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독 : 요하네스 로버츠

주연 : 소피 넬리스, 코린 폭스

​

​

아들은 [47미터]가 그렇게 무서웠다고 한다.

​

​

아들이 극장에서 본 첫 번째 공포 영화는 2017년 7월에 본 [47미터]였다.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 봐 겁이 많은 아들은 나만큼이나 공포 영화를 싫어한다. 그래도 나는 귀신 나오는 영화만 빼놓고는 그런대로 잘 보는 편인데 아들은 공포라는 장르가 붙으면 다 싫어한다.

사실 [47미터]를 보면서도 나는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죠스]와 비슷한 해양 어드벤처 영화라고 여겼을 뿐이다. 하지만 아들은 달랐나 보다. [47미터 2]가 개봉했던 지난여름, 2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자며 아들에게 같이 극장에서 보자고 졸랐지만 아들은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기 인생에서 본 가장 무서운 영화 TOP3에 [47미터]가 들어갔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솔직히 나는 [47미터]가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았기에 의외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들이 [47 미터]를 무서운 영화로 기억할만했다. [47 미터]의 결말이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그 충격이 공포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47미터 2]는 어떠할까? 두 편 모두 요하네스 로버츠 감독이 연출했지만 출연진도 다르고, 전 편과 이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상관없다. 전 편처럼 미친 결말만 있다면...

​

​

​

고대 마야의 수중 도시 '시발바'에 갇힌 사람들

​

​

속 편의 법칙답게 [47미터 2]는 전 편과 비교해서 스케일을 키웠다. [47미터]는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인 샤크 케이지에 도전하는 리사(맨디 무어)와 케이트(클레어 홀트)의 이야기로 샤크 케이지의 줄이 끊어지면서 식인 상어에 둘러싸인 공포 상황을 다루고 있다. 당연히 영화의 주무대는 샤크 케이지라는 좁은 바닷속 공간이었다.

그와 달리 [47미터 2]는 물에 잠긴 고대 마야의 수중 도시 '시발바'가 영화의 주무대이다. 부모의 재혼으로 자매가 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소심한 미아(소피 넬리스)와 미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활발한 성격의 샤샤(코린 폭스)가 친구들과 함께 '시발바'의 입구인 동굴로 수중 다이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는 '시발바'에 상어가 있다는 단서를 관객에게 먼저 던져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네 명의 친구들은 마치 일탈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동굴을 통해 '시발바'에 가고 그곳에서 상어를 만나고, 사고로 동굴 입구가 막히면서 위험에 처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시발바'에서 펼쳐지는 네 명의 여성과 상어의 숨바꼭질, 그리고 점점 줄어만 가는 산소통과, 러닝타임이 진행될수록 상어에게 희생되는 사람들... [47미터 2]는 너무 전형적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

​

​

폐소공포증과 숨바꼭질의 차이

​

​

확실히 스케일은 커졌다. 하지만 커진 영화의 스케일이 공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건 폐소공포증과 숨바꼭질의 차이이다. [47미터]는 관객으로 하여금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리사에게 안전한 공간은 좁디좁은 샤크 케이지뿐이다. 샤크 케이지 밖에는 무시무시한 상어떼가 득실댄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안전한 샤크 케이지를 나가 물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영화를 보는 내개 숨막히는 긴장감을 안겨줬었다.

하지만 [47미터 2]는 상어와 숨바꼭질을 한다. 미로처럼 되어 있는 '시발바'에서 미아 일행은 상어를 피해 출구를 찾아야만 한다. 언제 어디에서 상어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공간은 다양해졌고, 언제 상어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영화를 엄습한다.

그래도 굳이 폐소공포증 숨바꼭질 사이에서 더 무서웠던 것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폐소공포증을 선택할 것이다. 샤크 케이지 밖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살기 위해서는 샤크 케이지 밖으로 나가야 하는 그 상황이 주는 압박감은 언제 어디에서 상어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훨씬 무서웠다.

​

​

​

미친 결말은 없다.

​

​

영화를 보며 '쟤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역시나 가장 먼저 죽는다. 그리고 '쟤네들은 시발바를 빠져나가겠지?'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는 역시나 '시발바'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그녀들이 '시발바'를 빠져나갔다고 해서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미친 결말을 선보인 [47미터]의 속 편이 아니던가.

예상대로이다. 미아 일행이 '시발바'로의 일탈을 결심하기 전에 보트에서 상어가 먹이 먹는 것을 구경하는 관광객을 위한 코스가 나왔다. 나는 '시발바'에서 빠져나온 그녀들이 어이없게도 관광코스의 먹이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이건 반전도 아니다. 영화 초반에 전부 예상되었던 전개일 뿐이다. 그렇다면 [47미터 2]의 미친 결말은 그녀들이 상어의 먹이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47미터]의 결말과는 달리 [47미터 2]의 결말은 내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단지, 내 예상과 달랐던 것은 충격적이었던 [47미터]와는 달리 [47미터 2]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미친 결말은 없다. [47미터]의 폐소공포증보다 덜 무서웠는데, 미친 결말마저 없으니 [47미터 2]가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아들이 함께 봤다면 "이 영화는 무섭지 않네."라고 하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