100년 전쟁은 잔다르크의 활약으로 프랑스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샤를 6세의 사후 프랑스의 왕위에 오르기로 했던 '헨리 5세'의 아들 헨리 6세는 이후 그 유명한 장미전쟁에 휘말리며 영국 왕위를 빼앗겨 랭커스터 왕가의 마지막 왕으로 기록되었다.

[더 킹 : 헨리 5세]는 헨리 4세(벤 멘델슨)의 집권 말기에서부터 시작하여 '헨리 5세'(티모시 샬라메)가 왕위에 올라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아쟁쿠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트루아 조약을 이끌어내는 장면에서 끝난다. 한마지로 '헨리 5세'의 최고 업적만을 다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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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가 그려낸 '헨리 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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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더 킹 : 헨리 5세]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셰익스피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케네스 브래너가 [헨리 5세]를 나란히 연출과 주연 1인 2역을 해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 [워 머신]으로 호평을 받긴 했지만 그의 영화 [더 킹 : 헨리 5세]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케네스 브래너가 각각 연출한 두 편의 [헨리 5세]와 비교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그러한 부담감을 의외의 캐스팅으로 떨쳐 낸다. 지금까지 알려진 '헨리 5세'는 키가 190cm가 넘는 당당한 체격에 힘도 장사여서 30kg이 넘는 갑옷을 마치 가벼운 외투처럼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전쟁터에서 활약해서 25세의 젊은 나이로 왕위에 올랐을 땐 이미 10년 이상 풍부한 전투 지휘 경력이 있는 장군이었으며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전쟁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더 킹 : 헨리 5세]의 '헨리 5세'는 미소년 이미지가 강한 티모시 샬라메가 맡았다. 그 결과 '헨리 5세'는 의심이 남아 영국을 분열에 이르게 했던 아버지를 증오하는 반항아이고, 왕위에 오른 후에도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원하는 자상한 왕이다. 비록 프랑스의 도발로 어쩔 수 없이 프랑스 원정에 나서지만 그는 될 수 있으면 병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전투 대신 지휘관의 1 대 1 대결을 통해 살상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헨리 5세'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과도 다르고,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와도 차이가 있다. 결국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자신만의 '헨리 5세'를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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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짊어져야할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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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원작의 재해석? 어쩌면 논란이 될 수 있는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선택은 '헨리 5세'를 통해 리더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무게를 표현한다. 왕위에 오르기 전 그는 존 팔스타프(조엘 에저튼)과 함께 매일 술과 여색을 즐기는 방탕한 생활을 했다. 헨리 4세는 왕위를 그의 동생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하고, '헨리 5세'는 왕의 자리를 원한 적이 없다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원하지 않았던 영국의 왕위에 앉혔다.

왕이 된 이후 그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신하들을 의심하게 된다. 과연 누가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괴로움이 그를 괴롭힌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자객을 보낸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프랑스의 스파이로 의심되는 어릴 적 친구에게 참형을 선고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거짓에 의한 것이다. 모든 음모를 알게 된 '헨리 5세'의 흔들리는 눈빛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쟁쿠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쟁의 신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이 아닌, 리더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에 질린 표정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 '헨리 5세'와 정략결혼을 한 캐서린(릴리 로즈 멜로디 뎁)에게 자신에게 언제나 진실만을 이야기해달라는 유일한 부탁을 하는 장면은 가슴이 아팠다. 비록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영국의 위대한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가징 친한 벗인 존을 잃고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헨리 5세'의 가련한 모습. 그것이 바로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미소년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캐스팅하여 만들어낸 '헨리 5세'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