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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폴 페이그

주연 : 에밀리아 클라크, 헨리 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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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이클의 'Last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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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도 모르게 조지 마이클의 'Last Christmas'를 흥얼거린다. 물론 가사는 모른다. 그저 앞부분인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정도까지만 안다. 그래도 감미로운 멜로디가 꽤 중독성 있어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자꾸 떠오른다.

북미에서 2019년 11월 8일에 개봉하여 개봉 첫 주 1천1백만 달러를 기록,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른 [라스트 크리스마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영화의 제목이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조지 마이클의 목소리처럼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본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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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사는 다양한 인종에 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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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영국에 사는 다양한 인종에 대한 영화이다. 주인공인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의 가족만 해도 KGB를 피해 유고슬라비아를 떠나 영국 런던에 정착했다. 케이트가 일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가게의 사장인 산타(양자경)와 케이트와 썸을 타는 노숙자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톰(헨리 골딩)은 아시아계이다. 영화에서는 이민자 반대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를 보며 케이트의 어머니인 페트라(엠마 톰슨)은 '영국 사람들은 우리를 내쫓을 거야.'라며 두려워한다. 이러한 설정들을 통해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은근히 비꼰다.

케이트라는 캐릭터 또한 로맨틱 코미디하고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라면 일단 관객이 반할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트는 전형적인 민폐녀일뿐이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집에 안 들어가고 친구네 집을 전전하지만 눈치 없는 그녀는 친구네 집에 남자를 끌어들이는 등 집주인을 경악하게 만드는 짓거리를 할 뿐이다. 가망 없는 오디션 때문에 일하는 산타의 가게를 도둑 들게 만들었고, 동성애자인 언니의 비밀을 가족들에게 폭로하여 언니의 마음에 상처만 안긴다. 이쯤 되면 "저 여자, 뭐야?"라며 짜증이 밀려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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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녀 케이트의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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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케이트가 우연히 톰이라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남자와 만난다. 그는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느끼며 케이트에게 삶의 여유를 가지도록 이끈다. 톰과 만나면서 케이트는 점차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민폐녀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케이트와 톰의 관계는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미지근하다. 딱 썸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린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은 있다. 영화 중반쯤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님을 눈치챈 나는 톰을 둘러싼 비밀을 일찌감치 알아냈다.

이렇게 톰의 숨겨진 정체까지 드러나고 나니 그제서야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로맨틱 코미디로 위장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진정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관객에게 풀어놓는다. 그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이다. 남녀 간의 좁은 의미의 사랑이 아닌, 사람 간의 넓은 의미의 사랑 말이다. 분명 나처럼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의 가슴 훈훈한 영화를 본다는 마음으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대한다면 나름 만족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