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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 라스트 워] - 어쩌면 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람보' 영화가 될 듯...
13  쭈니 2020.01.22 1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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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애드리언 그런버그

주연 : 실베스타 스탤론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조각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시골(지금은 도시화된 경기도 남양주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었다. 그때 내 눈에 비친 생소한 풍경은 학교 앞 문방구에 '람보'와 '코만도' 카드를 판매했었고, 친구들은 앞다퉈 카드 모으기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카드 중 구하기 어려운 카드가 한, 두 개 있어서 레어 카드를 얻기 위해 친구들은 용돈을 거의 카드 구입에 쏟아붓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시큰둥했다. [람보]와 [코만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했다.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극장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시내에 가야 했기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1년에 운 좋으면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행사였다. 그렇기에 [람보]와 [코만도]를 봤다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나는 일부러 '람보'와 '코만도' 카드에 관심이 없는 척했다. 그래서일까? 자칭 영화광을 자부하는 나이지만 [람보]와 [코만도]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1983년 [람보]가 국내에 개봉한 이후 [람보]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1985년 [람보 2], 1988년 [람보 3]가 개봉하며 '록키 시리즈'와 더불어 '람보 시리즈'는 실베스타 스탤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첫 번째 '람보' 영화는 바로 2019년에 개봉한 [람보 : 라스트 워]이다.

어떻게 진행될지 뻔히 보인다.

영화는 드넓은 목장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람보'(실베스타 스탤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생 전쟁 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옆집 소녀 가브리엘라를 딸처럼 여기며 처음으로 가족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로 떠난 가브리엘라가 인신매매 집단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되면서 '람보'는 다시 한번 전쟁을 준비한다.

영화의 중반부만 해도 나는 이 영화가 [테이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멕시코 인신매매 집단에 납치된 가브리엘라. '람보'는 혈혈단신으로 인신매매 집단에 잠입하여 일당백으로 나쁜 놈들을 물리치고 가브리엘라를 구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전개를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 [람보 : 라스트 워]는 그렇게 진행된다. 가브리엘라를 찾아 멕시코로 떠난 '람보'는 단번에 가브리엘라를 납치한 조직을 알아낸다. 하지만 별 준비 없이 조직과 맞짱 뜬 '람보'는 호되게 당하고, 지역 기자인 카르멘(파즈 베가)의 도움으로 다시 반격을 준비한다. 그래, 이제 '람보'의 시원한 반격만 즐기면 된다.

가브리엘라를 구하는 순간 내 모든 예상은 깨진다.

실베스타 스탤론식 [테이큰]을 예상했다. 하지만 '람보'가 가브리엘라를 구하는 순간 내 모든 예상은 깨져 버린다. '람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4일간 가브리엘라가 너무 혹독하게 당한다 싶었는데, '람보'가 가브리엘라를 구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그만 숨을 거둔다. 잠깐... 이러면 안 되잖아.

순간 '람보'의 폭주 액션이 펼쳐진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이유는 '람보'가 멕시코 인신매매 집단에 잔인한 복수를 하는 장면 때문이다. 영화는 '람보'와 관객의 분노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마지막 30여 분 동안 최대치로 끌어올려진 분노치를 한꺼번에 방출시킨다. 그리고 그 무대는 '람보'의 홈그라운드이다.

가브리엘라의 죽음 이후 영화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가 없다. 멕시코 인신매매 집단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잔인하게 죽일까 고민한 것만 같다. 이쯤 되면 액션 영화가 아닌 공포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위가 높다. 내가 처음 본 '람보'이기에 이전의 영화들도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내게 [람보 : 라스트 워]는 이전 시리즈를 챙겨보고 싶은 마음까지 싹 가시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건 액션 쾌감의 문제

내가 [람보 : 라스트 워]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가브리엘라의 죽음 때문이다. 구해야 하는 대상이 죽어 버린 상황에서 '람보'의 복수는 쾌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하여 더욱 잔인하게만 느껴진 것이다. 그것이 [람보 : 라스트 워]와 [테이큰]의 차이이다.

어쩌면 이것은 '람보'의 숙명인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람보'는 폭풍우에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구하러 숲에 가지만 결국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구하지 못한다. 그것에 대해 '람보'는 자책을 하는데, 예전 베트남 전쟁에서도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가브리엘라의 죽음에 대한 복선인지도 모르겠다.

글쎄, '람보 6'이 제작될지 잘 모르겠다. 하긴 이제 실베스타 스탤론의 나이도 일흔을 훌쩍 넘었으니 이제 그만 영화의 제목처럼 전쟁을 끝내도 되지 않을까? 전쟁에 상처를 입은 영웅 '람보'의 심오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 쾌감도 전해주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내게 있어서 '람보'는 정복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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