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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 결혼 17년 차인 내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영화
12  쭈니 2019.12.09 12:55:28
조회 60 댓글 0 신고

감독 : 노아 바움백

주연 :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넷플릭스가 있었기에 극장에서 포기할 수가 있었다.

지난 월요일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영화를 봤던 그날, 나는 [아이리시맨]과 [나를 찾아줘]만 확정해놓고 남은 영화 한 편을 두고 [허슬러], [크롤], [결혼 이야기], [블랙머니]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사실 가장 유력한 영화가 [결혼 이야기]였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소문은 이미 자자했고, MCU에서 '블랙 위도우'로 유명한 스칼렛 요한슨의 정통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내 선택은 [결혼 이야기]가 아닌 [블랙머니]였다.

물론 후회는 안 한다. [블랙머니]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으니까. 그래도 내가 [결혼 이야기]를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조만간 넷플릭스로 공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똑같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리시맨]의 경우는 3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TV에서 보는 걸림돌이 되었지만 2시간 17분의 [결혼 이야기]는 충분히 TV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토요일 오후 [결혼 이야기]를 봤다. 솔직히 극장에서 봤다면 더욱 집중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들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영화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결혼 17년 차인 내 입장에서는 이혼을 앞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부부의 이혼을 굉장히 담담하게 관객에게 들려주었다.

그들은 왜 이혼해야 했는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부의 이혼은 총성 없는 치열한 전쟁 같다. '너 때문에 결혼이 파탄 났다'라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재산, 양육권을 두고 한때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던 남녀는 서로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물론 그런 이혼도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이혼이 그럴까? 비록 이혼은 하지만 아직 상대방에 대한 감정은 남아 있고,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닌 사랑이 식어서 자연스럽게 이혼하게 되는 부부가 더 많지 않을까?

찰리와 니콜이 그러하다. 한때 TV에서 잘나가는 배우였던 니콜과 촉망받는 연극 연출가인 찰리는 첫눈에 반해 결혼했고 10년 동안 행복했다. 니콜은 LA 생활을 청산하고 찰리와 함께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라 배우 커리어를 이어 나갔고, 그 사이 찰리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정도로 천재 연극 연출가로 명성을 높여 나갔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니콜에게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쩌면 니콜에게 드라마 출연 제외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남편의 성공은 내 성공이라는 내조의 여왕의 자세로 대중에게 조용히 잊히며 성공한 연극 연출가의 아내로 만족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기회가 왔다. 천재 연극 연출가의 아내가 아닌 연기자로 다시 명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찰리와 니콜의 부부 사이 분열은 그렇게 시작된다.

니콜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먼저의 니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어쩌면 니콜이 찰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LA에서 배우 생활을 이어나갔을 것이며, 반짝 스타가 아닌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포기했고 찰리를 위해 뉴욕에서 낯선 생활을 선택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희생했고, 그 덕분에 찰리는 천재 연극 연출가로 명성을 쌓아 올렸다.

지난 10년 동안 니콜은 찰리에게 LA에서 생활해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찰리는 '생각해보고...'라며 두루뭉술하게 니콜의 제안을 넘겨 버렸다. 그런데 니콜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찰리가 니콜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할 차례이다. 문제는 찰리가 전혀 희생을 할 생각이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그는 극단의 동료와 잠자리를 가졌다. 단 한 번뿐인 실수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니콜은 찰리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사실 니콜은 아직도 찰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행복한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생 찰리를 위해 희생하며 누군가의 아내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어린 아들마저 LA 생활에 만족하지 않은가. 니콜 입장에서 찰리는 너무 이기적이고 자신의 경력만 신경 쓴다. 이렇게 희생만 강요당하는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가 없다.

찰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갑자기 행복한 결혼 생활을 깨고 이혼을 선언한 니콜을 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던가. 니콜도 자신의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커리어를 쌓아 나갔고, 자신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니콜은 행복했던 10년 동안의 행복을 부정한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희생했고 10년 동안 불행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동안의 행복을 한순간에 부정해버릴 수가 있을까?

물론 니콜은 찰리에게 LA에서 살아보자고 제안을 했던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제안은 가구를 바꾸는 것처럼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일뿐이다. 물론 찰리가 한번 외도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갑자기 니콜이 잠자리를 거부하며 따로 잘 것을 1년 동안이나 강요했기 때문에 벌어진 한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그래도 찰리는 니콜을 최대한 배려해주려 했다. 니콜이 새로운 드라마 촬영 기간 동안 아들과 LA에서 잠시 생활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쿨하게 승낙했고, 니콜만 원한다면 모든 재산을 주려고도 했다. 이혼 조정에도 성실하게 임했고, 다른 부부처럼 변호사를 내세운 진흙탕 싸움은 하지 말자고 서로 약속도 했다. 그런데, 니콜이 먼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노라(로라 던)를 선임했고, 찰리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래, 진흙탕 싸움을 원한단 말이지? 그렇게 원한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찰리도 이혼 전문 변호사인 제이(레이 리오타)를 선임한다. 이제 그들의 이혼은 더 이상 점잖지 않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이혼은 그런 거다.

서로 죽도록 미워해서 이혼하는 것이 아닌, 어쩌다 보니 이혼까지 이르게 된 찰리와 니콜. 그들의 이혼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노라와 제이가 선임되면서 서로를 헐뜯는 감정싸움이 되어 버린다. 결코 찰리와 니콜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혼이란 그런 것이다. 그들이 함께 했던 세월의 행복을 부정하고, 결혼 파탄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그렇게 서로를 죽이려 달려들어야 하는 것이다. 두 변호사의 싸움에 난감해하는 찰리와 니콜의 모습이 처량하다

결국 두 사람은 양육권을 니콜이 55, 찰리가 45로 양분한다. 니콜은 50 대 50으로 하고 싶다고 했지만 노라가 제이에게 질 수 없다며 자기 못대로 55 대 45로 정해버린 것이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니 니콜도 어쩔 수 없다. 그저 찰리에게 미안할 뿐이다. 이혼 소송이 끝난 후 결국 찰리는 LA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결국 이럴 거면 처음부터 니콜과 함께 LA 생활을 했다면 이혼도 없었을 텐데... 니콜이 이혼 조정 중에도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찰리. 두 사람의 사랑도 느닷없이 다가왔지만, 이혼 역시 그러했다.

이혼은 그런 거다. 영화가 끝난 후 아내에게 '우린 이혼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받았지만 찰리와 니콜처럼 언제 어느 순간 이혼은 어느새 우리의 곁에 얼쩡거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이혼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사랑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내가 받는 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고마워하며 내가 받은 사랑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돌려주려 노력하자. 명심하자. 사랑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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