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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죽였다] - 블랙아웃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80년 대풍 싸구려 이야기로 망쳐버렸다.
13  쭈니 2020.01.29 17:25:13
조회 36 댓글 0 신고

감독 : 김하라

주연 : 이시언, 안내상, 왕지혜

블랙아웃 경험이 있는 내겐 흥미로운 스릴러

몇 년 전 블랙아웃을 경험한 이후로 술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젊었을 땐 내 주량이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술을 마시면 내가 언제 취할지 가늠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나니 내 주량은 들쑥날쑥해졌고 갑자기 어느 순간에 확 취해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더 큰 문제는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와 함께 술을 마신 사람들은 내가 전혀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내가 멀쩡해 보이니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았고, 나는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요즘은 알코올 도수가 약한 맥주만 마신다.

그렇기에 [아내를 죽였다]는 내게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처럼 보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채정호(이시언)는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진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경찰인 최대연(안내상) 경위가 정호의 집에 온다. 별거 중인 아내 정미영(왕자혜)이 간밤에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소식에 놀란 정호, 그런데 간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호의 옷은 피투성이고, 피 묻은 칼까지 가지고 있다. 단번에 아내의 살해 용의자가 된 정호. 그는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며 간 밤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흥미진진한 블랙아웃 스릴러

[아내를 죽였다]는 블랙아웃이라는 소재를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정호는 기억이 끊기기 전 함께 있었던 친구를 만나 간 밤의 행적을 차근차근 추적한다. 그럴 때마다 영화는 지워진 정호의 기억을 관객에게 하나씩 풀어 놓는다. 사실 나도 그렇다. 아무리 블랙아웃이 되었다고 해도 천천히 되짚어보면 술에 취하고 내가 벌인 행동들이 띄엄띄엄 떠오른다. [아내를 죽였다]는 그러한 블랙아웃의 특성을 이용해서 꽤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한다. 회사에서 퇴직을 당한 정호가 도박에 빠져 사채를 끌여다 썼고, 정호의 간밤 기억 속에 사채업자인 김소진 실장(서지영)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영화는 뻔한 80년 대풍 싸구려 멜로 영화로 변환된 것이다. 그냥 정호의 블랙아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었던 영화였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영화의 스포 등장함)

미영의 선택... 그게 최선인가?

남편이 직장을 잃고 술과 도박에 빠지다가 사채까지 끌어다 쓴다. 아내는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몸을 팔기로 한다. 이런 레퍼토리는 80년대 싸구려 멜로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었다. 그땐 그랬다. 집안의 가장인 남편이 무너지면 그 가정은 지탱할 힘을 잃고 사회 경험이 없는 아내는 시궁창까지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남성만큼이나 여성의 사회 참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미영은 사채업자인 김실장의 방문을 받고 남편인 정호가 처한 사정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때 미영이 취한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 정호 대신 빚을 떠안고, 그 사실을 정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정호와 별거를 하고,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 돈을 벌어 정호의 빚을 갚는다. 이게 요즘 세상에 미영이 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는가? 순간 내가 요즘 영화를 보는 것인지, 80년대 영화를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보고 나면 찝찝해지는...

결국 미영을 죽인 범인은 잡힌다. 하지만 정호는 미영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 자책한다. 솔직히 미영을 죽인 진범이 그저 10대들의 일탈이라며 대충 마무리한 것도 어이가 없지만 정호가 김실장에게 훔친 거액의 돈 가방을 최경위가 뒤로 빼돌리는 결말은 더욱 어이가 없다. 도대체 그따위 설정이 왜 필요한 거지?

영화의 결말은 더욱 찝찝하다. 몇 년이 지났지만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이 영화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도박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러기엔 정호가 도박에 빠져드는 과정을 좀 더 심층적으로 보여줘야 했건만 그러지 않고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강조한 결말을 보여주니 그저 찝찝할 뿐이다. [아내를 죽였다]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으로 발돋음한 이시언. 그래도 작품을 고르는 눈은 조금 더 키워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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