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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

주연 :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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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그리고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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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오는 2월 10일 개최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영화로서는 노미네이트조차 처음 있는 일인데다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이 유력하여 국내 영화팬에게는 마음 설레는 일이다.

비록 [기생충]에 가려졌지만 일본 영화에 진출한 배우 심은경 또한 최근 경사를 맞이했다.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신문기자]가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했고, 특히 심은경이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심은경은 그 외에도 [신문기자]로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 제29회 타마 영화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했고, 영화 [블루아워]로 제43회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심은경의 일본 영화제 수상은 [기생충]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심은경이 일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언어장벽을 넘어야 하고, 한국 배우라는 선입견과 싸워야 했다. 그것을 심은경이 해낸 것이다. 특히 [신문기자]는 일본의 아베 정권의 비리를 비판하는 영화로 일본 여배우들이 맡기를 꺼려 했던 배역을 심은경이 완벽하게 해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내가 Seezn에 무려 5,500원(부가세 포함)을 결재하고 [신문기자]를 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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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총리실의 비리를 고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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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에는 두 주인공이 나온다. 토우토 신문의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심은경)는 유명 기자였지만 오보 사건으로 자살을 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자가 된다. 그녀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기자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총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학 설립 건에 얽힌 비리 문건이 그녀에게 전달된다. 일본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총리실의 비리. 요시오카는 곧장 진실을 캐내기 시작하지만 요시오카를 향한 총리실의 압박 또한 점점 거세진다.

또 다른 주인공은 총리 직속 내각정보실 관료인 스기하라 타쿠미(마츠자카 토리)이다. 그는 내각장보실에서 상관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지만 그 일이 결코 옳은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딸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상관이었던 칸자키가 자살을 하고 그의 자살에 내각정보실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는 혼란에 빠진다.

[신문기자]는 서로 처지가 다른 요시오카와 스기하라가 칸자키의 자살을 계기로 만나게 되고, 서로 힘을 합쳐 칸자키의 자살에 얽힌 진실과 총리실의 비리를 캐내는 스릴러 영화이다. 거대 권력의 비리를 캐내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요시오카와 스기하라는 수많은 위기에 처하지만 진실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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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끄러웠던 댓글 부대가 떠오른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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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내각정보실의 업무 장면이다. 내각정보실은 현 정권의 장기 집권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의 뒤를 캐는 일을 주로 하는데, 불법 사찰은 물론이고, 여론 조작과 댓글 부대까지 운영한다. 그 순간 한때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댓글 부대사건이 떠올랐다.

특히 2012년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의 셀프 감금사건은 희대의 코미디였다. 그래도 나름 많이 배운 엘리트였을 텐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가정보원이라는 중요한 국가기관에 들어간 그들이 고작 한 일이라고는 야당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일면 악풀)을 다는 일이라니... 그들은 과연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을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한심하다.

스기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관인 타다 실장은 현 정부를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온갖 불법적인 일을 스기하라에게 시킨다. 스기하라의 아내는 남편이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비리로 가득한 총리를 위해 여론 조작과 불법사찰 등을 하던 스기하라는 이제 막 태어난 딸을 보며 창피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최소한의 양심이 그에겐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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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영화처럼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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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오카와 스기하라는 힘을 합쳐 총리실이 벌이고 있는 대학 설립에 얽힌 비밀을 밝혀낸다. 하지만 총리실에서 그것은 거짓이라고 발뺌을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요시오카의 아버지도 그 덫에 걸려 오보 기자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스기하라의 희생이 필요하다. 내각정보실 관료인 스기하라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요시오카의 기사가 진실임을 밝힌다면 그들은 총리실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값진 승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흔들리는 스기하라의 표정은 관객의 희망이 물거품이 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스기하라에게 외무성 복귀를 권유하는 타다 실장. 그에 대한 대가는 그저 입을 닫는 것뿐이다. 사실 칸자키도 그랬었다. 평생 외무관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칸자키는 불의와 타협을 했었고, 결국 그러한 타협이 그를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칸자키는 죽기 전 스기하라에게 '넌 나처럼 되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시밭길과 꽃길의 갈림길에서 선 그는 꽃길의 끝에는 지옥이 있다고 해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미가 깊다. 타다 실장의 전화를 받은 요시오카는 있는 힘껏 뛰어서 스기하라를 향해 달린다. 그 시간 스기하라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터벅터벅 걷는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만난 두 사람. 스기하라는 요시오카를 향해 입을 열지만 그의 입에선 차마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요시오카는 스기하라를 향해 소리를 치지만 그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요시오카의 목소리를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묻혀 버린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 마치 [블랙머니]의 마지막 장면만큼이나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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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의 연기가 대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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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는 심은경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은경은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아역 연기자로 시작한 그녀는 귀여운 연기로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써니], [수상한 그녀]에서는 어린 연기자 답지 않은 당찬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의 흥행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은 귀여움을 벗어던지 심은경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다. [염력], [궁합]의 흥행 실패 후 뭔가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 심은경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신문기자]를 보니 과연 내가 알던 심은경이 맞아 싶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 변신은 완벽했다. 요시오카 에리카는 일본에서 주변인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오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살한 기자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기자가 되겠다는 결심했지만 요시오카는 항상 무언가에 주눅이 들어있는 것만 구부정한 자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겠다는 결심은 그녀의 웃음기가 전혀 없는 긴장된 얼굴에 드러난다. 전혀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다. 그저 힘겹게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한 여성만 있을 뿐이다.

[신문기자]를 보고 나니 [블루 아워]도 궁금해진다. 이 영화는 도쿄에서 일하는 CM 감독 스나다(카호)가 자유분방한 친구 키요우라(심은경)과 함께 그토록 가기 싫었던 고향 이바라키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녀의 일본 활동을 응원한다. 그리고 어서 빨리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