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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 코미디 영화로는 불만 없다. 단지 좀 더 묵직한 액션이 필요했을 뿐...
13  쭈니 2020.01.22 18:20:49
조회 37 댓글 0 신고

감독 : 최원섭

주연 :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이지원

기대치가 가장 낮았기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아이러니

올해 설날도 한국 영화 대잔치이다. 지난주에 개봉한 [해치지않아]를 비롯하여, 이번 주에는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 : 사라진 VIP]가 새롭게 가세했다. 이들 영화들의 특징이라면 [남산의 부장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다. 어쩌면 그만큼 우리나라 관객들은 새해부터 웃음이 간절하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요일, 아들과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를 보기로 약속했고, 목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남산의 부장들]을 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남은 것은 [히트맨]과 [미스터 주 : 사라진 VIP]뿐이다. 그런데 [미스터 주 : 사라진 VIP]는 설 연휴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히트맨] 뿐이다. 만약 설 연휴동안 시간이 없어서 영화를 볼 수 없다면 가장 먼저 포기할 영화는 [히트맨]인 셈이다. 그만큼 [히트맨]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기대치가 가장 낮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설 연휴 극장가에서 가장 먼저 나의 선택을 받은 영화는 바로 [히트맨]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외근을 나갔다가 시간이 남아 버렸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영화 한 편을 보면 딱 좋은데, 다른 영화들은 가족과 함께 보기에 예약이 되어 있으니 우리 가족 모두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히트맨]을 볼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선택된 [히트맨]은 그냥 그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딱 킬링타임용으로 알맞은 그런 영화였다.

최고의 국정원 비밀 암살요원, 웹툰 작가가 되다.

[히트맨]의 주인공은 만화가를 꿈꾸던 국정원 최고의 비밀 암살요원 준(권상우)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부모를 잃은 준은 국정원의 비밀조직인 방패연의 악마 교관 덕규(정준호)에게 스카우트되어 살인 병기로 키워진다. 하지만 만화가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준은 죽음으로 위장하여 국정원을 탈출, 꿈에도 그리던 웹툰 작가의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웹툰 작가로서의 삶이 준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준의 웹툰 작가로서의 삶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50만 원의 원고료를 받으며 미술학원 강사인 아내 미나(황우슬혜)와 래퍼를 꿈꾸는 사춘기 딸 가영(이지원)의 눈치를 보며 사는 찌질이 인생이다. 그마저도 그의 웹툰은 역대급 악플에 시달리고 있고 급기야 연재 강제 종료까지 당하며 이제는 막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술에 취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준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라던 가영의 충고대로 방패연에서 활약하던 시절을 웹툰으로 그리고 그 웹툰이 대박 나면서 오히려 최악의 위기에 처한다.

일단 소재는 신선하다. 국정원 암살 요원과 웹툰 작가의 조합이라니... [히트맨]은 이 신선한 조합을 잘 이용하는데, 준의 과거를 담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과 준이 그린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속에 구현되는 장면 등은 꽤나 흥미로웠다. [탐정 : 더 비기닝]을 통해 코믹 연기에 눈을 뜬 권상우는 [히트맨]에서 코믹 연기와 액션 연기를 겸하며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맹활약한다.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등의 코믹 연기도 톡톡히 한몫을 해낸다. 다시 말해 [히트맨]은 즐길 거리가 많은 오락 영화인 셈이다.

느슨한 전개는 이 영화의 약점

하지만 [히트맨]은 기대 이하도, 그렇다고 기대 이상도 아닌 딱 예상했던 수준에 머문다. 이 영화가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에서 더 이상 기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전개 자체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준이 술에 취해 그린 웹툰의 경우가 그러하다. 술에 취해 자신의 과거를 소재로 웹툰을 그린 준. 그런데 그 웹툰의 완성도가 심상치 않다. 아무리 베테랑 웹툰 작가라고 해도 술에 잔뜩 취해 그린 웹툰의 완성도는 맨정신으로 그린 것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 경우는 매일 일기를 쓰는데, 가끔 술에 취해 쓴 일기를 보면 글씨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고, 철자도 전부 틀려 있다. 글도 그런데 그림은 더 하지 않을까?

게다가 준이 잠든 사이 미나가 준이 그린 웹툰을 대신 사이트에 올렸다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창작물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아마추어 영화 리뷰어인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술에 취해 쓴 글을 아내가 대신 블로그에 올린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추어인 나도 이런데, 프로 웹툰 작가인 준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미나가 모를 리가 없다.

결국 이런 억지 설정은 최원섭 감독이 얼마나 이 영화의 전개를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드러낸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준이 비밀리에 자신의 과거를 그린 습작이 있었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런데 술에 취해 옛 생각을 하며 그 습작을 잠시 보던 도중 잠이 들었고, 그 사이 키우던 고양이가 키보드 위를 걷다가 우연히 습작을 사이트에 업로드했다고 한다면 억지 설정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악당이 악당답지 않으니...

얼떨결에 올린 웹툰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준은 국정원과 테러조직에게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의 앞 부분이 코미디였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액션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코미디는 가볍고, 액션은 묵직해야 하는데, 그 중간에서 가벼움과 묵직함을 조율한다는 것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히트맨]은 코미디의 가벼움과 액션의 묵직함을 조율하는데 실패하고 그저 코미디에 더욱 집중하고 만다.

국정원은 준을 체포하고, 그 사이 준과 악연이 있는 제이슨(조운)은 미나를 납치한다. 그리고는 준에게 30분 안에 덕규를 데려오지 않으면 미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액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인데, 이러한 설정이 영화의 긴장감으로 이어지려면 아내를 납치한 악당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악독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내를 구해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이 절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과거 테러 사건의 주범이며, 방패연의 요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제이슨은 오히려 미나 앞에서는 고분고분하다. 그저 말로만 준을 협박할 뿐이다. 게다가 국정원이 어린 가영을 납치하여 준을 협박함으로써 상황은 이상하게 꼬여 버린다.

제이슨은 악당답지 않고, 국정원이 오히려 악당같다. 그러한 상황에서 준은 절박함 대신 코믹함으로 대처한다. 그러니 당연히 영화 후반부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총격전이 전혀 긴박하지가 않다. 결국 [히트맨]은 묵직한 액션은 포기하고 대신 코미디에 올인한 영화인 셈이다.

[트루 라이즈]가 되고 싶었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되어 버린...

아마도 [히트맨]이 추구한 재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걸작 코믹 액션 영화 [트루 라이즈]일 것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와 액션을 조화롭게 빚어낸 영화로 2013년 이승준 감독이 설경구와 문소리를 캐스팅하여 [트루 라이즈]를 노골적으로 따라 한 [스파이]를 연출했지만 코미디와 액션의 조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확인해야만 했다. [히트맨]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히트맨]을 보며 떠오른 영화는 [트루 라이즈]가 아닌 2017년에 개봉했던 김덕수 감독, 강예원, 한채아 주연의 [비정규직 특수요원]이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국가 안보국 댓글 요원으로 임시 취업한 장영실(강예원)과 경찰청 미친년 형사로 악명 높은 나정안(한채아)이 힘을 합쳐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역시 코미디와 액션의 조화를 목표로 했지만 결과물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일 뿐이었다.

코미디 영화로서 [히트맨]에 불만은 없다. 권상우를 비롯한 배우들은 제 할 몫을 다했고, 영화는 소소하게 웃고 즐길만하다. 하지만 [트루 라이즈]처럼 오랫동안 기억될 코믹 액션 영화로는 굉장히 많이 부족하다. 영화의 긴장감을 쏙 빼놓고, 장난스러운 총격전을 벌이는 영화 후반부의 장면은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차라리 [해치지않아], [미스터 주 : 사리진 VIP]처럼 정통 코미디를 표방했다면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기에 더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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