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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을 빼고 감정 싸움을 넣은 남산의 부장들
9  썬도그 2020.01.24 19:22:28
조회 56 댓글 0 신고

박통이라고 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부하이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부장인 김재규가 쏜 총에 맞고 사망합니다. 이 시해 사건을 우리는 10.26이라고 부르죠. 이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분기점이 된 사건이자 80년대 혼란스러운 한국 현대사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사건을 진보 세력 중 일부는 김재규 열사라고 추켜세우고 있지만 그가 정말 민주주의를 위해서 유신의 심장에 총을 쐈을까요? 네 일부는 맞습니다. 그는 김대중의 가택연금을 잠시 눈감아줘서 김영상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그가 총 쏜 이유는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권력의 이인자 자리를 경호실장인 차지철에게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급하게 거대한 사건을 일으킵니다. 

박통은 사망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박통을 중심으로 나라는 2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으로 갈린 2020년 한국에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정치색을 싹 뺀 <남산의 부장들>

 

이 10.26 사건은 워낙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재로 삼았습니다. 또한 워낙 유명한 현대사라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10,20대들은 잘 모를 겁니다. 안다고 하는 중노년 분들도 워낙 음모론이 많아서 어떤 게 실제 이유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90년 동아일보에서 연재한 김충식 기자의 10.26 심층 취재 기사를 묶은 책인 <남산의 부장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내부자들>을 연출한 감독 우민호는 이 책에 감명을 받아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기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은 아주 담백하고 깔끔하고 정갈하고 정설에 입각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05년에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10.26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데 반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시해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 부장이지만 김형욱이 아닌 박용각, 김재규를 김규평으로 차지철을 곽상천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감독 우민호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창작의 자유도를 넣기 위해서 가명으로 처리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영화가 모든 것이 실화가 아닌 각색도 살짝 했다는 소리이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이야기는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대부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코리아 게이트'로 시작됩니다. 중앙정보부는 현재의 국정원의 전신이지만 지금보다 막강한 조직이었습니다. 초법적인 기관으로 법을 쉽게 무시하고 그들이 행하는 것이 법인 무시무시한 기관입니다. 당연히 고문, 폭행, 공작 등등 없던 일도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박통 체제를 만드는 권력 핵심 기관입니다.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 부장(곽도원 분)은 권력 서열에서 밀려나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자신과 박통 그리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치부를 그대로 담은 회고록을 출간하려고 합니다. 이에 분노한 박통은 중앙정보부 부장인 김규평(이병헌 분)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다그칩니다. 

이에 김규평 중정 부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친구인 박용각 전 중정 부장을 회유 및 협박을 통해서 회고록 원고를 가져옵니다. 이때 박용각은 '박통은 2인자를 키우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중정 말고 또 다른 친위 세력이 있다는 귀띔을 하자 김규평은 흔들립니다. 자신이 권력 2인자인 줄 알았는데 박통이 자신을 배신하고 딴 주머니를 찬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 친위세력이 실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박통이 점점 자신을 밀어내고 곽상천 경호실장(이희준 분)을 어여삐 여기고 자꾸 가까이 두려는 모습에 무척 화가 납니다. 결국 중정 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은 충돌하게 됩니다. 


정치색 대신 감정을 잔뜩 넣은 <남산의 부장들>

 


정치색을 뺀 자리에 감정을 잔뜩 넣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원작보다 더 집중한 건 김규평(김재규)의 감정이었습니다. 김규평이 총을 든 이유를 우국충정,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그 보다는 2인자에서 밀려나는 공포감에 지배되어서 총을 든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부 장군이 발표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진보 세력 사람들이 김재규 열사라고 합니다. 그 심정이야 이해는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폭력과 고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가한 철권통치자였죠. 얼마나 철권통치를 했는지 부하들이 알아서 자신의 정적인 김대중 후보를 바다에 수장시키려고 했겠습니까. CIA가 이 사실을 알고 막았기에 다행이지 자신에게 방해되는 사람이나 세력은 다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부마 민주 항쟁을 보고 차지철이 백만 명이 죽더라도 캄보디아처럼 탱크로 밀어 버리자는 과격한 말에 동의를 합니다. 김재규는 이 말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거사를 치렀다고 진술합니다. 이 말에 진보 세력은 김재규 의사 또는 열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지만 너무 급하게 계획을 하고 시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의 허술함을 보면 감정적인 분노가 큰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김재규가 총을 든 이유는 차지철에 밀려서 김형욱처럼 권력 서열에서 밀려나는 두려움이 더 컸을 겁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정설로 통하는 이 김재규의 두려움이 총을 들게 했다고 말하고 있고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박통'과 미국 대사를 통한 미국의 압력 그리고 부마 민주 항쟁을 탱크로 밀어버리겠다는 말에 김규평은 총을 들고 박통에게 총을 겨룹니다. 다만 이 영화적 시선이 정답이거나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10.26 시해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이냐 계획적인 것이냐로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 


10.26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 기억해야 할 현대사

 

10.26 사건의 배경을 잘 아는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남산의 부장들>입니다. 사건을 잘 아는 사람들도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의 연기 앙상블을 볼 수 있고 아는 사실이지만 워낙 이야기가 다이내믹하고 권력관계의 어둡고 습한 모습이 아주 잘 담은 영화라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0.26을 잘 몰라도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적절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이들의 관계가 왜 틀어지고 권력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쉽게 배신하는 음습한 정치권력 다툼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담아 놓았습니다. 추석 연휴에 온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역시 이런 권력관계를 참 잘 담는 감독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10.26 사건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좋은 영화. 묵직하고 세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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