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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 이야기>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말고 '브래지어'를 잃어버렸다면?
11  한마루 2020.01.20 23:33:52
조회 56 댓글 0 신고

 

<브라 이야기>는 어떤 영화인가? <브라 이야기>는 <투발루>,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등을 연출한 독일의 바이트 헬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우연히 주인 잃은 '브래지어' 하나를 손에 넣게 된 기관사의 여정을 따라 갑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의 출연이 눈에 띄지만 그의 비중이 크진 않습니다.

▣ '신데렐라'가 유리구두였다면 <더 브라>는 '브래지어'다!
영화 내내 단 한마디의 '대사'도 들려오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

▲ 실제로 이런 곳이 있다네요. 기차가 오기 전에는 철로 위가 그냥 생활 공간이고

접근 소리가 들리면 허겁지겁 피하는 그런 곳


흥미로운 방향으로 뒤틀고 있는 동화 그 유명한 동화속 '신데렐라'가 유리구두가 아닌 '브래지어'를 잃어버렸었다면 어땠을가요? 언뜻 에로 영화의 소재처럼도 보이지만 <더 브라>는 대담하게도 이런 흥미로운 방향으로 익숙한 동화를 뒤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 한 가운데로 낡은 기차가 관통하는 아제르바이잔 작은 마을의 기관사는 매일 일과를 마치면 기차에 딸려온 물건들을 되찾아줬던 인물로 어느 날 주인 잃은 브래지어가 기차에 걸려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그 브래지어를 착용했던 여자를 기차 운행중에 언뜻 봤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던 기관사는 이제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유리구두 한짝만 들고 주인을 찾아 나선 '신데렐라'의 왕자와 같은 모습이죠.

간단한 이야기, 하지만 풀어가는 과정에 생기는 수많은 물음표 하지만 기관사는 '왕자'와 거리가 먼 그저 외롭고 늙은 남자일 뿐입니다. 게다가 브래지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간간히 '그 여자'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에게선 왠지 모를 수상함도 느껴집니다. 그렇다보니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고요. 그만큼 <더 브라>는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물음표가 생기는 작품입니다. 특히 대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영화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대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더 브라> 현대 영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것으로 인물들의 대사에는 감정을 비롯하여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 대사가 배제되었다보니 정보를 파악하는데 있어 분명한 제약이 있는 것이죠. 다만 무성 영화처럼 완전히 소리를 배제하진 않습니다. 기차 경적 소리를 비롯하여 여러 소리를 섞어 음악을 만들어내는 유쾌한 사람도 있을만큼 영화에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비롯하여 'BGM'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대사'만 배제되어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이로 인한 답답함이 있던 초반을 지나가면 대사가 꼭 필요한 장면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대사를 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재밌어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 여성성의 상징 '브래지어'에서 시작하는 독특한 여정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지는 '여성들의 이야기'
하지만 무겁지 않고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도 있었던 <더 브라>

 

▲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으려는 기관사와 이를 돕는 어린 꼬마


여자들의 무미건조한 삶에 변곡점이 되어준 '기관사와 브래지어', 그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욕망 또 흥미로운 것은 찾아온 기관사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입니다. 어떤 여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사이즈가 맞지 않는 브래지어를 몸에 끼우려 하고, 또 어떤 여자는 브래지어를 입고 갑자기 기관사에게 도발적인 유혹을 보내며, 또 어떤 여자는 심지어 브래지어를 갖고 싶어 울며 매달리기까지 하는 것인데 다분히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런 모습들이 재밌습니다. 그런데 달리 보면 그 여자들에게 기관사는 어떤 '일탈'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매일 육중하고 낡은 기차가 위협적인 굉음을 내며 스쳐지나가는 집에서 항상 같은 일과만 보내며 살던 그녀들의 무미건조한 삶에 기관사와 브래지어는 어떤 변곡점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리고 그를 계기로 억눌려 있던 그녀들의 욕망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었던 것이고요.

기상천외하고 선넘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브래지어 주인 찾기' 그래서인지 마을의 남자들은 이 기관사에게 굉장히 적대적입니다. 심지어 집에 왔던 기관사를 화를 내며 내쫓고 급기야 죽이려고까지 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변화를 원치 않는 권위적인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처럼 <더 브라>는 온전한 여성성의 상징인 브래지어 하나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거기에만 강박적으로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그 이야기를 결코 무겁게 풀어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브래지어 주인을 찾으려는 남자와 이를 돕는 순수한 아이의 행동들이 기상천외하고 어떨 때는 범죄나 다름없는 선 넘는 방법까지 동원하기 때문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그만큼 <더 브라>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친구가 되었고 그로 인해 외롭고 우울했던 두 사람의 삶에도 한줄기 빛이 내려쬐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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