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수필 인연이 말하는 것처럼 때로는 안 만나는 것이 더 나은 인연도 있습니다. 곱기 고운 모습만 간직하면 좋은데 호기심에 만났다가 고운 기억이 파괴되어서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렇습니다. 1977년 시작되어서 1983년 끝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의 트롤로지에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2천 년 무렵에 부활한 에피소드 1,2,3편은 스타워즈 세계관을 넓히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본격적인 족보 싸움이 시작되면서 머리만 아팠습니다. 

우주 활극이 주는 액션을 크게 기대했건만 맨날 족보 찾아 삼만리만 보여주니 지루함은 늘어만 갔습니다. 그럼에도 다스베이더의 젊은 시절과 요다 및 루크의 스승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화려함도 아주 좋았죠. 

할리우드판 막장 드라마를 담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우리가 스타워즈에 바라는 것은 파란 검, 붉은 검이 부딪히면서 나오는 파열음이 보고 싶은 거지 '내가 니 애비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물론 그게 재미의 요소이자 반전의 요소이자 주인공들을 연결하는 강력한 힘인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족보 들먹이면서 핏줄을 연연하는 것은 한국 막장 드라마에나 보는 것이지 미국 드라마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막장 가족 드라마 코드를 어느 정도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야기의 핵심으로 설정하면 재미가 뚝 떨어집니다. 

그나마 한 솔로같이 핏줄과 얽히지 않은 캐릭터와 츄이가 숨통을 열어주었지 루크 스카이워커 가문 이야기는 자극적이지만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트롤로지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7, 8. 9' 3부작에 또다시 막장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선장이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새로운 제국군인 '퍼스트 오더'의 행동대장이 되고 아버지인 '한 솔로'를 죽입니다. 외할아버지인 다스베이더처럼 다크사이드에 편에 선 '카일로 렌'과 부모에게 버림 받고 떠돌이로 살았지만 심성이 고와서 레아 공주가 새로운 제다이로 키우는 '레이'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새로운 그리고 스타워즈 9부작의 마지막이 될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 워커'는 수적 열세로 도피한 저항군과 행성 파괴포를 장착한 제국군 전함 군대의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퍼스트 오더'의 수장인 펠터틴이 살아난 후 '카일로 렌'에게 이 거대한 전함 군대를 넘겨주려고 합니다. 단 조건이 있는데 '레이'를 데리고 와야 합니다. 

반면 저항군은 이 사실을 알고 퍼스트 오더 군대가 숨어 있는 엑세골을 급습해서 전함들이 뜨기 전에 전멸할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수가 적어서 전 우주에서 눈치만 보고 앞으로 나서지 못한 저항군들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이 엑세골을 가려면 웨이파인더라는 나침반 같은 도구가 있어야 합니다. 이걸 찾는 이야기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전반부에 펼쳐지고 영화 후반에는 레이의 자신의 핏줄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과 조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네 또 족보 이야기가 나옵니다. 레이 마저도 족보 이야기가 나오네요. 

여기에 다른 영화들과 달리 전작들을 봐야 이해가 가는 장면들이 많아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모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많습니다. 저 또한 전작들을 다 봤지만 오래된 영화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화려하고 쫄깃한 우주 활극은 다 어디로 갔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지만 스타워즈는 기본적으로 액션 영화입니다. 따라서 액션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것도 다양하고 짜릿한 액션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부터 액션이 실종되었습니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초반에 감질나는 액션이 있고 영화 후반에 대규모 액션이 있지만 짜임새 있고 기승전결이 있거나 스토리가 있는 액션은 없습니다. 끝판왕과 싸우는 액션이 많고 우주 함대끼리의 전투도 많지도 않고 재미도 없습니다. 

그나마 볼만한 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드리려는 '카일로 렌'과 '레이'의 진검 승부가 꽤 볼만합니다. 물 CG가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는데 파도 앞에서 싸우는 광선검 액션은 꽤 화려하고 볼만합니다. 문제는 그게 끝입니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액션이 적어서 실망스럽네요. 액션은 간간ㅇ히 있는데 흥미로운 액션은 많지 않습니다. 

자기 복제를 한 이야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마지막 시퀀스는 1983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과 흡사합니다. 자기 복제라고 느낄 정도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이 비슷합니다. 어디서 많이 봤나 했는데 자기 이야기를 비슷하게 또 만들었네요. 뭐 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7~9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4~6과 구조가 비슷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렇게 비슷하게 진행하는 것이 오마주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루함을 양산합니다. 

전체적으로 액션도 스토리도 좋지 못하네요. 오히려 로그 원이라는 스타워즈 앤솔로지 시리즈가 스타워즈 외전이 아닌 메인 시리즈가 되는 것이 어떨까 할 정도로 재미가 없네요.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이 '스타워즈 9부작' 시리즈의 시작이 된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란 동네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살짝 동공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를 점점 말아 먹어 버려서 무척 아쉽고 아쉽네요. 영화관을 나서고 이 거대한 시리즈, 이 위대한 영화 시리즈가 끝났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식으로 진행할 거면 또 나온다고 해도 영화관에 가길 주저할 것 같아서 시원 섭섭했습니다.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제가 말려도 보겠지만 보러 가실 때 꼭 깨어난 포스와 라스트 제다이를 복습하고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별점 : ★★
40자 평 :  마지막까지 족보 타령하다니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부끄럽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