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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아딜 엘 아르바, 빌랄 팔라

주연 :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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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돌아온 이유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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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광고업계에서 명성을 쌓아 올리던 마이클 베이가 감독 데뷔작이라며 [나쁜 녀석들]이라는 흑인 액션 버디 무비를 발표했을 때, 할리우드는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할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1천9백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6천5백만 달러, 월드와이드로는 1억4천1백만 달러라는 제작비 대비 7배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마이클 베이 감독을 일약 스타 감독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나쁜 녀석들]이 독특했던 이유는 흑인으로만 이루어진 버디 무비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리쎌 웨폰], [48시간] 등 흑백 버디 무비가 대세였고, 신인급 배우에 불과했던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흥행력도 약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나쁜 녀석들]은 흥행에 성공했고, 2003년 [나쁜 녀석들 2]가 만들어지며 버디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2]는 [나쁜 녀석들]과 비교해서 2배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올렸지만 제작비가 무려 1억3천만 달러가 들어가며 본전만 챙겼다. 아마도 엄청나게 비싸진 마이클 베이,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의 몸값이 높아진 제작비에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3편이 제작되는데 무려 17년이나 걸린 이유이다.

[나쁜 녀석들 : 포에버]는 흥행 거장이 된 마이클 베이 감독 대신 벨기에 출신 아딜 엘 아르비와 빌랄 팔라 감독으로 교체했고, 윌 스미스는 주연과 제작을 겸하며 제작비가 상당 부분 절약되었다. 그 결과 17년 전 만들어진 [나쁜 녀석들 2]의 제작비가 1억3천만 달러였는데, [나쁜 녀석들 : 포에버]의 제작비는 9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17년 만에 돌아온 이유는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액션 프랜차이즈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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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다른 두 콤비의 케미스트리와 17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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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액션 영화의 재미는 항상 비슷하다. 개성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손발을 척척 맞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 그것이 버디 액션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적 쾌감이다. [나쁜 녀석들]도 다르지 않다. 마이애미 경찰인 마이크 로리(윌 스미스)와 마커스 버넷(마틴 로렌스)은 둘 다 흑인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마커스는 가정에 충실한 짠내가 풀풀 나는 가장이고, 십만 달러짜리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마이크는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바람둥이 독신이다.

17년이 흘렀지만 별로 변한 것은 없다. 이제 마커스는 딸의 출산으로 할아버지가 되었고, 여전히 화려한 독신의 삶을 즐기는 마이크는 최신 무기를 장착한 루키팀 AMMO의 수장 리타(파올라 누녜스)와 살짝 썸을 탈 뿐이다. 하지만 17년이라는 세월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한때 날렵한 액션과 새로운 감각의 입담으로 관객을 홀렸던 마커스와 마이크는 이제 한물간 오래된 전설처럼 보일 정도이다.

할아버지가 된 마커스는 가족을 위해 은퇴를 선언하고, 마이크는 괴한의 총에 맞아 의식 불명 상태가 된다. 그 사이 AMMO가 마이크 총격 사건을 맡아 실력 발휘에 나선다. AMMO 요원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인 바네사 허진스, 알렉산더 루드윅, 찰스 멜튼과 윌 스미스를 비교하면 1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노땅 취급하는 AMMO 요원들을 보며 마이크는 '나도 17년 전에는 저들 같았는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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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향한 무뎌진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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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빌런은 멕시코 감옥에서 탈옥한 이사벨(케이트 델 카스털로)과 그의 아들인 아르만도이다. 이사벨은 자신을 감옥에 보낸 자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데 마이크도 그중의 한 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사벨이 아르만도에게 마이크를 가장 나중에 죽이라고 지시한 것. 물론 어머니의 명을 어긴 아르만도 때문에 마이크는 사경에 헤매는 지경이 되지만 암튼 이사벨의 명령 덕분에 마이크는 아르만도의 표적에서 번번이 벗어나며 목숨을 구한다. 이쯤 되면 이사벨이 정말로 마이크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마이크와 이사벨의 사연은 마이크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킬러의 정체를 밝혀낸 후에 드러난다. 그러면서 마이크가 왜 화려한 싱글을 자처하며 독신으로 살고 있는지, 이사벨이 왜 마이크를 가장 마지막 순간에 죽이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사연도 나오는데, 솔직히 약간의 신파 냄새가 나서 깜짝 놀랐다. 처음 [나쁜 녀석들]이 개봉했을 때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디한 액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17년 만에 돌아온 [나쁜 녀석들 : 포에버]는 구닥다리 신파가 느껴지다니...

[나쁜 녀석들 : 포에버]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마이크와 이사벨의 사연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영화는 내내 베테랑 형사 마이크와 그를 노리는 킬러의 싸움으로 진행되었는데, 사연이 드러나면서부터는 갑자기 분위기가 느슨해진다. 물론 멕시코에서의 액션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하다. 버려진 호텔, 추락하는 헬기, 마이크와 이사벨이 만든 지옥을 연상시키는 불길 등등. 하지만 마이크를 돕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마커스와 더불어 AMMO팀이 함께 나서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기세등등했던 이사벨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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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생각이 없지? 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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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작된 속 편 영화는 "이럴 거면 왜 돌아왔어?"와 같은 불평불만을 듣기 마련이다. 그러한 불평은 시리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 주로 한다. [나쁜 녀석들 : 포에버]도 그러한 불평을 들을만하다. 17년 만에 돌아온 마이크와 마커스에게 신파라니... 이건 그들에게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제작사인 소니픽쳐스는 17년이 흘렀는데 마이크와 마커스가 젊은 애들처럼 구는 것은 어색하다고 생각했고, 마이크에게도 가족을 안겨주며 그가 이제 어른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제미니 맨]을 참고했는지도...) 하지만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녀석들'이 아닌걸...

솔직히 나는 '나쁜 녀석들 시리즈'에 별다른 애정이 없다. ([나쁜 녀석들 : 포에버]를 보기 전에 [나쁜 녀석들], [나쁜 녀석들 2]로 복습하지 않는 것만으로 이미 눈치챘겠지만...) 그렇기에 때문에 이 영화에게 "이럴 거면 왜 돌아왔어?"라는 불평은 늘어놓지 않겠다. 평일 극장에서 느긋하게 앉아 팝콘 먹으며 즐기기에 딱 알맞은 킬링타임용 영화였으니 [나쁜 녀석들 : 포에버]에게 불만은 없다.

[나쁜 녀석들 : 포에버]는 노골적으로 쿠키 영상에서 4편을 예고하며 다시 '나쁜 녀석들 시리즈'를 이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그 선언에 마음이 설레지는 않았는다. 그저 무덤덤하다. 어쩌면 4편이 나온다면 또다시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즐길지도 모르지만, 복귀한 '나쁜 녀석들'에게 환호를 보낼 생각은 없다. 미안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나쁜 녀석들 : 포에버]가 차지하는 위치일 뿐이고, [나쁜 녀석들 : 포에버]는 그러한 내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