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도서/공연/영화 즐겨찾기
[스파이 지니어스] - 재미도 있는데, 가슴 따뜻해지는 메시지까지 완벽하다.
13  쭈니 2020.01.23 12:20:12
조회 46 댓글 0 신고

감독 : 닉 브루노, 트로이 콴

더빙 : 윌 스미스, 톰 홀랜드, 벤 멘델슨

수요일은 영화 데이... 그 세 번째

지난 1월 8일 수요일, 아들과 함께 [닥터 두리틀]을 본 이후로 매주 수요일 저녁은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날이 되었다. 물론 아내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진학을 앞둔 아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그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평일 하루 정도는 아들도 마리를 식혀야 한다고 우겼고, 결국 아내도 내 고집 때문에 어느 정도 체념한 상황이다. 그리하여 [닥터 두리틀], [해치지않아]에 이어 [스파이 지니어스]가 아들과 나의 수요일 영화 데이 세 번째 영화로 선택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스파이 지니어스]가 아닌 [남산의 부장들]이 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 NO.13 [남산의 부장들] 티켓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게 선착순 배부라서 최대한 빨리 [남산의 부장들]을 예매해야 하는데, 영화 개봉 당일인 수요일 예매라면 아무래도 [남산의 부장들] 오리지널 티켓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들은 단호했다. "난 정치적인 영화는 싫어." 하긴 애초에 아들의 머리를 식힌다는 명목으로 수요일에 영화를 보는 것을 승낙 받았는데, 골치 아픈 정치 영화는 좀 아니긴 했다.

퇴근 후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의 일정에 맞춰 저녁 7시대 영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포기해야만 영화 상영시간을 맞출 수가 있다. [스파이 지니어스]를 볼 때도 그랬다. 퇴근길 차가 너무 막혀서 늦게 집에 도착했고, 옷을 갈아입고 버스 정류장까지 죽어라 뛰어야 했으며, 당연히 저녁 식사는 건너 뛰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요일마다 아들과 영화를 보니 주중 한가운데에 있는 수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만남

이번 주는 [히트맨], [미스터 주 : 사라진 VIP] 등 봐야 할 코미디 영화가 많다. 하지만 아들은 그중에서도 콕 집어 [스파이 지니어스]를 선택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아들에게 윌 스미스는 최근 [나쁜 녀석들 : 포에버]에 출연한 액션배우 정도로만 기억될 테지만, 톰 홀랜드는 MCU의 '스파이더맨'으로 친숙하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목소리 출연일 뿐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그러한 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영화 속의 캐릭터와 더빙을 맡은 배우의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 짧은 머리에 날렵한 액션, 그리고 화려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멋쟁이 스파이, 랜스는 누가 뭐래도 윌 스미스를 모델로 캐릭터가 디자인된 것이 분명하다. 외모에서부터 몸짓 하나하나까지... 이건 뭐 그냥 윌 스미스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이다.

MIT 출신의 괴짜 무기 개발자인 월터는 또 어떤가. [스파이 지니어스]의 월터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피터 파커(톰 홀랜드)와 캐릭터 성격이 비슷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지만 기존의 영웅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피터 파커는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고, 월터는 괴짜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신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채... 월터가 랜스의 무시를 극복하고 끝까지 악당 킬리언(벤 멘델슨)과 싸우는 모습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무시를 극복하고 끝까지 아드리안 톰즈(마이클 키튼)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런 완벽한 싱크로율은 [스파이 지니어스]의 절대적인 재미가 된다.

최고의 스파이가 비둘기로 변했다고?

[스파이 지니어스]의 제3의 주인공은 바로 비둘기이다. 누명을 쓰고 정보국의 영웅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쫓기는 신세가 된 랜스는 월터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월터가 실험 중인 정체불명의 액체를 마셔버린다. 그 결과 랜스는 비둘기로 변해버린다. 잠깐, 그런데 왜 하필 비둘기일까? 강아지도 있고, 고양이도 있는데... 그런데 이 영화를 제작한 곳이 블루 스카이라면 이해가 된다. 블루 스카이는 2002년 [아이스 에이지]를 흥행시키면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한 곳이다. 블루 스카이의 최근 히트작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희귀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가 아마존 정글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으면서 벌이는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블루 스카이는 [리오]에서 얻은 노하우를 [스파이 지니어스]에서 맘껏 발휘한다. 평온했던 새장에서 안락한 삶을 살던 블루가 야생의 세상에 던져지면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스파이 지니어스]에서 폼 나는 스파이였지만 한순간에 볼품없는 비둘기가 된 랜스의 모험으로 변환된다. 랜스가 스파이의 품위와 비둘기의 본능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데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리오]의 블루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스파이 지니어스]의 씬스틸러라 할 수 있는 비둘기 삼총사의 맹활약 또한 [리오]와 닮아 있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여기에 한 단계 더 발전을 시키는데, 월터의 반려조인 러비는 귀여움이 강조되었고, 거리의 비둘기인 제프와 크레이지 아이즈도 각각의 개성으로 씬스틸러에 머물지 않고 랜스와 월터가 악당을 무찌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낸다. 특히 영화 후반부 월터가 위기에 빠졌을 때, 비둘기의 특성을 살려 월터를 구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왜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비둘기를 내세웠는지 이해가 되었다.

꼼꼼하게 그려진 영화의 재미

[스파이 지니어스]는 2019년 12월 27일에 북미 개봉을 했지만 개봉 첫 주 1천3백만 달러의 저조한 흥행을 기록하며 5위에 그쳤고, 현재까지 북미 6천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3천6백만 달러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스파이 지니어스]가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성적은 거의 폭망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나는 [스파이 지니어스]가 너무 재미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파이 랜스가 '날으는 쥐새끼'라며 비하하던 비둘기로 변해서 정보국의 요원 데이터 베이스를 훔쳐 모든 정보국 요원들을 몰살시키려는 킬리언의 음모를 막는 과정이 굉장히 유쾌했다. 여기에 성격이 서로 다른 랜스와 월터의 호흡, 처음엔 괴짜라고 월터를 무시하던 랜스가 서서히 월터를 이해하는 과정 등이 느슨하지 않고 꼼꼼하게 영화 속에 그려졌다.

영화의 긴장감을 위해 악당 킬리언 외에도 랜스를 쫓는 정보국의 요원 삼인방 마시(라시다 존스), 아이즈(카렌 길런), 이어즈(DJ 칼리드)를 투입한 것도 적절해 보인다. 그 결과 [스파이 지니어스]는 코믹함과 긴장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낸 성인 관객이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이 영화가 왜 북미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복수의 고리를 끊는 방법

특히 내가 [스파이 지니어스]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 덕분이다. 랜스는 거친 스파이 세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요원이다. 그의 방식은 수많은 악당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으로 어찌 보면 굉장히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월터가 끼어든 것이다. 랜스는 불과 싸우기 위해서는 불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월터는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인간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악은 무조건 처치해야 한다는 랜스에 맞서 월터는 인간은 모두 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은 익숙하다. 그렇기에 월터의 주장은 낙천적인 평화주의자의 헛소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킬리언의 복수극을 보다 보면 결국 월터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악당을 모조리 죽여 버린 랜스. 랜스에 의해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킬리언. 킬리언의 복수는 바로 랜스가 자처한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전쟁을 일삼는 전 세계 화약고에 대한 평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스파이 지니어스]의 작은 외침이 전 세계의 분쟁을 당장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시작하는 어린 세대들은 어쩌면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이 끊기지 않는 복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달으며 성장할지도 모른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코믹한 액션 애니메이션을 표방함으로써 월터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스파이 지니어스]를 보고 나서 더욱 마음이 훈훈해졌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딱 알맞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다른 글 추천

파워링크 AD
등록 안내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라이프 카테고리 이용규칙 (2015.11.26 수정)
[정직한 후보] 후기 -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의 정치가 되었으면 한..  file new 의견 0 10:10:35
당신이 수학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file new enterskorea 1 09:59:44
[ 클로젯 ], 재미가 벽장에 갇혀버린, 미스터리 공포드라마.  file new MV제이와이 10 20.02.19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돈가방 때문에 이성은 마비되고..  file new 쭈니 18 20.02.19
‘푼돈을 목돈으로’ 우리 집 재무제표 만들기  file enterskorea 10 20.02.19
[ 인셉션 ], 10주년에 극장에서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file MV제이와이 21 20.02.18
[ 사이코메트리 ], 축복받은 능력일까. 저주받은 능력일까. 사이코메트..  file MV제이와이 20 20.02.18
[작은 아씨들] - 고전의 고풍스러운 향취가 느껴지는 완벽한 영..  file (2) 쭈니 32 20.02.18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  file 핑크팬더 14 20.02.18
스토브리그 - 야구 드라마  file 핑크팬더 16 20.02.18
쥬라기 월드 - 리부트  file 핑크팬더 17 20.02.18
사랑의 불시착 - 판타지  file 핑크팬더 16 20.02.18
누가 뭐래도 서울 아파트를 사라 - 돈 있으면  file 핑크팬더 11 20.02.18
제1계명 :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라  file enterskorea 11 20.02.18
<스카이하이> - 떠나자! 추억속으로!  file 색시주뇨비 16 20.02.18
[ 버즈 오프 프레이 ], 할리 퀸의 황홀하지않았던 해방...팝콘무비.  file MV제이와이 18 20.02.18
[ 공자: 춘추전국시대 ], 공자 가라사대.. 아침에 도를 알면 저녁에 죽..  file MV제이와이 29 20.02.18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 부쩍 자란 도라만큼, 부쩍 자란 내 ..  file 쭈니 17 20.02.17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흔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두 교..  file 쭈니 20 20.02.17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 - 밸런타인..  file 쭈니 22 20.02.17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