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죽음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
enterskorea 2019.12.03 09:35:14
AI가 죽음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
2062년에 우리가 과연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가상의 존재로 영생할 수 있을까? 호모 디지털리스는 최상의 디지털 회로기판을 품고서 완벽한 디지털 존재로 변모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몸체의 일부는 여전히 생체이고 다른 일부만 디지털일까? 이런 질문들은 어느 정도 의식의 본질을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알파고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치자. “야 인간들아, 아니? 너희들의 바둑 실력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야. 나는 이제 바둑은 그만 두고 온라인 포커를 해서 돈을 좀 벌 작정이야.”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알파고는 자신이 바둑을 둔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딱 하나이다. 지금 벌어지는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단언컨대 알파고는 이렇게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게임은 이제 질렸고 지구나 접수해야지.” 알파고는 바둑 프로그램에 불과하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알파고가 졌다고 슬퍼하고 이겼다고 환호할 리는 없다.
이렇듯 의식이 생물에게만 존재하는 고유한 속성이라면, 우리의 자아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 해도 무엇인가 중요한 요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자아를 업로드하면 일종의 좀비 자아에 불과할 뿐이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인식될 것이다. 좀비 자아는 우리가 아는 것을 다 안다. 또 우리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비 자아는 우리가 아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뇌를 업로드해서 겪게 될 윤리적 딜레마를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체의 뇌에 담긴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 고스란히 디지털 사본으로 만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뇌에는 뉴런이란 신경세포가 수십억 개, 신경의 결합체인 시냅스가 수조 개 있다. 그 규모로 보건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시스템들 가운데 가장 복잡하다. 이러한 뇌에 담긴 정보들을 일일이 ‘읽어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럼 도대체 AI가 어떻게 인류의 죽음을 끝장낼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우리가 생물학적 형상을 유지하면서 줄곧 디지털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능력을 배가시켜나가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처럼 행동하고 소리를 내는 디지털 아바타를 갖게 될 것이다. 2062년에 우리는 실세계와 좀처럼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및 증강 현실에 푹 빠져 지내게 된다. 우리의 몸뚱이가 현실에 있을지라도 우리의 뇌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세계는 상당히 매혹적이다. 그런 세상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되고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아름답고 영리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으며, 어느 것도 우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단언컨대 그렇게 되면 우리의 세상은 별 재미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도피하며 깨어 있는 시간 내내 가상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다.
죽음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생명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AI 덕분에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노화를 늦추거나 심지어는 회춘하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되리라 본다. 어쩌면 우리는 인류를 괴롭히는 모든 질병에서 해방될 것이다.
인간의 생존 양식이 이처럼 달라진다면 사회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영생불멸의 혜택을 부자들만 누리게 될 경우 사회는 영생을 누리는 부자들과 언젠가 죽어야 하는 가난뱅이들로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영생불멸이나 다름없는 인생을 누리게 되는 경우도 생각해보자. 우리는 사회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인 안락사 제도라도 도입해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무대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의 수명이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에 이를 텐데, 유년기의 시점이나 근로 연한 및 은퇴시기를 대체 어떻게 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살게 된다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의 경험이란 덧없는 것이다. 인생이 짧아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삶에 온 힘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게 되는 운명을 함께 한다. 호모 디지털리스가 인간의 이런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새로운 가치 체계가 필요하다.
