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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 영화에서만 가능한 사랑의 귀싸대기!!!
13  쭈니 2019.12.23 17:35:13
조회 68 댓글 0 신고

감독 : 최정열

주연 :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저래도 되나?

며칠 전 아내와 TV 영화 정보 프로를 보며 "그런데 저 영화, 도대체 무슨 영화일까?"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실제로 [시동]은 영화 예고편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기억에 남는 것은 단발머리를 한 엽기적 외모의 마동석과 귀싸대기를 맞고 기절하는 박정민의 모습뿐이었다. 반항아 고택일(박정민)의 방황을 그린 영화인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 귀싸대기로 고택일의 방황이 어떻게 해결된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동]에 대한 가장 큰 의문점은 택일이 귀싸대기를 맞는 장면에서 '저래도 되나?'라는 생각이었다. 택일은 경찰서에서 전직 배구 선수인 어머니 윤정혜(염정아)에게 강스파이크 귀싸대기를 맞고 기절을 한다.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에 대한 폭력 장면은 충분히 문제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가출을 한 택일은 군산의 어느 중국요리집에서 배달원으로 취직을 하는데 그곳의 주방장 거석(마동석)에게 대들다가 귀싸대기를 맞고 기절한다. 잠깐... 이건 명백한 갑질 폭행 아닌가? 정말 저래도 되는 거야?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라는 매력적인 캐스팅 라인이 있긴 하지만 정체가 불분명하고, 귀싸대기 폭력이 난무하는 [시동]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약 이 영화의 입소문이 좋고, [백두산] 관람이 부득이하게 일요일로 밀리지 않았다면 나는 이 수상한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나와 아들을 [시동]에게 이끌었고, 의외로 영화를 보며 나는 유쾌하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이유 있는 반항

어느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고택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밉지 않은 반항아'라고 설명했다. [시동]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택일과 택일의 절친 우상필(정해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이다. 고등학교는 중퇴를 했고, 택일은 검정고시 학원비로 중고 오토바이를 사는 등 끊임없이 말썽을 피운다. 오죽했으면 정혜의 식당 동료가 택일 때문에 속 끓이는 정혜를 보며 '자기 엄마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말썽만 피운다'라며 욕을 바가지로 할까?

하지만 택일에게도 이유는 있다. 아버지 없이 홀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만 하는 정혜를 보며 택일은 자신이 어머니의 짐이라는 자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공부를 해봤자 학원, 대학 등록금이 정혜에게 더욱 무거운 짐이 될 것이 뻔하기에 그는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했다. 어쩌면 자신만 없으면 정혜가 지금보다 훨씬 편히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출을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혜는 아침마다 가출한 택일의 밥상을 차려놓고 나가고, 돈을 벌기 위해 토스트집을 연다. "제발, 엄마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택일에게 정혜는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라고 대답한다. 자식을 위한 일, 그것이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사실을 택일은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택일은 반항 아닌 반항을 하며 힘겨운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거석이형, 정체가 도대체 뭐요?

집을 나와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최대한 먼 곳인 군산까지 흘러 들어온 택일은 그곳에서 묘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군산역에서 마주친 빨간 머리를 한 소녀 소경주(최성은)는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부모가 없는 고아에 권투를 배운 듯하다. 택일은 겁 없이 경주에게 시비를 걸다가 경주의 주먹에 쓰러진다. 배고파서 들어간 장풍반점에서 배달원을 하게 된 택일은 거석이형(마동석)이라는 단발머리를 한 거구의 주방장을 만나게 된다. 역시 택일은 겁 없이 반항을 하고, 거석이형의 귀싸대기 한방에 기절하고 만다.

택일과 거석이형의 만남부터 영화는 장풍반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영화를 진행시킨다. 택일은 계속 경주와 얽히고, 경주를 위협하는 양아치들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뛰어들다가 죽도록 얻어터진다. 하지만 거석이형은 그러한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며 숨기 급급하다. 택일은 그런 거석이형이 장풍반점에서만 힘자랑하는 겁쟁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거석이형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이다. 이 장면에서 [시동]은 존재감도 미미한 장풍반점의 조용한 성격의 공사장(김종수)과 거석이형이 인연, 그리고 거석이형의 과거를 풀어 놓는다. 거석이형의 과거가 공개되며 [시동]은 [부산행]에서부터 시작된 마동석의 주먹 한방 액션을 펼친다. 관객이 마동석에게 원하는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동]은 마동석의 주먹 한방 액션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는다. 결국 택일의 문제는 택일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둔다. 바로 이러한 [시동]의 선택은 마동석의 주먹 한방 액션에만 기대려는 영화들 (동네사람들, 성난황소)와 같은 영화들과 차별점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어른이란, 지키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거석이형의 무시무시한 정체가 드러나고, 그와 동시에 정혜에게 위기가 닥쳐 온다. 사채까지 끌어다가 토스트 가게를 연 정혜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토스트 가게는 철거 위기에 처해있고, 설상가상으로 사채업자들은 돈 내놓으라며 정혜의 가게를 덮친다. 위기 상황에서 믿을 건 거석이형뿐. 택일은 거석이형에게 전화를 걸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지키라는 차디찬 한마디만 듣고 만다.

솔직히 택일이 기대했던 것을 나 역시도 기대했다. 거석이형이 나타나 정혜의 가게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채업자 곽성무(김민재) 일당을 한주먹에 쓰러뜨리고 정혜는 물론 곽성무에게 고용된 상필까지도 구하는 것. 그렇게 모든 갈등은 봉합되기를 나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하지만 거석이형이 택일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면서 정혜 가게의 상황은 더욱 급박해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정혜가 나선다. 택일의 첫 월급봉투를 지키고 싶었던 정혜는 곽성무를 향해 달려든다. '어른이라면 지키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라는 거석이형의 한마디가 오버랩되며 정혜의 모습은 마동석의 주먹 한방 액션보다 훨씬 멋있고, 속이 후련했다. 어른도 아니면서 어른인척했던 택일과 상필 앞에서 어른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사랑의 귀싸대기!!!

영화를 보기 전, 택일을 향한 정혜와 거석이형의 귀싸대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궁금했다. 말이 좋아 귀싸대기이지, 요즘으로 치면 그것은 엄연한 폭력인데, 과연 [시동]은 이 폭력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그런데 영화는 귀싸대기를 '사랑의 매'라고 설명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신이 벌써 어른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택일을 향한 '사랑의 매' 이것이 [시동]이 말하고 싶은 귀싸대기이다.

학창 시절 나는 참 많이도 맞았다. 학교에서 굉장히 조용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고 맞고,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고 맞고, 학교 복도에서 실내화를 신지 않았다고 맞고, 지각했다고 맞았다. 하지만 그땐 그것이 폭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당연히 선생님은 학생이 잘 못하면 매를 드는 것이고, 그것 또한 학창 시절의 추억일 뿐이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땐 그랬다.

체벌이 사라진 요즘, [시동]은 이유 있는 반항아 택일을 향해 사랑의 귀싸대기를 날린다. 어른도 아닌 것이 어른인 척하는 그에게 정혜, 거석이형의 귀싸대기는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영화니까 가능하다. 혹시 이 영화를 본 후 나도 사랑의 매를 들겠다며 자녀에게, 제자에게, 후배에게, 동생에게 귀싸대기를 날려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처럼 기절할 정도로 귀싸대기를 때렸다가는 아무리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도 폭력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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